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 개념10분 읽기

원금이 2배·3배 되는 시간을 암산하는 법

2000년 1월 3일, 미국 S&P 500을 담은 상품을 산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72의 법칙대로라면 연 10% 남짓의 장기 평균 수익률에서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데 7년쯤 걸려야 했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그 사람의 원금이 실제로 두 배가 된 날은 2016년 7월 12일이었습니다. 16.5년이 걸린 것입니다. 이 글은 그 법칙이 어떻게 나왔고 어디서 어긋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19

나눗셈 한 번으로 끝나는 계산

72의 법칙은 복리로 불어나는 돈의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을 빠르게 추산하는 방법입니다.

공식은 이렇습니다. 두 배 되는 기간(년) ≈ 72 ÷ 연 수익률(%)

숫자를 넣어 보겠습니다.

연 4%: 72 ÷ 4 = 18년 후 두 배 연 6%: 72 ÷ 6 = 12년 후 두 배 연 7%: 72 ÷ 7 ≈ 10.3년 후 두 배 연 9%: 72 ÷ 9 = 8년 후 두 배 연 10%: 72 ÷ 10 = 7.2년 후 두 배 연 12%: 72 ÷ 12 = 6년 후 두 배 연 2%(예금): 72 ÷ 2 = 36년 후 두 배 연 1%(예금): 72 ÷ 1 = 72년 후 두 배

연 8%라면 72 ÷ 8 = 9년이니, 약 9년이면 100만 원이 200만 원이 된다는 뜻입니다. 계산기도 종이도 필요 없이 나눗셈 한 번으로 답이 나옵니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두 배까지 걸리는 시간이 확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반대로 수익률 1%포인트 차이가 장기에서 얼마나 큰 격차를 만드는지도 이 법칙으로 바로 보입니다. 연 6%로 굴리면 12년에 두 배, 36년 후 8배가 됩니다. 연 9%로 굴리면 8년에 두 배, 24년 후 8배입니다. 같은 결과에 도달하는 시간이 12년이나 차이 납니다. 수수료 1%를 아끼는 일이 왜 중요한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여기서 수익률은 물가·수수료·세금을 빼기 전의 명목 연복리 수익률입니다. 실제로 손에 쥐는 배수는 이보다 느리게 늘어납니다.

왜 하필 72일까

수학적으로 가장 정확한 숫자는 72가 아닙니다.

복리로 두 배가 되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면 자연로그가 등장합니다. 2가 되는 데 필요한 값은 ln(2) ≈ 0.693, 즉 69.3%입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가장 정확한 숫자는 69.3이고, 엄밀한 공식은 배가 기간 = ln(2) ÷ ln(1 + 수익률)입니다.

그런데도 72가 더 유명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72는 2, 3, 4, 6, 8, 9, 12로 딱 나누어떨어져 암산하기가 아주 쉽습니다. 그리고 이자가 자주 붙지 않는 일반적인 연복리에서는 오히려 72가 실제에 더 가깝습니다.

정확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연 6~10% 구간에서는 오차가 2%도 안 될 만큼 잘 맞습니다. 특히 8%에서는 근사값 9년, 실제값 약 9.01년으로 거의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70과 69라는 사촌들

같은 아이디어를 조금 다른 숫자로 쓰기도 합니다. 방법은 똑같습니다. 해당 숫자를 수익률로 나누면 됩니다.

연 6%를 예로 들면 72÷6 = 12년, 70÷6 ≈ 11.7년, 69÷6 ≈ 11.5년입니다. 어느 숫자를 쓰느냐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쓰임은 조금씩 갈립니다. 이자가 아주 자주 붙는 연속복리에서는 69, 또는 69.3이 정확합니다. 반면 물가나 인구 증가율처럼 낮은 비율의 배가시간을 어림할 때는 70을 자주 씁니다. 예를 들어 물가가 매년 3.5%씩 오르면 70÷3.5 = 20년 뒤 물가가 두 배가 되고 돈의 구매력은 절반이 됩니다.

72도 물가에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연 3%라면 72÷3 = 24년 뒤 돈의 가치가 절반이 됩니다. 복리는 자산을 불리기도 하고 물가로 내 돈의 가치를 깎기도 합니다.

세 법칙의 차이는 대부분 아주 작아서 암산할 때는 나누기 편한 것을 고르면 됩니다. 하나만 외운다면 72가 가장 실용적입니다.

