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낙폭과 회복 — 얼마나 깊이, 얼마나 오래
장이 끝난 2009년 3월 9일 저녁, 미국 주식형 계좌를 연 사람은 2007년 10월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숫자를 봤습니다. 그 계좌가 원래 자리로 돌아온 날은 2012년 8월 16일입니다. 사이에 869거래일이 있었습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19
MDD란 무엇인가
MDD(Maximum Drawdown, 최대 낙폭)는 투자 기간 중 고점에서 저점까지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가 1,000만원에서 출발해 1,500만원 고점을 찍은 뒤 750만원까지 떨어졌다면, MDD는 고점 대비 -50%입니다.
단순히 얼마나 손실을 봤느냐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버텨야 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수익률과 함께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용어를 하나 정리해 두겠습니다. '최대 낙폭'은 전체 기간 값에만 쓰는 말입니다. 특정 구간을 잘라 계산한 값은 최대 낙폭이 아니라 '그 구간의 고점에서 저점까지 몇 퍼센트'라고 불러야 정확합니다. 기간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값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50%가 왜 +100%를 요구하나
100만원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여기서 -50%면 50만원이 남습니다. 이 50만원이 다시 100만원이 되려면 두 배가 돼야 하므로 +100%가 필요합니다.
왜 +50%가 아닐까요. 손실은 원래 있던 10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회복은 남은 5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손실이 난 시점에 이미 내 돈이 줄어 있으므로, 줄어든 금액을 기준으로 다시 올라야 합니다.
낙폭을 D라고 하면 원금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은 D ÷ (1 − D)입니다. -50%를 넣으면 0.5 ÷ (1 − 0.5) = 0.5 ÷ 0.5 = 1.0, 즉 +100%가 나옵니다.
낙폭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0%는 +11.1%, -20%는 +25%, -25%는 +33.3%, -30%는 약 +43%, -50%는 +100%, -75%는 +300%, -80%는 +400%, -90%는 +900%입니다. 낙폭이 두 배가 되면 회복 부담은 두 배가 아니라 몇 배로 뜁니다.
그렇다면 -100%는 어떨까요. 분모가 0이 되어 계산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자산 가치가 0이 되면 그 이후 아무리 퍼센트가 올라도 0에 곱해질 뿐이라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개별 종목의 상장폐지가 무서운 이유이자 분산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 가지 시간을 구분한다
낙폭 이야기를 할 때 헷갈리기 쉬운 세 가지 시간이 있습니다.
첫째, 하락 기간입니다. 고점을 찍은 뒤 바닥까지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둘째, 회복 기간입니다. 바닥에서 다시 예전 고점 수준으로 올라오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셋째, 손실 지속 기간(Time Underwater)입니다. 고점을 깨고 내려간 뒤 그 고점을 다시 넘어설 때까지의 전체 시간으로, 앞의 둘을 합한 값입니다.
계좌가 1,500만원 고점을 찍고 쭉 떨어졌다가 3년 뒤에야 다시 1,500만원을 넘겼다면 손실 지속 기간은 3년입니다. 그동안 계속 물속(underwater)에 있었던 셈입니다.
최대 낙폭이 깊이를 잰다면 이 시간들은 얼마나 오래 아팠는지를 잽니다. 둘은 완전히 다른 질문이고, 함께 봐야 위험의 전체 모습이 보입니다.
주의할 단위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 계산에서 손실 지속 기간은 달력일이 아니라 거래일로 셉니다. 주말과 휴일에는 가격 행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해는 약 252거래일입니다. 그래서 1,000거래일은 약 4년입니다. 이 단위를 달력일로 착각하면 손실 기간이 실제보다 31%가량 짧게 읽힙니다.
역사 — 깊이와 시간은 비례하지 않는다
널리 인용되는 역사 수치부터 정리하겠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S&P 500은 2007년 10월 고점에서 2009년 3월 저점까지 -56.8% 내렸고, 원금 회복까지 52개월, 약 4.3년이 걸렸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에서 S&P 500은 -49.1% 내렸고 회복까지 84개월, 약 7년이 걸렸습니다. 나스닥은 5,048에서 -77.9%까지 훨씬 심각했고, 2000년 고점 회복에 15년이 걸려 2015년에야 넘어섰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에서는 약 -34%, 정확히는 -33.9% 하락에 33일 만의 약세장 진입이었지만, 회복은 5개월로 역사상 가장 빠른 축에 들었습니다.
