채권·금리11분 읽기

이자·상환 구조가 다른 채권들 — 무이표채·콜옵션부·변동금리부·전환사채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는 채권과 이자를 석 달마다 새로 정하는 채권은 겉보기엔 둘 다 그냥 '채권'입니다. 반면 금리가 1%포인트 움직였을 때 두 채권에 벌어지는 일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발행자가 마음대로 먼저 갚아버릴 수 있는 채권과 주식으로 바뀌는 채권까지 놓으면, 표면이율과 상환 조건이 위험의 성격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 보입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2

무이표채 — 싸게 사서 제값에 돌려받는 구조

무이표채(zero-coupon bond, 제로쿠폰)는 이름 그대로 중간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채권입니다.

그럼 어떻게 수익이 날까요. 액면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할인발행되고, 만기가 되면 액면가 전부를 돌려받는 방식입니다. 10년 뒤 100만원을 받는 채권을 지금 70만원에 사는 식이고, 이 차액 30만원이 사실상의 이자입니다. 중간에 받을 이자가 없으니 그 이자를 어디에 재투자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가장 유명한 무이표채는 미국의 STRIPS입니다. 딜러가 일반적인 이표부 국채를 가져다가 각각의 쿠폰과 원금을 따로 분리해 만든 것으로, 미국 재무부의 TreasuryDirect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The idea of STRIPS is that the principal and each interest payment become separate securities that are treated individually." 그리고 분리된 각 조각에 대해 "Each separated piece is a zero-coupon security that matures separately and, has only one payment"라고 적습니다. 국가가 보증하는 현금흐름을 원하는 시점별로 골라 담을 수 있게 해 주는 도구입니다.

현금은 안 들어오는데 세금은 내야 합니다

무이표채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대목이 세금입니다.

미국 세법은 무이표채의 할인폭을 내재이자로 보고, 원발행할인(OID, original issue discount) 규칙에 따라 매년 조금씩 이자소득으로 과세합니다. TreasuryDirect도 "Interest earned on STRIPS and inflation adjustments on TIPS principal must be reported in the year in which they are earned"라며 발생한 해에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미국 국세청(IRS)의 Publication 550 역시 OID를 발생주의로 인식해 현금 지급이 없어도 매년 소득에 포함하도록 안내합니다.

문제는 실제로는 만기까지 현금이 한 푼도 안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손에 쥔 현금이 없는데도 매년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이를 팬텀인컴(phantom income, 유령 소득)이라고 부릅니다. 게다가 이 소득은 자본이득이 아니라 일반소득으로 과세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세제혜택 계좌에 담거나 이자가 면세되는 지방채형 무이표채를 활용하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합니다.

세금 규정은 국가·계좌·시기에 따라 다릅니다. 위 내용은 미국 세법 기준이며, 한국 투자자는 국내 과세 방식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자가 없다는 것은 듀레이션이 만기와 같다는 뜻입니다

무이표채는 만기에 딱 한 번 현금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투자금의 평균 회수 시점, 곧 듀레이션이 만기와 정확히 같아집니다. 같은 만기의 이표채는 중간 이자가 회수 시점을 앞으로 당겨 주므로 듀레이션이 만기보다 짧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이표채는 같은 만기의 이표채보다 금리 변화에 훨씬 민감합니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내리면 크게 오릅니다. 이자를 안 줘서 단순해 보이는 채권이 실제로는 금리에 가장 예민한 채권 중 하나인 셈입니다.

듀레이션이 길 때 가격이 어디까지 흔들리는지는 우리 가격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이표채 자체의 시계열은 보관하고 있지 않지만, 듀레이션이 긴 장기국채 ETF가 대리 지표가 됩니다. 장기국채 ETF인 VGLT는 데이터가 시작되는 2010년 1월 4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4,189거래일 동안 총 +52.9%(연평균 +2.58%)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46.18%였고, 본전을 되찾으려면 +85.8%가 필요했습니다. 고점은 2020년 8월 4일, 저점은 2023년 10월 19일이며, 2026년 8월 31일까지도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1,524거래일(약 6.1년)입니다.

그에 비해 듀레이션이 짧은 단기국채 ETF인 SHY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5.71%였습니다. 같은 국채인데 듀레이션 차이만으로 낙폭이 여덟 배 넘게 벌어졌습니다. 만기에만 현금이 들어오는 무이표채는 같은 만기의 이표채보다 이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상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VGLT·SHY는 무이표채가 아니라 이표부 국채를 담은 ETF입니다. 듀레이션이 커질수록 가격 변동이 커진다는 방향을 보여주는 대리 지표로만 읽어야 합니다.

