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11분 읽기

금리가 움직일 때 채권 가격은 얼마나 흔들리나 — 표면금리·YTM·듀레이션·볼록성

'채권은 안전자산이라 원금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발행자가 부도나지 않고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은 받습니다. 반면 만기 전에 팔아야 한다면 그날의 시장 가격으로 팔아야 하고, 그 가격은 금리가 정합니다. 이 글은 그 '금리가 정하는 가격'이 어떤 규칙으로 움직이는지를 따라갑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이미 발행된 채권과 새로 나오는 채권의 경쟁

채권 가격과 시장 금리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이 역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채권 투자의 출발점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연 3% 이자를 주는 채권을 100만원에 샀습니다. 이후 시장 금리가 5%로 올랐습니다. 이제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5%를 줍니다. 내가 가진 3% 채권을 팔려면 가격을 낮춰야 합니다. 옆에 5%짜리가 있는데 굳이 3%짜리를 제값 주고 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값을 충분히 깎아서, 싸게 산 사람이 최종적으로 얻는 수익률이 5%짜리와 비슷해지도록 맞춰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 내 3%짜리 채권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 되어 가격이 올라갑니다. 금리 상승은 기존 채권 가격 하락, 금리 하락은 기존 채권 가격 상승. 이 한 줄이 채권 가격 이야기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투자자 안내도 같은 설명을 씁니다. "Rising interest rates will make newly issued bonds more appealing to investors because the newer bonds will have a higher rate of interest than older ones. To sell an older bond with a lower interest rate, you might have to sell it at a discount." 금리가 오르면 새 채권이 더 매력적이 되므로, 이자가 낮은 옛 채권을 팔려면 할인해서 팔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표면금리는 고정, 만기수익률은 매일 바뀝니다

채권에 적힌 이자율과 내가 실제로 얻는 수익률은 다른 숫자입니다. 이 둘을 섞으면 앞의 이야기가 헷갈립니다.

표면금리(coupon rate)는 채권 액면가를 기준으로 매년 약속된 이자의 비율입니다. 발행할 때 정해지고 만기까지 바뀌지 않습니다. 액면가 10,000원, 표면금리 5%인 채권이라면 매년 500원의 이자를 줍니다. 이 500원은 내가 그 채권을 얼마에 샀든 상관없이 고정입니다.

그에 비해 만기수익률(YTM, Yield to Maturity)은 지금 시장 가격에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들고 있을 때 기대되는 총수익률입니다. 여기에는 매년 받는 이자뿐 아니라, 내가 산 가격과 만기에 돌려받는 액면가의 차이까지 포함됩니다. 표면금리가 이자만 보는 반면, YTM은 이자와 가격 차이를 모두 반영합니다. 표면금리는 고정이지만 YTM은 시장 가격이 움직일 때마다 계속 변합니다. 가격이 오르면 YTM은 내려가고, 가격이 내리면 YTM은 올라갑니다.

내가 산 가격과 액면가의 관계에 따라 셋 중 하나가 됩니다. 액면가에 샀다면(par) 표면금리와 YTM이 같습니다. 액면가보다 싸게 샀다면(할인, discount) 만기에 액면가를 돌려받는 차익이 더해져 YTM이 표면금리보다 높습니다. 액면가보다 비싸게 샀다면(할증, premium) 만기에 산 값보다 적게 돌려받으므로 YTM이 표면금리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표면금리 몇 %'만 보고 채권을 고르면 안 됩니다. 지금 얼마에 사느냐에 따라 실제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YTM이 유난히 높다면 그것도 신호입니다. 가격이 그만큼 싸다는 뜻이고, 싼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표면금리는 '매년 통장에 들어오는 현금'을, YTM은 '만기까지 들고 갈 때의 총수익'을 알려줍니다. 용도가 다른 두 지표이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듀레이션은 만기가 아니라 평균 회수 시점입니다

많은 사람이 만기와 듀레이션을 같은 말로 씁니다. 둘은 다릅니다.

만기(maturity)는 원금을 최종적으로 돌려받는 날까지의 기간입니다. 반면 듀레이션(duration)은 채권에서 나오는 모든 현금흐름, 즉 중간에 받는 이자와 마지막 원금을 전부 고려해 '투자금을 평균적으로 언제쯤 회수하는가'를 시간으로 가중평균한 값입니다.