3배는 114, 4배는 144

같은 아이디어를 3배·4배로 확장한 것이 114와 144의 법칙입니다.

2배 되는 시간 ≈ 72 ÷ 수익률(%) 3배 되는 시간 ≈ 114 ÷ 수익률(%) 4배 되는 시간 ≈ 144 ÷ 수익률(%)

연 8%로 놓고 나란히 대보면 2배는 72 ÷ 8 = 약 9년, 3배는 114 ÷ 8 = 약 14.3년, 4배는 144 ÷ 8 = 약 18년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배수가 하나 오를수록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연 10%로 계산하면 2배는 약 7.2년, 3배는 약 11.4년, 4배는 약 14.4년입니다. 2배에서 3배로 가는 데는 4.2년이 걸리지만 3배에서 4배로 가는 데는 3년밖에 안 걸립니다. 복리가 뒤로 갈수록 빨라지는 눈덩이 효과를 숫자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숫자들도 마법이 아닙니다. 3배가 되는 순간은 (1+r)의 기간 제곱이 3이 되는 때이고, 양변에 자연로그를 취하면 기간 = ln(3) ÷ ln(1+r)이 됩니다. ln(3)은 약 1.0986이라 100을 곱하면 약 110이 나오고, 여기에 중간 이자율 구간의 오차를 보정해 외우기 좋은 114를 씁니다. 같은 원리로 4배는 ln(4) ≈ 1.386에서 약 144가 나옵니다.

근사식이라 만능은 아닙니다. 72·114·144는 수익률이 8% 부근일 때 가장 정확하고 거기서 멀어질수록 오차가 커집니다.

단리와 복리는 20년 뒤에 갈립니다

이 모든 계산의 전제는 복리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투자자 용어집은 복리를 원금과 누적된 이자에 대해 지급되는 이자라고 짧게 정의합니다. 이 한 줄에 앞의 모든 법칙이 들어 있습니다. 반면 단리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습니다. 1,000만원에 연 10% 단리라면 매년 100만원씩 이자가 생깁니다.

반면 복리는 이자에도 이자가 붙습니다. 1년 후 이자 100만원이 원금에 합산되어 1,100만원이 되고, 2년 후에는 1,100만원의 10%인 110만원이 이자가 됩니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집니다. 20년 후를 비교하면 단리는 1,000만원이 3,000만원이 되어 2,000만원의 이익이지만, 복리는 6,727만원이 되어 5,727만원의 이익입니다. 복리 쪽이 두 배 이상 많습니다.

눈덩이는 후반에 커집니다

복리의 진짜 힘은 후반부에 나타납니다. 연 7% 수익률로 1,000만원을 굴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0년 후: 1,967만원 20년 후: 3,870만원 (10년에서 20년 사이 1,903만원 증가) 30년 후: 7,612만원 (20년에서 30년 사이 3,742만원 증가) 40년 후: 14,974만원 (30년에서 40년 사이 7,362만원 증가)

10년 차보다 40년 차에 네 배 가까이 빠르게 불어납니다. 10년 늦게 시작한 것이 투자금을 반으로 줄인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이 효과를 누리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재투자입니다. 수익이 생겼을 때 소비하지 않고 다시 넣어야 복리가 작동합니다. 주식이라면 배당을 재투자하거나 오른 것을 팔지 않는 것이 조건입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언제 두 배가 됐을까

여기까지가 이론입니다. 이제 실제 데이터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미국 S&P 500 지수는 1926년 이후 배당까지 포함하면 대략 연 10% 내외, 출처에 따라 10~10.5% 범위의 명목 수익률을 기록해 온 것으로 인용됩니다. 이 값을 그대로 넣으면 72 ÷ 10 = 약 7년마다 두 배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우리 데이터로 배당이 재투자된 S&P 500 상품인 SPY를 계산하면 1993년 1월 29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33.6년 동안 총수익 +3,081.1%, 연평균 10.85%입니다. 72를 10.85로 나누면 약 6.6년이 나옵니다. 여기까지는 법칙과 현실이 잘 맞습니다.

문제는 언제 시작했느냐입니다. 같은 데이터로 시작 시점을 바꿔가며 원금이 처음 두 배가 된 날을 찾아봤습니다.