콜옵션부 채권 — 선택권이 발행자에게 있습니다

콜옵션부 채권(callable bond), 우리말로 수의상환채권은 발행자가 만기 전에 원금을 미리 갚아버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입니다. 언제부터 얼마에 갚을 수 있는지는 채권 계약서에 미리 적혀 있고, 회사채와 상당수의 기관채에 이런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핵심은 선택권이 발행자에게 있고 투자자는 거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발행자가 조기상환을 하는 대표적인 상황은 시장금리가 떨어졌을 때입니다. 연 5%로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후 시장금리가 3%로 내려갔다면, 발행자 입장에서는 비싼 5% 채권을 갚아버리고 새로 3%짜리를 발행하는 편이 이득입니다. 대출 갈아타기와 같은 논리입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도 콜 위험을 "the risk that a bond may be redeemed by an issuer when interest rates are falling (similar to when a homeowner seeks to refinance a mortgage)"이라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투자자에게는 반대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좋은 이자를 계속 받을 줄 알았는데 하필 금리가 낮아진 시점에 원금을 돌려받게 됩니다. 발행자가 액면가보다 조금 더 얹어 주는 콜 프리미엄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를 보상하지는 않습니다. 상환받은 원금을 다시 굴리려는데 금리가 이미 낮아져 예전만큼 좋은 조건을 찾기 어렵다는 재투자위험이 남기 때문입니다.

결국 콜옵션부 채권은 금리가 내리면 좋은 채권이 회수당하고, 금리가 오르면 나쁜 채권만 손에 남는 비대칭 구조입니다. 그래서 만기수익률(YTM)만 보면 안 됩니다. 콜 시점까지 보유했을 때의 수익률인 콜수익률(YTC)을 함께 보고, 보수적으로는 둘 중 더 낮은 값인 최악수익률(YTW)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변동금리부 채권 — 이자가 시장을 따라갑니다

무이표채가 이자를 아예 주지 않는 쪽 끝이라면, 변동금리부 채권(FRN, Floating Rate Note)은 이자를 계속 새로 정하는 쪽 끝입니다.

FRN의 이자는 '기준금리 + 고정 스프레드' 형태로 정해지고, 일정 주기마다 기준금리를 다시 반영해 재설정됩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 + 0.50%(50bp) 조건이라면 기준금리가 오를 때 다음 이자도 함께 올라갑니다.

이 기준금리는 시대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LIBOR(런던은행 간 금리)가 세계적으로 널리 쓰였지만, 조작 사건 등으로 신뢰가 흔들리면서 정리 수순을 밟았습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의 안내에 따르면 "The overnight and 12-month US dollar LIBOR settings permanently ceased at the end of June 2023"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FCA 문서는 "The 1-month, 3-month and 6-month synthetic US dollar LIBOR settings were the final remaining LIBOR settings. These settings were published for the final time on 30 September 2024"라고 적습니다. 즉 2023년 6월 말에 패널 기반 달러 LIBOR가 끝났고, 계약 이행을 위한 합성 산출은 그보다 뒤에야 완전히 종료된 것입니다.

지금은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를 비롯한 새 기준금리로 전환됐습니다. LIBOR는 은행 신용위험이 반영돼 SOFR보다 조금 높았기 때문에, 전환 시 그 차이를 메우는 스프레드 조정이 적용됐습니다. 3개월 기준의 조정폭은 약 0.26%, 정확히는 26.161bp로 고정됐습니다.

FRN의 장점은 금리상승기에 드러납니다. 고정금리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지만, FRN은 이자가 새 금리를 따라 올라가므로 가격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편입니다. 반면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에는 받는 이자도 함께 줄어듭니다. 또 발행자가 돈을 못 갚을 신용위험과 스프레드가 벌어질 위험은 고정금리채와 똑같이 남아 있습니다. FRN은 금리위험을 줄여 줄 뿐 신용위험을 없애 주지 않습니다.

전환사채 — 채권과 주식 사이

마지막은 아예 다른 자산으로 바뀔 수 있는 채권입니다.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는 채권이지만 정해진 조건에 따라 발행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상품입니다. 채권에 주식 전환권이라는 옵션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증권입니다. 전환비율은 채권 하나를 몇 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표면금리는 대개 같은 회사의 일반 회사채보다 낮습니다. 투자자가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라는 추가 가치를 받는 대신 이자를 양보하기 때문입니다. 손익 구조를 보면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 덕분에 상승 이익을 누리고, 주가가 지지부진하면 전환하지 않고 채권으로서 이자와 원금을 받습니다. 하방은 채권, 상방은 주식에 가까운 비대칭 구조입니다.

