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터 투자 — 가치·모멘텀·퀄리티의 근거와 역사
싼 주식이 결국 이긴다는 말은 정말 통계로 확인된 사실일까요? 만약 사실이라면,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던 사람들이 왜 10년 넘게 지수에 뒤졌을까요? 팩터 투자는 이 두 질문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팩터는 감이 아니라 규칙입니다
팩터는 여러 주식이 공통으로 가진 측정 가능한 특성입니다. 싸다, 최근에 잘 올랐다, 이익이 튼튼하다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팩터 투자는 이런 특성을 감이 아니라 규칙으로 정해두고 그 특성을 가진 주식에 체계적으로 노출을 얻는 방법입니다.
뿌리는 학계였습니다. 유진 파마와 케네스 프렌치는 1992년 논문에서 규모와 가치가 수익을 설명한다는 실증을 내놓았고, 1993년 논문에서 이를 3팩터 모형으로 정식화했습니다. 3팩터는 시장·규모(SMB)·가치(HML)입니다. 여기서 HML은 싼 주식의 수익에서 비싼 주식의 수익을 뺀 값을 뜻합니다.
2015년에는 여기에 수익성과 투자 팩터를 더한 5팩터 모형이 나왔습니다. 이 수익성 팩터가 흔히 말하는 퀄리티와 가까운 개념입니다. 반면 가장 유명한 모멘텀은 정작 이 모형들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금융에서 가장 많이 검증된 현상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실제로 케네스 프렌치가 공개하는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열어 보면 Fama/French 3 Factors는 1926년 7월부터, Momentum Factor는 1927년 7월부터, 5 Factors는 1963년 7월부터 제공됩니다. 100년 가까운 시계열이 공개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논쟁이 오래됐다는 증거입니다.
여기 나오는 팩터와 종목은 개념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특정 종목이나 전략을 권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 세 가지의 성격은 서로 다릅니다
가치는 펀더멘털 대비 싼 주식을 삽니다. 주가를 이익이나 장부가, 배당 같은 기준으로 나눠 회사 실체에 비해 값이 싼 쪽을 고릅니다. 좋은 것을 싸게 사면 결국 유리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그에 비해 모멘텀은 정반대의 직관에 기댑니다. 최근에 잘 오르던 주식이 조금 더 오르는 경향에 베팅합니다. 보통 최근 12개월 수익률을 보되 바로 직전 1개월은 빼고 계산하는데, 이를 12-1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상위 종목을 담고 하위 종목을 피하는 식입니다.
퀄리티는 또 다릅니다. 영업이익률이 높고 이익이 꾸준한 회사를 선호합니다. 파마와 프렌치는 이 특성을 RMW, 즉 수익성이 강한 회사에서 약한 회사를 뺀 값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실제 운용에서는 높은 자기자본이익률과 낮은 부채비율이 가장 잘 작동하는 지표로 꼽힙니다.
다만 이 셋은 서로 다른 국면에서 강점을 보였습니다. 하나가 잘 될 때 다른 하나가 뒤처지는 일이 흔했습니다.
가치 프리미엄은 평균이지 매년의 약속이 아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HML 프리미엄은 대략 연 3~5% 수준으로 집계됩니다. 다만 이 값은 표본 기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1926년 이후 아주 긴 기간을 잡으면 글로벌 가치 프리미엄이 연 3% 초반, 약 3.3%라는 집계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평균이 매년 꾸준히 나오는 값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떤 10년은 크게 플러스였고 어떤 10년은 크게 마이너스였습니다. 편차가 매우 컸습니다.
그에 비해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평균값 하나였습니다. 연 3%대라는 숫자를 들고 들어와서, 마이너스가 이어지는 10년을 만나면 대부분 중간에 그만뒀습니다.
연 3~5%, 1926년 이후 약 3.3% 같은 수치는 여러 기관의 집계를 교차한 근사 범위입니다. 사용한 지수·기간·지역에 따라 달라지므로 절대값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가치의 겨울이라 불린 10년
가치 팩터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이 2010년대의 장기 부진, 이른바 가치의 겨울입니다.
저금리와 기술주 주도 장세가 이어지면서 성장주가 크게 앞섰습니다. 한 집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약 14년간 글로벌 가치주가 성장주에 연평균 약 5.7%포인트 뒤졌습니다. 특히 2017년 초부터 2020년 8월까지 미국 소형가치 리서치 지수는 총 -13%였던 반면 소형성장 지수는 +71%로 격차가 극심했습니다. 이 시기 많은 사람이 가치 프리미엄은 죽었다고 선언했습니다.
