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지표13분 읽기

시장과 함께 움직이는 위험 — 베타·상관계수, 그리고 CAPM과 증권시장선

시장이 2% 빠진 날 내 종목은 4% 빠졌던 경험, 반대로 시장이 무너지는 날에도 별로 움직이지 않던 종목을 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이 출렁임의 정도를 숫자 하나로 표현한 것이 베타(β)입니다. 그런데 베타가 크다는 것과 시장과 붙어 다닌다는 것은 같은 말일까요.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베타가 무엇을 재는 숫자였는가

베타는 어떤 자산이 시장 전체에 비해 얼마나 함께 출렁이는지를 나타내는 위험 지표입니다. 여기서 시장은 보통 코스피나 S&P 500 같은 대표 지수를 뜻합니다.

기준점은 1 이었습니다.

· 베타 = 1: 시장이 움직이는 만큼 비슷하게 움직임 · 베타 > 1: 시장보다 더 크게 출렁임 · 베타 < 1: 시장보다 덜 출렁임 · 베타 < 0: 시장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

예를 들어 베타가 1.5 인 주식은 시장이 하루에 대략 10% 오르면 대략 15%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반대로 시장이 10% 빠지면 대략 15% 빠지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대략이라고 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베타는 평균적인 경향치일 뿐, 매일 정확히 그 배수로 움직인다는 보장이 아니었습니다.

베타는 사후에 계산되는 값입니다. 어제까지의 데이터로 구한 숫자이지, 내일의 움직임을 약속하는 계수가 아닙니다.

공분산을 분산으로 나눈다는 뜻

베타의 공식은 이랬습니다.

β = 공분산(자산 수익률, 시장 수익률) ÷ 분산(시장 수익률)

말은 어렵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공분산은 내 자산과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얼마나 함께 움직였나를 재는 값이고, 분산은 시장 수익률이 얼마나 들쭉날쭉했나를 재는 값입니다. 즉 베타는 시장이 흔들린 것에 비해 내 자산이 얼마나 따라 흔들렸나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실제 계산에는 과거 일정 기간의 가격 데이터가 쓰입니다. 흔히 1년, 3년, 5년 창을 씁니다. 그래서 계산 기간을 며칠짜리로 잡느냐, 벤치마크를 무엇으로 두느냐에 따라 같은 종목의 베타 값도 달라졌습니다. 이 종목의 베타는 무조건 몇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어떤 기준으로 잰 값인지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교과서에 흔히 나오는 예시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성장성 기대가 큰 기술기업의 베타가 1.75 쯤 되면 시장이 움직인 것의 약 175% 정도로 출렁이는 경향이 있고, 전기·가스 같은 유틸리티 기업의 베타가 0.45 라면 시장이 움직인 것의 약 45% 정도만 출렁인다는 식입니다. 베타가 -0.2 인 자산이라면 시장이 10% 오를 때 오히려 대략 2% 빠지는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숫자들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 뿐 특정 종목의 실제 베타가 아닙니다.

우리 데이터로 실제 베타를 재봤습니다

교과서 예시 대신 우리가 보유한 가격 데이터로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SPY 를 시장으로 두고 2000년 2월부터 2026년 8월까지 319개월의 월별 수익률로 추정한 값입니다.

엔비디아: 베타 2.04 QQQ: 베타 1.29 삼성전자: 베타 0.96 XLU(미국 유틸리티 섹터): 베타 0.47 GLD(금 ETF, 2004년 12월부터): 베타 0.10 TLT(미국 장기국채 ETF, 2002년 8월부터): 베타 -0.09

교과서의 이야기와 대체로 맞습니다. 기술 쪽이 1 을 크게 넘고 유틸리티가 1 아래이며 장기국채는 음수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금이었습니다. 교과서 예시에서 금은 -0.2 정도의 음의 베타를 가진 자산으로 자주 등장하지만, 우리 데이터에서 GLD 의 베타는 +0.10 이었습니다. 마이너스가 아니라 0 에 가까운 플러스입니다.

금이 항상 시장과 반대로 가는 것은 아니라는 원래의 단서가 실측으로 확인된 셈입니다. 실제로 2007년 10월 9일 고점부터 2009년 3월 9일 저점까지 SPY 가 -55.2% 였던 구간에서 GLD 는 +23.9% 로 반대로 움직였지만, 측정 창을 21년으로 늘리면 두 자산의 관계는 사실상 무관에 가까웠습니다. 특정 위기에서의 움직임과 장기 평균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베타는 상관계수와 변동성 비율의 곱이다

여기서 베타와 상관계수를 구분해야 합니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합니다.

상관계수는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정도를 -1 에서 +1 사이로 잽니다. +1 이면 완벽하게 같은 방향, 0 이면 아무 관계없음, -1 이면 완벽하게 반대 방향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관계수가 방향의 일치도만 본다는 점입니다. 시장이 1% 오를 때 A 가 0.5% 오르든 5% 오르든, 방향만 늘 같으면 상관계수는 둘 다 +1 입니다.