비밀은 중간에 받는 이자에 있습니다. 이자를 주는 채권은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중간중간 현금이 들어오고, 그 시점들이 평균 회수 시기를 앞으로 당깁니다. 그래서 듀레이션은 만기보다 짧거나 같습니다. 만기에 딱 한 번만 현금이 들어오는 무이표채(제로쿠폰)에서만 듀레이션이 만기와 정확히 같아집니다. 같은 만기라도 이자를 많이 주는 채권일수록 듀레이션이 짧고, 이자가 적을수록 길어집니다.

듀레이션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금리 민감도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변할 때 채권 가격의 변동률은 대략 '수정듀레이션 × 금리 변화'만큼이고, 방향은 반대입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도 듀레이션을 "the sensitivity of a bond's price to a 1 percent change in interest rates", 즉 금리가 1% 변할 때의 가격 민감도로 설명합니다.

대략적인 감을 잡는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기 2년 채권: 듀레이션 약 1.9 → 금리 1% 상승 시 가격 약 1.9% 하락

만기 10년 채권: 듀레이션 약 8.5 → 금리 1% 상승 시 가격 약 8.5% 하락

만기 30년 채권: 듀레이션 약 20 → 금리 1% 상승 시 가격 약 20% 하락

채권형 펀드나 ETF도 평균 듀레이션을 공시하므로, 그 숫자로 금리 민감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측 — 듀레이션이 다른 세 국채 ETF가 겪은 일

위의 근사식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우리 가격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기 구간만 다르고 신용위험은 사실상 같은 미국 국채 ETF 셋을 나란히 놓으면, 듀레이션의 효과만 남습니다.

미국 금리가 급등한 2022년 한 해 동안, 배당 재투자를 반영한 조정 종가 기준으로 만기 20년 이상 장기국채 ETF인 TLT는 -31.24%, 만기 7~10년 중기국채 ETF인 IEF는 -15.16%, 만기 1~3년 단기국채 ETF인 SHY는 -3.88%였습니다. 같은 금리 상승을 맞고도 손실 폭이 여덟 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부도 위험 때문이 아니라 오직 듀레이션 차이 때문입니다.

장기채가 감수하는 위험의 크기는 전체 기간으로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TLT의 데이터가 시작되는 2002년 7월 30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6,060거래일을 훑으면, TLT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48.35%였고, 본전을 되찾으려면 +93.6%가 필요했습니다. 고점은 2020년 8월 4일, 저점은 2023년 10월 19일입니다. 그리고 2026년 8월 31일까지도 그 고점을 다시 넘지 못했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1,524거래일(약 6.1년)입니다.

그에 비해 같은 기간 SHY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5.71%였고, 본전까지 필요한 상승은 +6.1%였습니다. 저점은 2022년 10월 20일이었고 이전 고점을 회복한 날은 2024년 6월 3일로, 저점에서 19.4개월이 걸렸습니다.

같은 국채인데 한쪽은 절반 가까이 빠져 아직 회복하지 못했고, 다른 한쪽은 6% 남짓 빠졌다가 2년 안에 돌아왔습니다. '국채는 안전하다'는 문장이 만기를 빼놓고는 성립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위 수치는 이 사이트가 보관한 일별 조정 종가로 계산했습니다. 달러 기준이며 환율·세금·거래비용은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볼록성 — 직선 근사가 어긋나는 방향

듀레이션 근사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리면 직선이 아니라 부드럽게 휘어진 곡선이기 때문입니다.

듀레이션은 이 곡선을 한 점에서 직선으로 근사한 것입니다. 금리가 조금만 움직일 때는 꽤 정확하지만, 크게 움직이면 실제 곡선과 직선 사이에 오차가 생깁니다. 볼록성(convexity)은 바로 이 곡선이 휘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듀레이션이 1차 근사라면 볼록성은 그 위에 얹는 2차 보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오차의 방향입니다. 옵션이 붙어 있지 않은 일반 채권은 양(+)의 볼록성을 가집니다. 같은 크기로 금리가 움직여도 가격이 오를 때(금리 하락)의 상승폭이, 가격이 내릴 때(금리 상승)의 하락폭보다 큽니다. 다시 말해 듀레이션만으로 계산하면 금리 상승 시 손실은 실제보다 크게 나오고(과대추정) 금리 하락 시 이익은 실제보다 작게 나옵니다(과소추정). 내려갈 땐 브레이크가 살짝 걸리고 올라갈 땐 가속이 붙는 성질입니다.