다른 추정치는 2010년대 10년 동안 가치가 성장에 연 약 5%포인트 뒤졌고, 구체적으로 가치 연 9.9% 대 성장 연 14.4% 수준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무렵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이익과 현금흐름이 탄탄한 기업이 선호되면서 가치주가 반등했습니다. 한 집계에서는 회복이 시작된 이후 2022년 6월까지 가치가 성장을 연율 약 9.9%포인트 앞섰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다시 계산한 가치와 성장
위 숫자들은 지수·지역·집계 기관이 제각각이라 서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같은 나라, 같은 운용사, 같은 시작일을 가진 두 상품을 우리 가격 데이터로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가치 쪽 VTV와 성장 쪽 VUG는 둘 다 2004년 1월 30일에 데이터가 시작됩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2004년 1월 30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22.6년 동안 VTV는 +719.2%(연평균 9.76%), VUG는 +1,247.2%(연평균 12.20%)였습니다. 22년을 통틀어도 성장 쪽이 연 2.4%포인트 앞섰습니다. 가치가 장기적으로 이긴다는 통념과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2010년대만 잘라 보면 격차가 어디서 생겼는지 보입니다. 2010년 첫 거래일부터 2019년 마지막 거래일까지 VTV는 +218.8%(연평균 12.31%), VUG는 +283.8%(연평균 14.41%)였습니다. 이 창에서의 연 격차는 2.1%포인트로, 글로벌 기준 약 5%포인트라는 기존 집계보다 작습니다. 미국 대형주만 담은 두 상품이라 지역과 규모 구성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어느 숫자가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재는 대상이 달랐던 것입니다.
반면 2022년 한 해만 놓고 보면 그림이 뒤집힙니다. 우리 데이터로 VTV는 -2.1%, VUG는 -33.2%였습니다. 같은 해에 두 방식의 성적이 31%포인트 넘게 벌어졌습니다. 가치 프리미엄이 죽었다는 선언이 나온 지 2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낙폭도 함께 봐야 합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한 VTV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59.27%였고,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1,398거래일, 한 해 약 252거래일로 환산하면 약 5.6년이었습니다. 같은 데이터에서 VUG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50.67%였습니다. 가치 쪽이 더 깊게, 더 오래 빠졌습니다.
VTV와 VUG는 가치·성장 팩터를 담은 상품의 실제 사례일 뿐 매수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는 배당이 반영된 종가 기준입니다.
모멘텀은 평소 강했고, 전환점에서 무너졌습니다
모멘텀의 가장 큰 약점은 크래시입니다. 시장이 급락한 뒤 갑자기 반등할 때, 그동안 가장 많이 빠졌던 패자 주식들이 폭발적으로 튀어오릅니다. 그런데 모멘텀 전략은 바로 그 패자들을 피하고 있었기 때문에 급반등을 놓치며 큰 손실을 봅니다.
대표적 사례가 2009년입니다. 그해 3월부터 5월까지 단 3개월 동안 모멘텀 전략이 73% 넘게 급락했습니다. 이 시기 과거 패자 그룹은 +163% 튀어오른 반면 과거 승자 그룹은 +8%에 그쳤습니다. 당시 패자들은 금융위기로 고점에서 저점까지 평균 84% 떨어졌다가 파산 위기를 넘기며 급반등한 종목들이었습니다.
같은 사건을 다른 자료는 3개월간 대략 70% 넘는 손실로, 순수 모멘텀 포트폴리오 기준으로는 그해 하락폭이 80%를 넘겼다고 적었습니다. 데이터셋과 정의에 따라 폭이 달라지므로 범위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 현상은 학술적으로도 정리돼 있습니다. 켄트 대니얼과 토비아스 모스코위츠는 2014년 전미경제연구소 워킹페이퍼 Momentum Crashes에서, 모멘텀 전략이 여러 자산군에서 강한 평균 수익을 내면서도 드물지만 지속적인 손실 구간을 겪는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급락이 시장 하락 뒤 변동성이 높은 공황 국면에서, 시장 반등과 같은 시점에 일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퀄리티와 모멘텀, 실제 상품에서는 어땠나
학술 팩터와 실제 상품은 다릅니다. 그래서 데이터가 겹치는 창에서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2013년 7월 18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13.1년 동안 모멘텀 쪽 MTUM은 +545.9%(연평균 15.28%), 퀄리티 쪽 QUAL은 +435.2%(연평균 13.64%), 시장 전체인 SPY는 +466.4%(연평균 14.13%), 가치 쪽 VTV는 +336.1%(연평균 11.88%)였습니다. 이 창에서는 모멘텀만 시장을 앞섰고 퀄리티와 가치는 뒤졌습니다.
