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지표12분 읽기

낙폭으로 위험을 재는 세 가지 자 — 얼서 인덱스·페인 인덱스·칼마 비율

44.02 와 16.10. 우리 가격 데이터로 2000년 1월 3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계산한 QQQ 와 SPY 의 얼서 인덱스입니다. 같은 기간 두 자산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8.58% 와 +8.32% 로 0.26%p 밖에 차이 나지 않았는데, 고점 아래에 잠겨 있던 고통의 크기는 2.7배 벌어졌습니다. 수익률 한 줄만 보면 보이지 않는 이 격차를 숫자로 잡아내는 것이 오늘 다룰 세 지표입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44.02 라는 숫자는 무엇을 센 것인가

얼서 인덱스(Ulcer Index)는 이름부터 노골적입니다. 얼서는 위궤양이라는 뜻입니다. 계좌가 고점에서 미끄러져 한참 회복되지 않을 때 느끼는 속쓰림을 그대로 지표 이름에 붙인 것입니다.

만든 사람은 피터 마틴(Peter G. Martin)입니다. 1987년에 고안했고, 1989년 바이런 매캔과 함께 쓴 《The Investors Guide to Fidelity Funds》에서 처음 소개했습니다. 원래 뮤추얼펀드를 평가하려고 만든 지표라, 출발점부터 위험이란 곧 손실이라는 관점이 뚜렷합니다. 오르는 것은 위험이 아니고, 진짜 아픈 것은 떨어져서 오래 못 올라오는 것이라는 발상입니다.

계산 아이디어는 세 단계로 끝납니다. 첫째, 각 시점마다 그 시점까지의 최고점 대비 몇 퍼센트 떨어졌는지를 구합니다. 신고가라면 0% 입니다. 둘째, 그 낙폭을 각각 제곱합니다. 셋째, 제곱값들을 평균 낸 뒤 제곱근을 씌웁니다. 식으로 쓰면 UI = √((낙폭1의 제곱 + 낙폭2의 제곱 + … + 낙폭N의 제곱) / N) 입니다.

제곱이 핵심입니다. 제곱을 하면 작은 낙폭은 별로 커지지 않지만 큰 낙폭은 확 커집니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자산보다 가끔 크게 무너지는 자산에 훨씬 무거운 벌점이 붙는 구조입니다. 값이 0 에 가까울수록 마음이 편했다는 뜻이고, 클수록 속을 많이 썩였다는 뜻입니다.

표준편차가 놓치는 것 — 깊이가 아니라 시간

가장 널리 쓰이는 위험 지표인 표준편차는 오르는 움직임과 내리는 움직임을 똑같이 위험으로 셉니다. 그런데 자산이 갑자기 20% 오른 것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기쁨인데도, 표준편차는 그것마저 위험이 크다고 계산합니다.

얼서 인덱스는 이 지점을 다르게 봅니다. 상승은 아예 세지 않고 고점에서 떨어진 낙폭만 측정합니다. 그래서 하방 위험 지표로 분류됩니다.

차이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얼서 인덱스는 낙폭의 깊이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잠겨 있었는지까지 반영합니다. -30% 가 한 달 만에 회복된 경우와 -20% 지만 3년을 물속에 있었던 경우라면, 뒤쪽이 더 괴로울 수 있습니다. 표준편차는 이 시간의 고통을 거의 잡지 못하지만 얼서 인덱스는 잡습니다. 매 시점의 낙폭을 전부 세기 때문에, 물속에 오래 있을수록 0 이 아닌 값이 계속 쌓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데이터가 이 차이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같은 2000년 1월 3일~2026년 8월 31일 구간에서 QQQ 의 연 변동성은 22.95%, SPY 는 15.13% 로 1.5배 차이였습니다. 그런데 얼서 인덱스는 44.02 대 16.10 으로 2.7배까지 벌어졌습니다. 표준편차로 보면 조금 더 출렁이는 자산인데, 낙폭의 깊이와 지속시간으로 보면 전혀 다른 등급이 되는 것입니다.

