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발행하는가에 따른 채권 — 국채·회사채·지방채·그린본드
-19.07%와 -34.70%. 둘 다 채권 ETF가 실제로 겪은 전체 기간 최대 낙폭입니다. 앞의 것은 미국 국채, 뒤의 것은 신흥국 채권입니다. 같은 '채권'이라는 이름 아래 낙폭이 두 배 가까이 벌어져 있는 셈인데, 그 차이는 대부분 '누가 돈을 빌리는가'에서 나옵니다. 발행자별로 채권을 갈라 보겠습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2
채권은 '누가 빌리느냐'로 나뉩니다
채권은 돈을 빌리면서 언제까지 이자를 주고 원금을 갚겠다고 약속한 차용증서입니다. 그런데 이 약속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국채(government bond)는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정부는 세금을 걷을 수 있고, 자국 통화라면 필요 시 돈을 찍어 갚을 수도 있어 신용위험이 매우 낮은 편으로 평가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투자자 안내도 미국 국채가 "carry the full faith and credit of the U.S. government"라며 안전한 투자로 널리 쓰인다고 적습니다.
회사채(corporate bond)는 기업이 발행합니다. 기업은 세금을 걷거나 돈을 찍을 수 없어 사업이 어려워지면 이자·원금을 못 갚을 수 있습니다. 같은 SEC 안내는 회사채의 위험으로 "Credit risk. The issuer may fail to timely make interest or principal payments"를 첫 항목에 놓습니다.
지방채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수채는 특별법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 발행합니다. 국가와 기업 사이 어딘가에 놓이는 구간입니다.
발행자가 다르면 이자도 다릅니다. 회사채는 국채보다 위험하니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면 이자를 더 줘야 합니다. 이 추가분을 수익률 프리미엄, 또는 국채 대비 스프레드라고 부릅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10년 만기 회사채가 연 5%, 같은 만기 국채가 연 4%라면 스프레드는 1%p, 곧 100bp입니다.
대체로 투자등급 회사채는 같은 만기 국채보다 0.5~1.5%p(50~150bp), 하이일드 회사채는 2~6%p(200~600bp)가량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추가 이자가 더 큰 위험을 감수한 대가입니다.
스프레드 범위는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변합니다. 위 수치는 대략적인 경향이며, 위기 때는 훨씬 크게 벌어집니다.
'국채는 무조건 안전하다'가 깨지는 지점
국채가 회사채보다 부도 위험이 낮은 것은 맞습니다. 반면 '국채 = 손실 없음'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첫째, 자국 통화가 아닌 외화로 발행한 국채나 재정이 약한 나라의 국채는 실제로 부도가 난 역사가 있습니다. 앞서 든 신흥국 채권 ETF인 EMB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이 -34.70%였고, 본전을 되찾으려면 +53.1%가 필요했다는 것도 이 위험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고점은 2008년 5월 21일, 저점은 2008년 10월 28일입니다.
둘째, 부도가 나지 않아도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떨어집니다. 이건 신용도와 무관한, 채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위험입니다.
우리 가격 데이터로 그 크기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미국 국채 ETF인 GOVT는 데이터가 시작되는 2012년 2월 24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3,649거래일을 훑으면,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이 -19.07%였고, 본전을 되찾으려면 +23.6%가 필요했습니다. 고점은 2020년 8월 4일, 저점은 2023년 10월 19일이며, 2026년 8월 31일까지도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1,524거래일(약 6.1년)입니다.
그에 비해 투자등급 회사채 ETF인 VCIT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20.56%로, 국채 ETF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고점은 2021년 8월 2일, 저점은 2022년 10월 20일이고, 이전 고점을 다시 넘은 날은 저점에서 33.3개월이 지난 2025년 7월 29일이었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999거래일(약 4.0년)입니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분명합니다. 금리가 크게 오르는 국면에서는 신용도가 아니라 만기와 듀레이션이 손실의 크기를 정합니다. 부도 위험이 거의 없는 국채도 6년 넘게 고점 아래에 머물 수 있습니다.
지방채·특수채 — 그리고 우리가 모르게 사는 채권
한국의 채권은 발행 주체로 종류를 나눕니다. 국가가 발행하면 국채,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면 지방채, 특별법으로 세워진 공공기관이 발행하면 특수채입니다.
지방채는 특별시·도·시·군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재정법에 근거해 발행합니다. 지하철 건설비를 대는 도시철도채권, 지역 개발자금을 위한 지역개발채권, 공모지방채가 여기에 속합니다. 특수채는 한국전력·한국도로공사·한국가스공사처럼 특별법으로 설립된 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많은 사람이 채권을 산 적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한 번쯤은 지방채를 삽니다. 집을 사서 등기할 때, 자동차를 등록할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채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부동산을 등기하면 도시철도채권을, 지방에서는 지역개발채권을 매입해야 합니다. 다른 거래에 얹혀서 팔린다고 해서 첨가소화채권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자금은 지하철 건설이나 지역 개발 같은 공공사업에 쓰이며, 대개 이자율이 시장보다 낮아 많은 사람이 사자마자 약간 손해를 보고 되팔곤 합니다.