필요 수익률로 바꿔 보면 무게가 달라집니다. 나스닥의 -78% 낙폭을 메우려면 필요한 상승률이 약 +350%입니다. 실제로 그 상승률이 채워지는 데 15년이 걸렸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이 나옵니다. 더 깊게 빠진 2008년(-55~57%)이 오히려 더 빨리 회복했고, 덜 깊었던 닷컴(-47~49%)은 회복에 더 오래 걸렸습니다. 낙폭의 깊이와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회복 속도는 낙폭 크기뿐 아니라 경제 회복 속도와 시장 구성에 좌우됩니다.
가장 긴 기록은 1929년입니다. 다우지수는 1929년 9월 고점을 명목 기준으로 회복하기까지 25년이 걸려 1954년에야 넘어섰습니다. 다만 배당 재투자와 당시의 물가 하락을 반영하면 실질 회복 시점은 이보다 빨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용 수치는 자료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닷컴 회복은 대략 73개월, 즉 약 6년으로 잡는 자료도 있고 2008년 회복은 대략 53개월로 잡는 자료도 있습니다. 어느 지수를, 일별로 잴지 월별로 잴지, 배당을 넣을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데이터로 재보면 — 기준이 답을 바꾼다
그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를 우리 데이터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 가지 기준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하나는 배당을 빼고 계산하는 가격 지수(^GSPC)이고, 다른 하나는 배당과 분할을 반영해 조정한 미국 대형주 ETF(SPY)입니다.
2008년 위기를 보겠습니다. 가격 지수 기준으로는 2007년 10월 9일 고점 1,565.2에서 2009년 3월 9일 저점 676.53까지 -56.78% 하락했고, 고점을 다시 넘은 날은 2013년 3월 28일이었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구간은 1,375거래일, 약 5.5년입니다. 본전까지 필요했던 상승률은 +131.4%입니다.
같은 고점 날짜를 배당 재투자 기준으로 재면 -55.19%이고, 회복일은 2012년 8월 16일입니다. 고점 아래 구간은 1,223거래일, 약 4.9년입니다. 본전까지 필요했던 상승률은 +123.2%로 조금 낮습니다.
같은 사건인데 물속 기간이 152거래일, 약 7개월 차이가 납니다. 배당을 재투자했는지 아닌지가 그만큼의 시간을 바꾼 것입니다.
닷컴 구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 지수 기준으로 2000년 3월 24일 고점 1,527.5에서 2002년 10월 9일 저점 776.76까지 -49.15%인데, 배당 재투자 기준으로는 -47.52%였습니다. 널리 인용되는 '-47~49%'라는 범위가 어디서 나오는지가 여기서 설명됩니다.
차이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구간은 그 이후 10년입니다. 2000년 3월 24일 고점에서 2011년 12월 30일까지, 가격 지수 기준 수익률은 -17.7%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을 배당 재투자 기준으로 재면 +1.1%입니다. 부호가 뒤집힙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을 쓸 때 어느 기준인지 밝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계산 근거: data/raw/macro/GSPC.csv, data/raw/us_stocks/SPY.csv.)
가장 긴 물속 — 나스닥 100과 코스닥
우리 데이터에서 물속 기간이 가장 길었던 사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스닥 100 ETF(QQQ)의 1999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은 -82.96%이고, 본전까지 필요했던 상승률은 +487.0%입니다. 2000년 3월 27일 고점에서 2002년 10월 9일 저점까지 떨어진 뒤 그 고점을 다시 넘은 날은 2015년 2월 20일, 저점에서 148.4개월, 약 12.4년이 걸렸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구간은 3,747거래일, 약 14.9년입니다.
같은 데이터에서 SPY의 가장 긴 물속 구간은 2000년 3월 24일 고점 이후 1,656거래일, 약 6.6년이었습니다. 2008년 위기의 1,223거래일보다 오히려 깁니다. 더 깊은 상처가 더 오래 아픈 것은 아니라는 말이 같은 자산 안에서도 확인됩니다.
