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이란 무엇인가 — 표준편차에서 변동성 군집까지
변동성과 위험은 흔히 같은 말처럼 쓰입니다. 그런데 변동성은 크게 오르는 것도 똑같이 '흔들림'으로 셉니다. 이 한 가지 차이에서 표준편차의 쓸모와 한계가 모두 나옵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변동성은 방향을 묻지 않는다
변동성(volatility)은 수익률이 평균에서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금융에서는 보통 수익률의 표준편차로 측정합니다.
쉽게 말하면 '가격이 얼마나 출렁이는가'를 숫자로 바꾼 것입니다. 평균 주위에서 오르내림이 크면 변동성이 높고, 조용히 평균 근처에 머무르면 낮습니다.
핵심은 변동성이 상승과 하락을 모두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크게 오르는 자산도, 크게 떨어지는 자산도 둘 다 '변동성이 높다'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변동성은 '위험'보다 '불확실성의 크기'에 가깝습니다.
실무에서 변동성과 표준편차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굳이 나누자면 변동성은 개념을 가리키는 넓은 말이고, 표준편차는 그 개념을 재는 구체적인 통계량입니다.
표준편차 — 평균에서 얼마나 흩어졌나
표준편차는 각 기간의 수익률이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제곱해 평균 낸 뒤, 다시 제곱근을 씌워 구합니다. 계산 절차보다 '평균에서 벗어난 정도의 대표값'이라는 감각이 더 중요합니다.
어떤 자산의 월 수익률이 매달 +1%로 거의 일정하다면 흩어짐이 없어 표준편차가 작습니다. 반대로 어떤 달 +15%, 어떤 달 -12%처럼 널뛰면 표준편차가 커집니다.
수익률이 종 모양(정규분포)을 따른다고 가정하면 표준편차로 '어느 범위에 얼마나 자주 머무는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평균 ±1 표준편차 안에 약 68%, ±2 표준편차 안에 약 95%, ±3 표준편차 안에 약 99.7%가 들어옵니다. 예를 들어 연평균 수익률 8%, 연 표준편차 15%인 자산이라면 대략 세 해 중 두 해는 -7%에서 +23% 사이에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규칙은 정규분포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주식 수익률은 극단값이 더 자주 나오는 팻테일이라, 68-95-99.7 규칙은 최악의 상황을 과소평가합니다.
분산과 표준편차 — 제곱과 제곱근
분산(variance)은 각 데이터가 평균에서 벗어난 정도를 제곱해서 평균 낸 값입니다.
왜 제곱할까요. 편차는 플러스도 있고 마이너스도 있어 그냥 더하면 서로 상쇄돼 0이 됩니다. 제곱해 전부 양수로 만든 뒤 평균을 냅니다. 제곱을 하면 큰 편차가 더 크게 반영되는 효과도 생깁니다.
문제는 단위입니다. 수익률을 제곱하면 '%의 제곱'이라는 이상한 단위가 나옵니다. 그래서 분산에 제곱근을 씌워 단위를 원래대로 되돌린 것이 표준편차입니다. 분산이 0.0225라면 표준편차는 0.15, 즉 15%입니다.
읽기 편한 쪽은 표준편차인데 분산이 살아남은 이유는 '더하기 좋은 성질' 때문입니다. 서로 독립인 자산을 합칠 때 표준편차는 단순히 더할 수 없지만 분산은 더할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위험 계산식이 전부 분산·공분산으로 짜여 있는 배경입니다.
정리하면 계산과 이론은 분산으로 하고, 사람에게 보여줄 때는 제곱근을 씌운 표준편차로 바꿔 말합니다. 둘은 같은 정보를 다른 옷으로 입은 것입니다.
시간의 제곱근 법칙
변동성은 기간이 늘어날수록 그 기간의 제곱근에 비례해 커집니다. 이것을 시간의 제곱근 법칙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일간 변동성을 연간으로 바꿀 때는 거래일 관행인 약 252의 제곱근을, 월간을 연간으로 바꿀 때는 12의 제곱근을 곱합니다. 기간을 단순히 곱하는 것이 아니라 제곱근을 곱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변동성이 1%라면 연환산 변동성은 대략 1% × √252 ≈ 15.9% 수준이 됩니다. 뉴스에서 보는 '연 변동성 20%' 같은 표현은 대부분 이렇게 연 단위로 환산한 값입니다.