베타는 크기를 봅니다. 시장이 1% 움직일 때 이 자산이 평균 몇 퍼센트 움직이나입니다. 그래서 방향이 같아도 베타는 0.5 일 수도, 3 일 수도 있습니다.

둘은 수식으로 연결됩니다.

베타 = 상관계수 × (자산 변동성 ÷ 시장 변동성)

우리 데이터가 이 항등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같은 319개월 구간에서 엔비디아의 상관계수는 0.53, 연 변동성은 58.48%, SPY 의 연 변동성은 15.13% 였습니다. 0.53 에 3.87 을 곱하면 2.04, 앞서 구한 베타와 일치합니다. 즉 엔비디아의 높은 베타는 시장과 딱 붙어 다녀서가 아니라 자기 혼자 크게 출렁였기 때문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더 극적입니다. 베타는 0.96 으로 시장과 거의 같은 폭인데, 상관계수는 0.42 에 불과했습니다. 자기 변동성이 34.92% 로 시장의 2.3배였고 거기에 낮은 상관계수를 곱하니 1 근처가 된 것입니다. 베타 0.96 만 보고 시장과 발맞춰 움직인다고 읽으면 완전히 잘못 읽는 것입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위험을 잘못 읽습니다. 베타가 1.2 라고 해서 시장과 딱 붙어 1.2배로 움직인다고 믿으면 곤란합니다. 상관계수가 낮으면, 예컨대 0.4 정도라면 시장과 방향이 자주 어긋나기 때문에 베타 1.2 는 평균적으로만 그렇다는 뜻이고 실제로는 시장과 따로 노는 날이 많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관계수가 높고 베타도 크면 시장이 무너질 때 방향도 같고 폭도 더 커서 특히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분산투자를 설계할 때는 방향이 얼마나 다른가, 즉 상관계수가 핵심이고, 개별 자산의 공격성·방어성을 볼 때는 반응 크기, 즉 베타가 핵심입니다. 두 렌즈를 함께 써야 자산의 성격이 온전히 보입니다.

없앨 수 있는 위험과 없앨 수 없는 위험

베타가 재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려면 위험을 둘로 나눠야 합니다.

개별위험(비체계적 위험)은 특정 기업이나 자산에만 해당하는 위험입니다. CEO 의 갑작스러운 사임, 공장 화재, 회계 부정, 신제품 실패 같은 것들입니다. 시장위험(체계적 위험)은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위험입니다. 금리 급등, 경기침체, 전쟁, 팬데믹처럼 거의 모든 자산을 동시에 흔드는 것들입니다.

둘의 결정적 차이는 분산으로 없앨 수 있느냐입니다. 개별위험은 여러 종목에 나눠 담으면 상당 부분 상쇄됩니다. 연구들에 따르면 서로 다른 업종의 종목을 대략 20 ~ 30개쯤 담으면 개별위험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그 이후로는 종목을 더 늘려도 위험 감소 효과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업종에 나눠야 합니다. 반도체 회사 30개를 담는 것은 진짜 분산이 아닙니다.

반면 시장위험은 아무리 많은 종목에 나눠 담아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08년과 2020년이 그랬습니다.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도 함께 하락했습니다. 오히려 이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시장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장기적으로 예금 이상의 수익, 즉 위험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베타는 이 중 시장위험에 대한 민감도만 잽니다. 분산으로 없앨 수 있는 개별위험은 베타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투자자는 없앨 수 없는 시장위험에 대해서만 보상받는다고 봅니다.

20 ~ 30 종목이면 충분하다는 것은 대략적인 경험칙입니다. 몇 종목이 최적인지는 연구와 가정마다 다릅니다. 요점은 어느 지점을 넘으면 추가 분산 효과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CAPM — 위험에 값을 매기는 공식

베타로 위험을 쟀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습니다. 그 위험에 대해 얼마를 더 받아야 공평한가.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이 그 답을 시도했습니다.

기대수익률 = 무위험수익률 + β × (시장 기대수익률 − 무위험수익률)

괄호 안의 값을 시장위험프리미엄이라고 부릅니다. 무위험수익률은 위험이 거의 없는 자산의 수익률로, 보통 장기 국채 금리로 근사합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무위험수익률이 3%, 시장 기대수익률이 8%, 어떤 주식의 베타가 1.2 라면 기대수익률은 3% + 1.2 × 5% = 9% 입니다. 베타가 1.2 로 시장보다 변동이 큰 만큼 시장 평균인 8% 보다 높은 9% 를 요구하게 됩니다. 반대로 베타가 0.6 인 방어적 자산이라면 3% + 0.6 × 5% = 6% 로 더 낮아집니다.