회복하지 못한 사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코스닥 지수의 최대 낙폭은 -90.8%이고, 본전까지 필요한 상승률은 +985.2%입니다. 2000년 3월 10일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6,519거래일, 약 25.9년이며, 이 지수는 아직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회복 기록만 모아 보면 시장은 늘 돌아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회복하지 못한 지수를 같은 화면에 놓아야 그 착시가 걷힙니다.
그래서 무엇을 정해야 하나
장기 투자에서 낙폭은 피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느냐입니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큰 낙폭을 겪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1년 투자와 20년 투자 중 더 큰 낙폭을 만날 확률이 높은 쪽은 20년입니다. 다만 장기 투자는 회복할 시간도 함께 허용합니다.
다각화된 주식 포트폴리오의 역사적 낙폭은 대체로 20~60% 범위에 들어옵니다. 개별 종목이라면 -80% 이상도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은퇴가 가까운 사람에게는 회복 기간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자산을 팔아 생활비를 써야 하는데 시장이 몇 년째 물속이라면, 회복을 기다릴 여유 자체가 없습니다. 이것을 수익률 순서 위험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투자 전에 두 가지를 숫자로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몇 퍼센트까지 견딜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몇 년 동안 원금 아래에서 팔지 않을 수 있는가.
대부분의 손절은 저점이 아니라 그 지루한 물속 구간에서 일어납니다. 낙폭의 깊이는 각오하면서 시간은 과소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특정 자산을 권하거나 미래 회복 시점을 예측하지 않습니다. 과거 낙폭이 짧았다고 앞으로도 짧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지표들은 예측 도구가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미리 가늠하기 위한 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상적인' MDD는 얼마인가요?
다각화된 주식 포트폴리오라면 역사적으로 20~30%의 낙폭은 비교적 흔합니다. 50% 이상은 드물지만 금융위기 수준에서는 발생합니다. 개별 주식은 -80% 이상도 드물지 않습니다. 정상 범위는 자산의 특성과 기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Q. MDD와 변동성(표준편차)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변동성은 가격 변동의 평균적인 크기를 나타내고, MDD는 최악의 단일 사례를 나타냅니다. 변동성이 낮아도 꾸준히 흘러내리면 MDD가 클 수 있고, 변동성이 높아도 급락 뒤 빠르게 회복하면 MDD는 작을 수 있습니다.
Q. 손실 지속 기간과 회복 기간은 같은 말인가요?
다릅니다. 회복 기간은 저점에서 원래 고점까지 올라오는 시간을 뜻하고, 손실 지속 기간은 고점을 깬 순간부터 그 고점을 다시 넘을 때까지의 전체 기간을 뜻합니다. 손실 지속 기간이 하락 구간까지 포함해 더 깁니다.
Q. 낙폭이 크면 손실 지속 기간도 항상 긴가요?
아닙니다. 우리 데이터에서도 SPY의 2000년 고점 이후 물속 구간이 1,656거래일로, 낙폭이 더 컸던 2008년 고점 이후의 1,223거래일보다 깁니다. 회복 속도는 낙폭 크기 외에 경제 회복 속도와 시장 구성에도 좌우됩니다.
Q.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과 '시간'은 다른 건가요?
다릅니다. 필요 수익률은 순수한 산수여서 -50%면 +100%로 정해져 있지만, 그 수익률이 실제로 채워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달에서 십수 년까지 달라집니다. 2020년 코로나 폭락은 5개월이었고 나스닥 닷컴 붕괴는 15년이었습니다.
Q. 작은 손실은 신경 안 써도 되나요?
작은 손실일수록 회복 부담이 작은 것은 맞습니다. -10%는 +11.1%면 회복되니까요. 다만 손실이 반복해 쌓이면 결국 하나의 큰 낙폭처럼 작동합니다. 수수료·세금·환율 같은 비용도 조용히 낙폭을 키우므로 누적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참고자료
- Stock Market Crash of 1929 — Federal Reserve History (Federal Reserve System)
- The Great Depression — Federal Reserve History (Federal Reserve System)
- Business Cycle Dating —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