여기서 한국 투자자가 가장 자주 오해하는 대목이 세금입니다. 미국에서 지방채는 세금 혜택으로 유명합니다. SEC의 안내는 이렇게 적습니다. "The interest from municipal bonds generally is exempt from federal income tax and also may be exempt from state and local taxes for residents in the states where the bond is issued." 연방소득세가 면제되고, 발행 주의 거주자라면 주·지방세까지 면제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한국의 지방채·특수채 이자에는 이런 광범위한 면세 혜택이 없습니다. 다른 일반 채권과 똑같이 이자소득세가 원천징수되며, 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15.4%입니다. '지방채는 비과세'라는 말은 미국 제도를 설명한 것이지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안전성도 마찬가지로 조건부입니다. 미국 지방채 ETF인 MUB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13.68%로, 2020년 3월 9일 고점에서 불과 열흘 뒤인 2020년 3월 19일 저점까지 벌어졌습니다. 본전을 되찾으려면 +15.9%가 필요했고, 이전 고점을 회복한 날은 4.4개월 뒤인 2020년 7월 30일입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850거래일(약 3.4년)입니다. 국채 다음으로 안전한 편이라는 평가가 '무위험'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녹색채권 — 라벨이 보장하는 것과 보장하지 않는 것
발행자를 기준으로 나눈 분류와는 다른 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달한 돈을 어디에 쓰는지로 이름이 붙는 채권입니다.
녹색채권(green bond)은 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청정운송·지속가능한 물관리 같은 환경 관련 프로젝트에 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원리금 구조는 일반 채권과 동일합니다. 다른 점은 조달한 돈의 사용처를 환경 프로젝트로 지정한다는 것뿐입니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가 관리하는 그린본드 원칙(Green Bond Principles)은 이 시장의 사실상 표준입니다. 협회는 녹색채권을 "Green bonds enable capital-raising and investment for new and existing projects with environmental benefits"로 정의하며, 투명성과 공시를 핵심 요건으로 둡니다. 원칙의 최신 판은 2025년 6월판입니다.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졌습니다. 2023년 상반기에만 약 3,510억 달러(935건)가 발행됐고, 녹색·사회·지속가능·연계채권을 합치면 연간 발행이 1조 달러대에 이릅니다. 잔액 기준으로는 2018년 약 5,000억 달러에서 2024~2025년경 3조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다만 라벨이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첫째, 자금이 실제로 환경 프로젝트에 쓰였는지 외부 인증과 사후 보고로 검증해야 합니다. 둘째, 라벨만 붙이고 실질은 부족한 그린워싱 위험이 있습니다. 셋째, 투자 관점에서는 결국 채권이므로 발행자의 신용위험과 금리위험을 그대로 안습니다. 녹색이라고 해서 금리 상승 시 가격이 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요가 많으면 오히려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약간 낮게 발행되기도 합니다. 이자는 발행자의 신용과 시장 상황이 정하지 '녹색' 여부가 정하지 않습니다.
발행·잔액 수치는 집계 기관과 기준에 따라 다릅니다. 라벨 채권 전체 누적은 이보다 큽니다.
무엇을 계산했고 무엇은 계산하지 않았나
본문의 GOVT·VCIT·MUB·EMB 수치는 이 사이트가 보관한 일별 조정 종가를 직접 읽어 계산한 값입니다. 배당이 재투자된 총수익 기준이고 달러 표시라, 원화로 환산하면 환율 변동이 결과를 다시 바꿉니다. 보수·세금·거래비용은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반면 스프레드 범위와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우리 데이터로 계산할 수 없는 항목이라 외부 집계를 옮긴 값입니다. 기준이 다르면 숫자도 달라지므로 대략적인 크기로 읽어야 합니다. 한국 지방채·특수채는 개별 종목의 일별 시계열을 보관하고 있지 않아, 미국 지방채 ETF를 대신 인용했다는 점도 밝혀 둡니다. 제도가 다르므로 두 시장의 세제를 겹쳐 읽으면 안 됩니다.
이 글은 어떤 채권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으며, 금리나 신용 환경의 방향도 예측하지 않습니다. 발행자별로 낙폭과 회복 기간이 어떻게 달랐는지 직접 조건을 바꿔 확인하려면 아래 계산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채는 원금을 절대 잃지 않나요?
자국 통화로 발행된 선진국 국채는 부도 위험이 매우 낮지만 '절대'는 아닙니다. 부도가 없더라도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집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미국 국채 ETF인 GOVT는 2020년 8월 고점에서 2023년 10월 저점까지 -19.07%까지 빠졌고, 2026년 8월 31일까지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Q. 회사채는 이자가 높으니 무조건 이득 아닌가요?
높은 이자는 더 큰 위험에 대한 보상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이자·원금을 못 받을 수 있고, 투기등급이라면 부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추가로 받는 이자보다 부도로 잃는 금액이 클 수도 있습니다.
Q. 한국 지방채도 미국처럼 세금이 면제되나요?
아닙니다. 이것이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미국 지방채는 연방소득세가 면제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지방채·특수채 이자는 일반 채권과 똑같이 이자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 15.4%)가 원천징수됩니다.
Q. 지방채·특수채는 국채만큼 안전한가요?
국채에 이어 안전한 편으로 평가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발행 기관의 신용에 따라 위험이 다르고, 모든 특수채가 정부의 명시적 보증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금리가 오르면 가격도 떨어집니다.
Q. 녹색채권은 환경 효과가 보장되나요?
보장되지 않습니다. 자금이 실제로 환경 프로젝트에 쓰였는지 외부 인증과 보고로 검증해야 하며, 라벨만 붙은 그린워싱 사례를 경계해야 합니다. 투자 위험 면에서도 일반 채권과 같은 신용·금리 위험을 그대로 안습니다.
참고자료
- Bonds — FAQs (municipal bond 면세·credit risk·U.S. Treasuries)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Investor.gov)
- Green Bond Principles (June 2025 edition) — 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 (ICMA)
- Republic of Korea — Individual: Income determination (이자소득 원천징수 15.4%) — PwC Worldwide Tax Summa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