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개념10분 읽기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는 것 — 채권과 금리, 단리와 복리

2020년 8월 4일이었습니다.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대표 ETF(TLT)는 그날 우리 데이터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2개월여 뒤인 2023년 10월 19일, 그 '안전자산'의 가격은 고점의 절반 근처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2

채권은 돈을 빌려주고 받는 증서였습니다

채권(Bond)은 내가 정부·기업·기관 같은 '발행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일종의 차용증입니다. 발행자는 큰 자금이 필요할 때 채권을 팔아 돈을 모으고, 그 대가로 정해진 이자를 주고 약속한 날에 원금을 갚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채권은 주식과 성격이 정반대였습니다. 주식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면, 채권은 회사의 채권자, 즉 돈을 빌려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채권을 이해하는 데는 세 단어면 충분했습니다. 원금(액면가)은 만기에 발행자가 돌려주기로 한 금액입니다. 만기는 원금을 되돌려받는 날짜이고, 보통 1년짜리부터 30년짜리까지 다양합니다. 발행자는 돈을 빌리는 주체입니다. 나라가 발행하면 국채, 회사가 발행하면 회사채이고, 누가 빌리느냐에 따라 안전성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매년 지급되는 이자율은 '쿠폰(coupon)'이라고 불렀습니다.

채권은 투자자가 발행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고정수익(fixed income) 증권으로 분류됩니다.

채권이 돈을 돌려주는 방식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채권의 수익 구조는 은행 대출과 비슷했습니다. 보유하는 동안에는 정해진 주기(보통 매년 또는 매 반기)마다 이자를 받고, 만기가 되면 마지막 이자와 함께 원금 전액을 돌려받습니다.

예를 들어 원금 100만원, 쿠폰 5%, 만기 3년인 채권이라면 3년간 매년 5만원씩 이자를 받고 3년 뒤 원금 100만원을 돌려받습니다. 주식 배당처럼 들쭉날쭉하지 않고 미리 정해진 흐름이라 '고정수익'이라 불렀습니다.

문제는 이 '정해진 흐름'이 만기까지 들고 있을 때의 이야기라는 점이었습니다. 만기 전에 시장에서 팔면 그날의 시세로 팔아야 하고, 그 시세는 금리에 따라 크게 움직였습니다.

'안전한 채권'에도 위험이 세 가지 있었습니다

채권은 흔히 주식보다 안전하다고 하지만,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첫째, 신용 위험입니다. 발행자가 부도나면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채는 안전하고, 신용이 낮은 회사채(하이일드)일수록 이자는 높지만 위험도 컸습니다. '높은 이자'는 대개 '높은 위험'의 다른 표현이었습니다.

둘째, 금리 위험입니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떨어집니다. 만기 전에 팔면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셋째, 물가 위험입니다. 이자가 고정이라 물가가 크게 오르면 받는 이자의 실질 가치가 줄어듭니다.

이 중 둘째 위험이 실제로 얼마나 큰 숫자였는지는 우리 가격 데이터로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 20년 이상 국채에 투자하는 대표 ETF인 TLT를 2002년 7월 30일 상장 이후 2026년 8월 31일까지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최대낙폭은 -48.35%였습니다. 2020년 8월 4일 고점에서 2023년 10월 19일 저점까지의 구간입니다. 그 저점에서 원래 가격으로 돌아오려면 +93.6%의 상승이 필요했고, 2026년 8월 말 기준으로도 아직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구간은 1,524거래일에 이릅니다.

같은 기간 전체 성과도 함께 봐야 균형이 맞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TLT의 2002년 상장 이후 총수익률은 +131.2%, 연평균 +3.54%였습니다. 채권이 '못 버는 자산'이었다는 뜻이 아니라, '안전하다'는 말이 '가격이 안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위 수치는 이자(분배금) 재투자를 반영하지 않은 종가 기준 계산이며 환율 효과도 빠져 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채권 상품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금리는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값이었습니다

금리는 돈을 빌린 대가로 내는, 또는 빌려준 대가로 받는 비율입니다. 내가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이 내 돈을 빌려 쓰는 것이니 이자를 주고, 내가 대출받으면 은행 돈을 빌리는 것이니 이자를 냅니다.

금리가 높다는 건 돈의 값이 비싸다는 뜻이었습니다. 빌리기는 부담스럽고 맡기면 이자를 많이 받습니다. 금리가 낮으면 반대로 빌리기 쉽고 맡겨봐야 이자가 적습니다. 이 단순한 개념이 경제 전체를 움직였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사람들이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었고, 내리면 그 반대가 됐습니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이 되는 금리'입니다. 이것을 올리고 내리면 예금·대출·채권 같은 시장금리가 그 방향으로 따라 움직였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물가가 급등하자 2021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2023년 초 3.50%까지 인상했습니다.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물가가 진정되며 2024년부터 인하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다만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같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기준금리가 출발점이라면, 시장금리는 그 위에서 만기·신용도·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실제 거래 금리입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은행의 마진과 신용위험이 얹혀 더 높았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왜 채권 가격이 떨어졌나

이 부분이 초보자가 가장 많이 헷갈리는 지점이고, 앞에서 본 TLT의 -48.35%를 만들어낸 원인이기도 합니다.