QQQ 의 최대낙폭은 -82.96%(2000-03-27 고점 → 2002-10-09 저점)로, 저점에서 이전 고점을 되찾기까지 148.4개월이 걸렸습니다. 고점 아래에 연속으로 머문 최장 구간은 3,747거래일, 한 해의 거래일 수(약 252일)로 나누면 약 14.9년입니다. 이 값들이 얼서 인덱스를 44 대까지 끌어올린 실체입니다.

페인 인덱스 — 제곱 대신 그냥 평균

페인 인덱스(Pain Index)는 얼서 인덱스와 아주 가까운 친척입니다. 매 시점의 낙폭을 구하는 데까지는 똑같고, 그다음에 제곱하지 않고 그대로 평균만 냅니다.

· 페인 인덱스: 매 시점 낙폭의 산술 평균 · 얼서 인덱스: 매 시점 낙폭을 제곱해 평균 낸 뒤 제곱근(제곱평균제곱근, RMS)

둘 다 평소 얼마나 깊고 오래 물속에 있었나를 하나의 숫자로 요약합니다. 차이는 얼서 인덱스가 제곱을 쓰기 때문에 깊은 낙폭에 더 큰 벌점을 준다는 점이고, 페인 인덱스는 단순 평균이라 조금 더 직관적입니다.

우리 데이터로 같은 구간을 계산하면 SPY 의 페인 인덱스는 10.72, QQQ 는 33.40 입니다. 해석은 이렇습니다. 26년 8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SPY 는 고점보다 10.72% 아래에, QQQ 는 33.40% 아래에 앉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최대낙폭이 각오해야 할 최악의 한 번을 알려준다면, 페인 인덱스는 평상시 좌석의 높이를 알려줍니다.

두 자산의 최대낙폭이 같더라도 한쪽은 잠깐 찍고 금방 회복했고 다른 쪽은 몇 년째 물속에 머물렀다면, 후자의 페인 인덱스가 훨씬 큽니다. 실제 투자자가 느끼는 누적 고통은 최악의 한 점이 아니라 이 평균 높이에 가깝습니다.

페인 인덱스를 위험 척도로 쓰면 (수익률 − 무위험수익률) ÷ 페인 인덱스 형태의 페인 비율(Pain Ratio)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샤프 지수가 분모에 표준편차를 쓰는 자리에 페인 인덱스를 넣은 셈입니다.

칼마 비율 — 최악의 한 번으로 나누기

칼마 비율(Calmar Ratio)은 연평균 수익률(CAGR)을 최대낙폭(MDD)으로 나눈 값입니다. 내가 겪은 가장 큰 하락 대비 매년 얼마나 벌었는지를 재는 셈입니다.

어떤 자산이 연평균 12% 수익을 냈는데 중간에 -30% 까지 빠진 적이 있다면 칼마 비율은 12 ÷ 30 = 0.4 입니다. 같은 연 12% 인데 낙폭이 -6% 에 그쳤다면 12 ÷ 6 = 2.0 입니다. 수익률이 같아도 덜 흔들린 쪽의 점수가 훨씬 높습니다.

왜 하필 최대낙폭으로 나눌까요. 샤프 지수는 수익률이 얼마나 들쭉날쭉한지로 나누는데, 투자자가 실제로 못 견디는 것은 위로 튀는 변동이 아니라 계좌가 반토막 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칼마 비율은 그 가장 아팠던 순간을 위험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원래 헤지펀드나 상품 트레이딩 자문사(CTA)의 성과를 평가하려고 만들어졌고, 큰 수익률 뒤에 숨은 깊은 골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름의 유래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1991년 10월 미국의 자산운용가 테리 영(Terry W. Young)이 트레이드 저널 《Futures》에 처음 소개했고, Calmar 는 그의 회사이자 뉴스레터 이름인 CALifornia Managed Accounts Reports 의 앞글자를 딴 합성어입니다. 사람 이름도 수학 용어도 아닙니다. 원래 정의는 직전 36개월의 연평균 수익률을 같은 36개월의 최대낙폭으로 나누는 것이었고, 이는 기존 스털링 비율을 연 단위에서 월 단위 계산으로 바꾼 형태입니다.