다만 이 설명을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상승을 모두 얻는다'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위험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결국 채권이므로 발행 회사가 부실해지면 이자·원금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주가가 끝내 오르지 않으면 낮은 쿠폰만 받은 채 일반 채권보다 불리할 수 있습니다. 셋째, 대량 전환이 일어나면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고 주가에 부담이 됩니다. 조기상환이나 전환가 조정(리픽싱) 같은 복잡한 조항이 붙는 경우도 많아 개인이 조건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이브리드 증권이 위기 때 어느 쪽 얼굴을 보이는지는 이웃 자산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채권과 주식 사이에 있는 우선주 ETF인 PFF는 데이터가 시작되는 2007년 3월 30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4,885거래일을 훑으면,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이 -65.55%였고, 본전을 되찾으려면 +190.3%가 필요했습니다. 고점은 2007년 5월 14일, 저점은 2009년 3월 6일입니다. 이전 고점을 다시 넘은 날은 저점에서 16.7개월이 지난 2010년 7월 26일이었고,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805거래일(약 3.2년)이었습니다.

'채권의 안정성'이라는 말이 붙은 자산이 주식에 가까운 낙폭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기록이 보여줍니다. 하이브리드 증권을 볼 때는 좋은 쪽 성질만 합산하지 말고, 나쁜 쪽 성질도 함께 온다고 가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PFF는 우선주 ETF이지 전환사채가 아닙니다. 채권과 주식 사이에 놓인 증권이 위기에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참고 사례로만 인용했습니다.

이 글의 범위

본문의 VGLT·SHY·PFF 수치는 이 사이트가 보관한 일별 조정 종가를 직접 읽어 계산한 값입니다. 배당이 재투자된 총수익 기준, 달러 표시이며 보수·세금·거래비용·환율은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무이표채·콜옵션부 채권·전환사채 자체의 가격 시계열은 보관하고 있지 않아, 성질이 가까운 상장 상품을 대리 지표로 인용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둡니다. 대리 지표는 방향을 보여줄 뿐 그 상품의 성과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세금과 기준금리 제도에 관한 서술은 미국과 영국 규제기관의 공개 자료를 따랐습니다. 한국의 과세 방식은 다르므로 국내 상품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이 글은 어떤 채권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으며, 금리의 방향도 예측하지 않습니다. 상환 구조가 다른 채권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유는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표면이율 뒤에 어떤 조건이 숨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을 위해서입니다. 같은 기간의 낙폭과 회복 기간을 직접 비교하려면 아래 계산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자를 안 주는데 어떻게 수익이 나나요?

액면가보다 싸게 사서 만기에 액면가를 온전히 돌려받기 때문입니다. 10년 뒤 100만원을 받는 채권을 지금 70만원에 샀다면 그 차액 30만원이 사실상의 이자입니다. 중간 이자가 없는 대신 할인폭에 수익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Q. 팬텀인컴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미국 과세 방식에서는 중요합니다.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데도 매년 이자소득으로 세금을 내야 할 수 있어, 세금 낼 현금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다만 이는 미국 세법 기준이므로 한국의 과세 방식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Q. 조기상환되면 손해를 보나요?

원금과 콜 프리미엄은 돌려받으니 당장 원금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손해는 기회에 있습니다. 발행자는 보통 금리가 낮아졌을 때 콜을 행사하므로, 돌려받은 돈을 예전만큼 좋은 금리로 재투자하기 어렵습니다.

Q. FRN은 금리가 올라도 손해를 안 보나요?

가격 변동이 고정금리채보다 작은 편은 맞습니다. 다만 손해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발행자의 신용이 나빠지거나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고, 금리가 내리면 받는 이자도 줄어듭니다.

Q. 전환사채는 채권이라 안전한가요?

채권의 성격을 갖지만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발행 회사가 부실해지면 신용 위험이 있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낮은 이자만 받아 일반 채권보다 불리할 수 있습니다. 채권과 주식 사이에 놓인 우선주 ETF인 PFF가 2007년 5월 고점에서 2009년 3월 저점까지 -65.55%를 기록한 것도 참고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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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념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하기

직접 자산·기간·금액을 넣어 과거 데이터로 계산해보세요. 최대 낙폭과 손실 기간도 함께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