1993년 1월 29일에 시작했다면 1997년 2월 12일에 두 배가 됐습니다. 약 4.0년입니다. 2000년 1월 3일에 시작했다면 2016년 7월 12일에 두 배가 됐습니다. 약 16.5년입니다. 2009년 3월 9일에 시작했다면 2011년 2월 1일에 두 배가 됐습니다. 약 1.9년입니다. 2013년 1월 2일에 시작했다면 2017년 12월 11일에 두 배가 됐습니다. 약 4.9년입니다.

법칙이 말한 6.6년과 실제 값은 1.9년에서 16.5년까지 흩어졌습니다. 평균은 맞았지만 개인의 경험은 시작 날짜 하나로 여덟 배 넘게 갈렸습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이 상품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55.19%로, 2007년 10월 9일 고점에서 2009년 3월 9일 저점까지였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1,656거래일, 한 해 약 252거래일로 환산하면 약 6.6년입니다. 두 배가 되기를 기다리는 시간과 본전을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같았던 셈입니다.

낙폭의 산수는 특히 잔인합니다. -50%에서 본전까지는 +100%가 필요합니다. 절반을 잃으면 두 배가 올라야 제자리라는 뜻이고, 그 두 배는 앞서 본 72의 법칙으로 다시 몇 년이 걸립니다.

SPY 수치는 배당과 분할이 반영된 종가 기준입니다. 특정 상품의 매수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법칙과 현실의 거리를 보여주기 위한 예시입니다.

숫자에 취하지 않으려면

이 법칙들은 복리의 속도감을 잡는 데는 훌륭하지만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첫째, 수익률은 보장된 값이 아닙니다. 연 8%는 계산을 위한 가정일 뿐 미래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이 글의 수치도 예측이 아니라 예시입니다.

둘째, 가는 길이 평탄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세 배가 됐더라도 그 사이 -30%, -50%의 하락과 몇 년씩 원금을 밑도는 손실 기간을 거의 반드시 지나갑니다. 평균 수익률만 보고 직선으로 오를 것이라 착각하면 하락장에서 버티지 못합니다.

셋째, 실질 배수는 더 느립니다. 물가 상승, 매매·운용 수수료, 세금, 해외 자산이라면 환율까지 빼고 나면 진짜 몇 배는 명목 계산보다 뒤처집니다.

그리고 근사식에는 정직한 한계가 있습니다. 수익률이 아주 높거나 낮으면 오차가 커집니다. 연 20%라면 72 ÷ 20 = 3.6년이 나오지만 정확히 계산하면 약 3.8년입니다. 조금 짧게 나오는 것입니다. 대략 5~10% 구간에서 어림잡는 용도로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식 투자에도 복리가 적용되나요?

두 가지 형태로 적용됩니다. 주가가 오르면 오른 가격에서 다시 오르는 효과가 있고, 배당을 재투자하면 보유 주식 수가 늘어 효과가 커집니다. 다만 주식은 예금처럼 확정 이자가 없어 수익률이 매년 달라집니다.

Q. 72의 법칙의 한계는 무엇인가요?

근사값이라는 점입니다. 수익률이 매우 높거나 낮을 때 오차가 커지고, 매년 수익률이 일정하다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같은 S&P 500 상품이라도 시작 시점에 따라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데 1.9년에서 16.5년까지 걸렸습니다. 대략적인 감각을 잡는 용도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Q. 5배, 10배가 되는 법칙도 있나요?

따로 외우기보다 원리를 쓰면 됩니다. 기간 = ln(배수) ÷ ln(1+수익률)로 아무 배수나 계산할 수 있습니다. 굳이 상수로 만들면 5배는 약 168, 10배는 약 240에 가깝습니다. 다만 배수가 커질수록, 수익률이 8%에서 멀수록 근사 오차가 커집니다.

Q. 적금 이자에도 이 법칙을 쓸 수 있나요?

복리 구조일 때 잘 맞습니다.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단리라면 실제로는 더 오래 걸립니다. 또 세금을 떼고 난 세후 수익률로 계산해야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Q. 물가상승률에도 적용되나요?

돈의 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을 어림할 수 있습니다. 물가가 연 3%씩 오르면 72÷3 = 24년 만에 구매력이 절반이 되고, 연 3.5%라면 70÷3.5 = 20년입니다. 자산이 물가 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자료

#복리#72의법칙#배가시간#114의법칙#144의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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