실무에서 흔히 쓰는 대략적 기준은 이렇습니다. 3.0 이상이면 아주 우수, 1.0 ~ 3.0 이면 양호, 1.0 미만이면 최악의 낙폭을 메우는 데만 1년 넘게 걸린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것은 절대 진리가 아니라 관행일 뿐입니다.

최대낙폭(MDD)은 고점 대비 저점까지 가장 크게 떨어진 폭입니다. 개념이 헷갈리면 아래 관련 링크의 최대낙폭 편을 먼저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같은 자산인데 칼마 점수가 열 배 달라진다

칼마 비율의 가장 큰 약점은 단 하나의 최대낙폭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그 낙폭이 측정 기간 안에 들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점수가 통째로 바뀝니다.

우리 데이터로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QQQ 를 2000년 1월 3일~2026년 8월 31일 전 구간으로 재면 연평균 +8.58%, 최대낙폭 -82.96% 이므로 칼마 비율은 0.10 입니다. 그런데 칼마 비율의 원래 정의대로 최근 36개월, 즉 2023년 9월 1일~2026년 8월 31일만 잘라 재면 연평균 +24.55%, 그 구간 고점에서 저점까지 -22.77% 이므로 칼마 비율은 1.08 이 됩니다. 같은 자산인데 점수가 열 배 넘게 벌어집니다.

SPY 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구간 칼마 비율은 0.15 였지만 같은 최근 36개월 구간에서는 1.11 이었습니다. 두 자산 모두 1.0 이상, 즉 양호 구간으로 올라섭니다. 차이를 만든 것은 자산의 성질이 아니라 측정 창에 2000년대의 두 차례 폭락이 들어갔느냐 아니냐입니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분명합니다. 짧은 기간의 높은 칼마 비율은 안전해서가 아니라 아직 위기를 안 겪어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기간으로 쟀는지, 그 기간 안에 진짜 폭락장이 포함됐는지를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이트의 계산기에서 시작일과 종료일을 바꿔가며 같은 자산의 낙폭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통 대비 수익 — UPI(마틴 비율)

피터 마틴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얼서 인덱스로 위험을 쟀으니 그것으로 위험 대비 수익도 계산한 것입니다. 그것이 얼서 퍼포먼스 인덱스(UPI), 다른 이름으로 마틴 비율입니다.

UPI = (수익률 − 무위험수익률) ÷ 얼서 인덱스

샤프 지수가 분모에 표준편차를 쓴다면 UPI 는 그 자리에 얼서 인덱스를 넣습니다. 내가 겪은 속쓰림 한 단위당 초과수익을 얼마나 벌었는지를 보여주는 값입니다.

무위험수익률도 지어내지 않고 우리 데이터에서 뽑았습니다. 저장해 둔 미국 13주 국채 수익률 일별 시계열의 2000년 1월~2026년 8월 평균은 연 1.91% 입니다. 이 값을 넣으면 SPY 의 UPI 는 0.40, QQQ 는 0.15 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QQQ 의 연평균 수익률이 SPY 보다 높았는데도 UPI 는 절반 이하입니다. 같은 초과수익을 얻는 데 훨씬 더 많은 속쓰림을 지불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XLU(미국 유틸리티 섹터 ETF)의 얼서 인덱스는 14.77, UPI 는 0.41 이었습니다. 연평균 수익률은 +7.96% 로 셋 중 가장 낮았지만 고통 대비 효율로는 SPY 와 사실상 같았습니다. 수익률 순위와 고통 대비 효율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이 지표들을 굳이 계산하는 이유입니다.