CAPM 은 윌리엄 샤프가 1964년에, 린트너가 1965년에 발전시켰고 샤프는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CAPM 을 그래프로 옮긴 직선이 증권시장선(SML)입니다. 가로축은 베타, 세로축은 기대수익률이고, y절편은 무위험수익률, 기울기는 시장위험프리미엄입니다. 어떤 자산의 기대수익이 이 선보다 위에 있으면 감수하는 위험에 비해 수익 기대가 높다는 뜻이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로 해석하고, 아래에 있으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로 봅니다.

헷갈리기 쉬운 개념이 자본시장선(CML)입니다. SML 의 가로축은 베타이고 개별 자산과 포트폴리오 모두에 적용됩니다. CML 의 가로축은 총위험, 즉 표준편차이고 무위험자산과 시장 포트폴리오를 섞은 효율적 조합에만 적용됩니다. 요약하면 SML 은 개별 자산의 적정 수익을, CML 은 효율적 포트폴리오의 위험-수익 경계를 다룹니다.

베타를 믿을 때 조심할 점

베타는 편리하지만 만능이 아니었습니다. 한계를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첫째, 베타는 과거 데이터로 계산됩니다. 파마와 프렌치가 1992년에 발표한 연구는 개별 종목의 베타가 미래 수익률을 잘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둘째, 베타는 시간이 지나면 변합니다. 블룸이 1975년에 발표한 연구는 개별 종목의 베타가 시간이 흐르며 1.0 쪽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습니다. 회사가 사업을 바꾸거나 큰 인수합병을 하면 베타도 달라집니다.

셋째, 베타는 시장과 함께 움직이는 위험만 잽니다. 특정 회사만의 사고·소송·경영진 리스크는 베타에 담기지 않습니다.

넷째, CAPM 자체가 베타 하나로 위험을 다 설명한다고 가정하는데, 현실에서는 규모·가치·모멘텀 같은 다른 요인도 수익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뒤이어 나왔습니다.

그래서 베타는 이 자산이 시장 대비 얼마나 출렁이는 성격인가를 참고하는 나침반 정도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깊이 빠졌고 그 손실을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입니다. 앞서 본 TLT 는 베타가 -0.09 로 시장과 반대쪽에 있었지만, 우리 데이터로 2020년 8월 4일 고점부터 2023년 10월 19일 저점까지 -48.35% 를 겪었고 2026년 8월 31일까지도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베타가 낮다는 것과 안전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진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베타가 높은 종목이 무조건 위험한 건가요?

베타가 높다는 것은 시장이 흔들릴 때 더 크게 출렁인다는 뜻입니다. 상승장에서는 더 오를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더 깊이 빠질 수 있으니,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변동성의 크기 문제로 이해하면 됩니다.

Q. 베타와 표준편차는 무엇이 다른가요?

표준편차는 그 자산 혼자서 얼마나 들쭉날쭉한지를 재는 절대적인 변동성입니다. 베타는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얼마나 함께 출렁이는지를 잽니다. 표준편차는 나 혼자의 흔들림, 베타는 시장과 발맞춘 흔들림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Q. 상관계수가 0이면 베타도 0인가요?

그렇습니다. 베타는 상관계수에 변동성 비율을 곱한 값이므로 상관계수가 0이면 베타도 0이 됩니다. 다만 이것은 시장에 대한 민감도가 0이라는 뜻이지, 그 자산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Q. 인덱스 펀드 하나만 사도 개별위험이 없어지나요?

시장 전체를 담는 인덱스 펀드는 수백에서 수천 종목에 자동으로 분산돼 있어 개별위험은 대부분 제거됩니다. 다만 시장위험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인덱스 펀드도 경기침체 때는 함께 하락합니다.

Q. CAPM으로 미래 수익률을 예측할 수 있나요?

CAPM이 주는 것은 이론적 적정 기대수익이지 실제 미래 수익률의 예측이 아닙니다. 입력값인 무위험수익률·시장수익률·베타가 모두 추정치라 결과도 참고용입니다.

Q. 증권시장선 위에 있는 종목을 사면 이익인가요?

아닙니다. 증권시장선은 CAPM 가정 아래에서의 이론적 상대 위치일 뿐입니다. 베타와 시장수익률 추정이 바뀌면 위치도 바뀌고, 현실 시장은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 신호로 쓰면 안 됩니다.

Q. 베타만 보고 투자 결정을 해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베타는 과거 데이터로 만든 참고 지표라 미래를 보장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값도 변합니다. 최대 낙폭, 손실 기간, 수수료, 환율 효과 같은 실제 경험치를 함께 봐야 균형 잡힌 판단이 가능합니다.

참고자료

#베타#상관계수#체계적 위험#개별위험#CAPM#증권시장선

이 개념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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