이 환산은 수익률이 서로 독립이라는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뒤에 나올 변동성 군집 때문에 현실에서는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근사치라는 점을 기억하면 됩니다.
자산별 변동성 —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널리 인용되는 값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S&P 500은 1926년 이후 장기 연환산 변동성이 대략 19~20%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2020~2025년 구간에서는 약 17% 정도로 측정되기도 합니다. 금은 최근 기준 연 약 15% 안팎, 비트코인은 2025년 초 기준 연 약 52%이며 초기에는 연 200%를 넘긴 적도 있습니다. 개별 성장주도 연 45~55% 수준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값들은 측정 기간과 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조정 종가로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일간 수익률의 표준편차에 √252를 곱한 연환산 값입니다.
미국 대형주 ETF(SPY)는 1993년 2월부터 2026년 8월까지 8,453거래일 기준 연 18.5%였습니다. 나스닥 100 ETF(QQQ)는 같은 방식으로 연 26.9%, 금 선물은 연 17.9%, 코스피는 연 26.8%, 코스닥은 연 28.2%, 비트코인은 2014년 9월 이후 연 55.0%였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하나는 한국 대표 지수의 변동성이 미국 대형주보다 눈에 띄게 높다는 점, 다른 하나는 금의 변동성이 주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금은 안전자산'이라는 통념과 우리 데이터의 숫자는 결이 다릅니다. 금이 주식과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인 것과, 금 자체가 덜 흔들리는 자산인 것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계산 근거: data/raw 의 각 종목 조정 종가 CSV. 각 자산의 데이터 시작일이 달라 기간이 동일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변동성'이라는 착각 — 롤링 변동성
"이 자산의 변동성은 15%"라는 한 문장은 편리하지만 많은 것을 가립니다. 전체 기간을 한 번에 넣어 뽑은 숫자는 평온했던 시기와 폭락했던 시기를 뭉뚱그린 평균이기 때문입니다.
롤링 변동성(rolling volatility)은 일정한 크기의 창(window)을 시간에 따라 움직이며 변동성을 반복 계산한 값입니다. '최근 60일 표준편차'를 매일 다시 계산하면 변동성이 어떻게 오르내렸는지를 하나의 시계열로 볼 수 있습니다.
창이 짧으면(예: 20일) 최근 변화에 민감하지만 들쭉날쭉하고, 창이 길면(예: 252일, 약 1년) 부드럽지만 변화를 늦게 반영합니다.
우리 데이터로 SPY의 60거래일 롤링 연환산 변동성을 계산하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가장 낮았던 값은 2017년 11월 15일의 4.98%, 가장 높았던 값은 2008년 12월 8일의 75.97%였습니다. 중앙값은 13.71%입니다.
'평균 15%'라는 한 줄만 보면 어떤 시기에는 5%였고 어떤 시기에는 40%를 넘었다는 사실이 완전히 가려집니다. 롤링 변동성은 그 가려진 부분을 다시 꺼내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연도별로 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의 연환산 변동성은 6.7%였는데 2008년은 41.3%, 2020년은 33.4%였습니다. 전체 기간 평균 18.5% 하나만 보면 이 여섯 배 차이가 완전히 가려집니다.
같은 자산인데 어떤 해에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고 어떤 해에는 여섯 배로 요동쳤습니다. '평균 변동성'이 예측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변동성 군집 — 큰 변화 뒤엔 큰 변화
변동성이 높은 시기와 낮은 시기는 각각 몰려서 나타납니다. 이것을 변동성 군집(volatility clustering)이라 부릅니다.
1963년 수학자 브누아 만델브로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큰 변화 뒤에는 방향과 상관없이 큰 변화가 따르고, 작은 변화 뒤에는 작은 변화가 따른다.
여기에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뭉치는 것은 '수익률의 방향'이 아니라 '변동의 크기'입니다. 내일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는 오늘 움직임으로 거의 예측할 수 없지만, '내일도 크게 움직일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SPY 일간 수익률 자체의 1일 자기상관은 -0.08로 사실상 0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수익률 절댓값의 자기상관은 1일 뒤 0.28, 5일 뒤 0.32, 20일 뒤에도 0.21로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방향은 무작위인데 크기는 끈적끈적하다는 말이 숫자로 확인됩니다.