다만 모든 채권이 이 유리한 비대칭을 갖지는 않습니다. 발행사가 중간에 갚아버릴 수 있는 콜옵션부 채권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묶은 채권(MBS)은 음(-)의 볼록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음의 볼록성은 금리가 내려 좋아야 할 상황에서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불리한 성질입니다. 그래서 채권을 볼 때는 조기상환 같은 옵션이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볼록성 수치를 직접 계산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초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세 가지 사실입니다. 듀레이션은 근사치라는 것, 금리가 크게 움직이면 오차가 커진다는 것, 그리고 일반 채권에서는 그 오차가 대체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방향이라는 것입니다.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넣는 이유, 그리고 2022년의 예외

채권의 역할은 수익 극대화가 아닙니다. 대체로 세 가지 목적으로 담습니다.

1. 주식 하락 시 완충: 경기 침체기에는 금리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채권 가격이 오릅니다. 주식이 폭락할 때 채권이 오르면 포트폴리오 전체 하락폭이 줄어듭니다.

2. 안정적 현금흐름: 이자 수입(쿠폰)이 정기적으로 들어옵니다.

3. 재조정 재원: 주식이 빠졌을 때 오른 채권을 팔아 주식을 살 재원이 됩니다.

다만 이 셋은 '경기 침체로 금리가 내릴 때'를 전제로 합니다. 물가가 치솟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하게 올리는 국면에서는 전제가 무너집니다. 실제로 2022년에는 주식과 채권이 함께 내렸습니다. 앞에서 본 대로 그해 TLT는 -31.24%였고, 같은 해 S&P 500 ETF인 SPY도 -18.18%였습니다. 채권이 항상 주식의 반대로 움직인다는 믿음은 그해에 깨졌습니다.

이 글은 어떤 만기의 채권을 사라거나 팔라고 권하지 않으며, 금리의 방향도 예측하지 않습니다. 듀레이션은 미래를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감수하는 변동의 크기를 미리 가늠하는 도구입니다. 본문의 낙폭·회복 기간은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기록일 뿐이며, 앞으로 같은 폭이 반복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조건을 직접 넣어 확인하려면 아래 계산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채권은 안전자산이라던데 왜 손실이 나나요?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발행자가 부도나지 않는 한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받습니다. 반면 만기 전에 팔면 그때의 시장 가격으로 팔아야 합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장기국채 ETF인 TLT는 2020년 8월 고점에서 2023년 10월 저점까지 -48.35%까지 빠졌고, 2026년 8월 31일까지도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Q. 듀레이션이 크면 무조건 나쁜 건가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금리 민감도의 문제입니다. 듀레이션이 크면 금리가 오를 때 더 크게 떨어지지만, 금리가 내릴 때는 더 크게 오릅니다. 감당할 수 있는 변동성의 크기가 판단 기준입니다.

Q. 듀레이션 근사식은 항상 정확한가요?

작은 금리 변화에서는 꽤 잘 맞지만, 크게 움직이면 오차가 생깁니다. 가격과 금리의 관계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볼록성)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계산이 아니라 대략적인 감을 잡는 근사로 이해해야 합니다.

Q. 표면금리는 왜 보나요? YTM만 보면 되지 않나요?

표면금리는 매년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는 현금을 알려주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합니다. 이자 수입으로 생활비를 쓰려는 경우라면 표면금리가 직접적인 관심사입니다. 반면 만기까지 들고 갈 때의 총수익을 비교하려면 YTM이 더 정확합니다.

Q. 볼록성이 크면 무조건 좋은 채권인가요?

양의 볼록성은 유리한 성질이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채권이 되지는 않습니다. 발행자의 신용도, 수익률, 만기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하며, 콜옵션부 채권처럼 음의 볼록성을 가진 경우엔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듀레이션#볼록성#만기수익률#표면금리#금리위험#국채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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