다만 13년은 팩터를 판정하기에 짧은 기간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가치는 10년 넘게 뒤진 뒤 한 해에 30%포인트 넘게 앞서기도 했습니다. 어느 창을 잘라 오느냐가 결론을 만듭니다.
낙폭은 세 상품 모두 깊었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MTUM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34.08%였고, QUAL도 -34.06%로 거의 같았습니다. 둘 다 2020년 2월 19일 고점에서 2020년 3월 23일 저점까지 한 달 남짓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팩터를 담았다고 해서 시장이 무너질 때 비켜서지 못했습니다.
프리미엄은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팩터는 마법 공식이 아니라 오래 견뎌야 나오는 통계적 경향입니다. 몇 해 성과만 보고 팩터가 죽었다 살았다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2010년대에 가치 투자는 끝났다는 말이 많았지만 이후 가치가 다시 강해진 구간이 있었습니다.
둘째, 프리미엄을 노리는 만큼 최대 낙폭과 손실 기간을 함께 봐야 합니다. 앞에서 본 대로 가치 쪽 상품은 고점 아래에서 1,398거래일을 보냈습니다. 얼마나 오를까만큼 얼마나, 얼마나 오래 빠질까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셋째, 널리 알려진 전략은 따라 하는 사람이 늘면서 효과가 약해질 수 있고, 시장 구조가 바뀌면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 있었다는 사실이 미래에도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팩터 상품으로 실제 투자할 때는 운용보수와, 해외 상품이라면 환율 효과까지 빼야 손에 쥐는 수익률이 보입니다. 10대·20대처럼 시계가 긴 투자자일수록 이 비용이 누적되는 기간이 길다는 점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팩터 투자는 일반 인덱스 투자와 무엇이 다른가요?
일반 인덱스는 시가총액 비중 그대로 시장 전체를 담습니다. 팩터 투자는 그 안에서 싸다·잘 오른다·튼튼하다 같은 특정 특성을 가진 종목에 더 비중을 실어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노립니다. 대신 그 특성이 통하지 않는 시기에는 지수보다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을 함께 떠안습니다.
Q. 어떤 팩터가 제일 좋은가요?
항상 최고인 팩터는 없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2013년 7월부터 2026년 8월까지 계산하면 모멘텀이 시장을 앞섰지만 퀄리티와 가치는 뒤졌고, 2022년 한 해만 보면 가치가 성장을 크게 앞섰습니다. 팩터마다 잘 되는 국면이 달라 구간에 따라 승패가 뒤집힙니다. 이 글은 특정 팩터나 상품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Q. 싼 주식이 항상 비싼 주식을 이기나요?
아닙니다. 우리 데이터로 2004년 1월 30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계산하면 가치 쪽 VTV가 연평균 9.76%, 성장 쪽 VUG가 연평균 12.20%로 22.6년 동안 성장이 앞섰습니다. 항상 이긴다가 아니라 기간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가 사실에 가깝습니다.
Q. 오른 주식을 따라 사면 계속 이익인가요?
모멘텀은 평소에는 통하는 경향이 있지만 시장이 급락 후 반등하는 전환점에서 크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2009년에는 3개월 만에 모멘텀 전략이 73% 넘게 급락했습니다. 오른 것을 따라 사면 안전하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Q. 재무가 좋은 기업만 사면 되지 않나요?
우량 기업이라도 이미 비싸게 거래되면 기대수익이 낮아집니다. 좋은 기업과 좋은 투자는 다릅니다. 우리 데이터에서 퀄리티 상품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도 -34.06%로 얕지 않았습니다.
참고자료
- Momentum Crashes (NBER Working Paper 20439) — Kent Daniel & Tobias J. Moskowitz,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 Current Research Returns — Fama/French Factors Data Library — Kenneth R. French, Tuck School of Business at Dartmo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