더 직관적인 증거도 있습니다. 같은 데이터에서 하루 상승률 상위 10일과 하루 하락률 하위 10일을 뽑으면 스무 날이 나오는데, 그중 열여섯 날이 2008년과 2020년 두 해에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상승 상위 10일 가운데 여덟 날은 하락 하위 10일과 30일 이내 거리에 있었습니다.
최악의 날과 최고의 날이 붙어 있다는 뜻입니다. 폭락이 무서워 시장을 떠나면 그 직후의 급반등도 함께 놓치기 쉬운 구조적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성질을 모형으로 담은 것이 로버트 엥글의 ARCH(1982)와 팀 볼러슬레브의 GARCH(1986)입니다. 엥글은 이 공로로 200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변동성과 최대 낙폭은 다른 질문이다
변동성은 흔히 위험 지표로 불리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겪는 고통과는 결이 다릅니다.
변동성은 오르는 것도 내리는 것도 똑같이 흔들림으로 셉니다. 반면 최대 낙폭(MDD)은 고점에서 저점까지의 하락만 봅니다. 계좌가 반토막 나는 아픔은 변동성보다 최대 낙폭이 더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두 지표는 서로 보완합니다. 변동성이 낮아도 꾸준히 흘러내리면 최대 낙폭이 클 수 있고, 변동성이 높아도 급락 뒤 빠르게 회복하면 최대 낙폭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습니다.
우리 데이터가 그 차이를 보여줍니다. SPY의 연환산 변동성은 18.5%인데 비트코인은 55.0%로 세 배 수준입니다. 그런데 같은 데이터에서 비트코인의 최대 낙폭은 -83.4%로, SPY의 -55.19%보다 1.5배 깊습니다. 변동성 배수와 낙폭 배수가 같은 크기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변동성만 보면 금 선물(17.9%)과 미국 대형주(18.5%)는 거의 같지만, 두 자산이 하락하는 시점은 서로 다릅니다.
장기 투자자라면 '평소 얼마나 출렁이는가'와 '최악의 순간 얼마나 빠지고 얼마나 오래 물속에 있는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표준편차 하나로는 두 번째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하방 흔들림만 따로 재는 하방편차와 그것을 쓰는 소르티노 비율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변동성이 높으면 무조건 나쁜 자산인가요?
아닙니다. 변동성은 흔들림의 크기일 뿐 좋고 나쁨의 판단이 아닙니다. 다만 내가 그 출렁임을 견디며 오래 보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견디지 못하고 저점에 팔면 높은 변동성이 실제 손실로 이어집니다.
Q. 연 표준편차와 월 표준편차는 어떻게 바꾸나요?
월 표준편차에 √12(약 3.46)를 곱하면 연 표준편차가 됩니다. 수익률이 서로 독립이라는 가정 아래의 근사치입니다. 변동성 군집 같은 현실 때문에 정확히 맞지는 않습니다.
Q. 분산이 크면 표준편차도 항상 큰가요?
네. 표준편차는 분산의 제곱근이라 분산이 커지면 표준편차도 반드시 커집니다. 다만 제곱근 때문에 분산이 4배가 되면 표준편차는 2배가 되는 식으로 증가 폭은 다릅니다.
Q. 창(window) 크기는 어떻게 정하나요?
정답은 없고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단기 흐름을 민감하게 보려면 20~30일 같은 짧은 창을, 장기 추세를 보려면 1년(약 252거래일) 같은 긴 창을 씁니다. 짧은 창은 반응이 빠르지만 잡음이 많고, 긴 창은 부드럽지만 변화를 늦게 반영합니다.
Q. 변동성 군집이 있으면 다음 폭락을 예측할 수 있나요?
크게 움직일 시기인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오를지 내릴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변동성 군집은 방향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걸로 매매 방향을 맞히려는 시도는 위험합니다.
Q. 연 변동성 20%는 실제로 어떤 느낌인가요?
연 변동성이 20%인 자산은 1년 수익률이 평균을 중심으로 상당히 넓게 흩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좋은 해와 나쁜 해의 폭이 크다는 의미이지, 반드시 20% 손실이 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과거 값을 요약한 참고치일 뿐 미래를 확정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참고자료
- The Prize in Economic Sciences 2003 — Popular information (Robert F. Engle, Clive W. J. Granger) — The Nobel Foundation / NobelPrize.org
- VIX Volatility Products — Cboe Global Markets
- Stock Market Crash of 1987 — Federal Reserve History (Federal Reserve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