연 2% 쿠폰으로 발행된 30년 국채를 갖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시중 금리가 올라 새로 발행되는 같은 만기 국채가 연 4% 쿠폰을 준다면, 아무도 연 2%짜리 내 채권을 액면가에 사주지 않습니다. 내 채권이 팔리려면 가격이 내려가야 합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그 낮은 가격 대비 받는 이자의 비율이 올라가 새 채권과 경쟁이 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이 가격 하락 폭이 만기가 길수록 커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남은 기간이 길수록 '낮은 이자에 묶여 있는 기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년 이상 만기 국채로 구성된 TLT가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금리 인상 국면에서 절반 가까이 빠진 것입니다. 이 민감도를 숫자로 나타낸 지표가 듀레이션입니다.

반대 방향도 성립합니다. 금리가 내리면 이미 발행된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적이 되어 가격이 오릅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는 말은 이 구조를 요약한 것이었습니다.

단리와 복리 — 같은 5%가 다른 결과를 만든 이유

이자를 계산하는 방식에도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단리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습니다. 공식은 '이자 = 원금 × 이율 × 기간'입니다. 100만원을 연 5% 단리로 3년 두면 매년 5만원씩 총 15만원의 이자가 붙어 115만원이 됩니다. 이자가 매년 똑같습니다.

복리는 원금에 그동안 쌓인 이자를 더한 금액에 다시 이자가 붙습니다. 공식은 '미래가치 = 원금 × (1 + 이율)^기간'입니다. 같은 100만원을 연 5% 복리로 3년 두면 1년차에 5만원, 2년차에는 105만원의 5%인 5.25만원, 3년차에는 110.25만원의 5%인 약 5.51만원이 붙어 약 115.76만원이 됩니다.

3년만 봐도 복리가 단리보다 약 7,600원 더 많았습니다. 작아 보이지만, 이 격차는 금액과 기간이 커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단리는 이자가 일정한 직선으로 늘고 복리는 점점 가팔라지는 곡선으로 늘기 때문입니다. 20년, 30년이 지나면 곡선이 직선을 크게 앞지릅니다. '일찍 시작하는 것'이 '많이 넣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복리를 실제로 누리는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이자·배당·수익을 다시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자를 꺼내 쓰면 단리에 가까워지고, 다시 원금에 합치면 복리가 굴러갑니다. 같은 연이율이라도 이자를 더 자주 붙일수록(월복리, 일복리) 최종 금액이 조금 더 커지는데, 이 차이를 반영해 '진짜 연이율'을 나타낸 것이 실효연이율(EAR)이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흔히 '복리는 세계 8번째 불가사의이며 아는 자는 벌고 모르는 자는 낸다'는 말이 아인슈타인의 명언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여러 팩트체크에서 그가 그렇게 말했다는 신뢰할 만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고, 1920~30년대 은행 광고 문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명언의 출처는 불확실해도 복리가 시간과 함께 커진다는 수학 자체는 사실이었습니다.

단리는 이자가 일정한 직선으로 늘고, 복리는 점점 가팔라지는 곡선으로 늡니다. 기간이 짧으면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길어질수록 곡선이 직선을 크게 앞지릅니다.

정리 — 빌려주는 쪽의 위험은 다르게 생겼습니다

주식이 회사의 성장과 몰락을 함께 갖는 것이라면, 채권은 발행자가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에 걸린 자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위험의 모양이 다릅니다. 주식은 회사가 잘되면 상방이 열려 있지만, 채권은 아무리 잘돼도 약속된 이자와 원금이 상한선입니다. 대신 회사가 망할 때 받는 순서는 앞섰습니다.

하지만 '순서가 앞선다'와 '가격이 안 떨어진다'는 다른 말이었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확인한 TLT의 -48.35%, 그리고 2026년 8월 말까지도 이어진 미회복 구간이 그 증거입니다.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넣을 때도 최대낙폭과 손실 기간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채권과 예금은 뭐가 다른가요?

둘 다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점은 비슷하지만, 예금은 예금자보호(2025년 9월 1일부터 1억원, 그전에는 5,000만원)로 보호되는 반면 채권은 발행자의 신용에 따라 원금 손실이 가능하고 만기 전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내립니다.

Q. 금리가 오르면 왜 채권 가격이 떨어지나요?

새로 나오는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미 낮은 이자로 발행된 기존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져 시장에서 더 싼 값에 거래됩니다. 만기가 길수록 이 하락 폭이 커집니다.

Q. 금리가 오르면 주식은 무조건 떨어지나요?

'무조건'은 아닙니다. 금리 상승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부담이지만, 경기가 좋아서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기업 이익도 함께 늘어 주가가 버티기도 합니다. 금리는 여러 변수 중 하나일 뿐이며 단일 요인으로 주가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Q. 복리 주기(연·월·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나요?

그렇습니다. 같은 연이율이라도 이자를 더 자주 붙일수록 최종 금액이 조금 더 커집니다. 다만 주기에 따른 차이는 기간이나 이율의 차이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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