세 지표의 공통 한계

얼서 인덱스든 페인 인덱스든 칼마 비율이든 전부 과거를 정리한 숫자입니다. 미래에 얼마나 아플지, 얼마를 벌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글도 특정 자산을 사거나 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세 지표에는 각각의 사각지대도 있습니다. 얼서 인덱스와 페인 인덱스는 값이 낮으면 좋아 보이지만, 아예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자산이 가장 낮은 값을 받습니다. 위험만 보고 수익을 안 보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고라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UPI 나 페인 비율처럼 수익과 함께 보는 형태가 필요합니다.

칼마 비율은 앞에서 본 대로 측정 기간에 극도로 민감합니다. 그리고 이론상 최대낙폭이 0 이면 0 으로 나누게 되어 무한대가 되지만, 현실에서 낙폭이 완전히 0 인 위험자산은 사실상 없습니다. 아주 짧은 기간이라 낙폭이 거의 없다면 그 점수는 안전의 증거가 아니라 표본이 짧다는 증거로 읽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자체의 한계를 밝힙니다. 위에 인용한 SPY·QQQ·XLU 수치는 배당을 재투자한 총수익 기준 종가로 계산했습니다. 배당을 빼고 가격만 보는 지수와는 값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우리 데이터에서 S&P 500 가격지수는 2000년 1월 3일부터 2011년 12월 30일까지 -13.6% 였지만, 배당까지 포함한 SPY 는 같은 구간 +7.0% 였습니다. 어느 쪽 기준인지를 밝히지 않으면 같은 자산을 두고 정반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얼서 인덱스 값이 낮으면 무조건 좋은 투자인가요?

낮다는 것은 과거에 마음이 덜 힘들었다는 뜻이지 수익이 높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예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자산은 얼서 인덱스가 아주 낮게 나옵니다. 위험만 보지 말고 수익까지 함께 봐야 하고, 그 둘을 한 번에 보는 것이 UPI(마틴 비율)입니다.

Q. 얼서 인덱스는 최대낙폭(MDD)과 같은 건가요?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최대낙폭은 가장 깊었던 골짜기 하나의 깊이만 말해 줍니다. 얼서 인덱스는 여러 낙폭을 전부 모아, 얼마나 깊었는지에 더해 얼마나 오래 물속에 있었는지까지 반영합니다. 그래서 최대낙폭이 같아도 회복이 느렸던 쪽의 얼서 인덱스가 더 높게 나옵니다.

Q. 페인 인덱스와 최대 낙폭 중 무엇을 봐야 하나요?

둘은 다른 질문에 답하므로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 낙폭은 각오해야 할 최악의 한 번을, 페인 인덱스는 평소에 얼마나 꾸준히 아플지를 알려줍니다. 최악의 순간을 견딜 수 있는지는 최대 낙폭으로, 지루한 물속 구간을 견딜 수 있는지는 페인 인덱스로 가늠합니다.

Q. 칼마 비율과 샤프 지수는 무엇이 다른가요?

둘 다 위험 대비 수익을 재지만 위험의 정의가 다릅니다. 샤프 지수는 수익률의 변동성 전체로 나누고, 칼마 비율은 고점 대비 가장 크게 떨어진 최대낙폭 하나로 나눕니다. 투자자가 겁먹고 파는 시점은 대개 큰 하락일 때라, 칼마 비율이 체감 고통을 더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Q. 이 지표들만 보면 안전한 종목을 고를 수 있나요?

아닙니다. 세 지표 모두 과거 데이터를 요약한 숫자일 뿐, 미래를 예측하거나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이 사이트도 사거나 팔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자산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속을 썩였는지를 비교하는 참고자료로는 유용합니다.

참고자료

#얼서 인덱스#페인 인덱스#칼마 비율#최대낙폭#하방 위험#위험조정수익률

이 개념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하기

직접 자산·기간·금액을 넣어 과거 데이터로 계산해보세요. 최대 낙폭과 손실 기간도 함께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