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군10분 읽기

빌려서 하는 투자 — 공매도, 대차거래, 그리고 반대매매

2021년 1월 마지막 주, 미국의 한 게임 소매업체 주가가 하루가 멀다 하고 튀어 올랐습니다. 화면 앞에는 두 부류가 앉아 있었습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웃는 사람들, 그리고 오를수록 손실이 커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뒤쪽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하고 있던 것이 공매도입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3

순서를 뒤집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주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공매도(Short Selling)는 그 순서를 뒤집습니다. 비쌀 때 빌려서 팔고, 싸질 때 되사서 갚는 방식입니다.

절차는 네 단계입니다. 먼저 남의 주식을 빌리고(대차거래), 지금 시장에 팝니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되사고, 되산 주식을 돌려주고 차익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10만 원에 빌려 팔고 7만 원에 되사서 갚으면 3만 원이 이익입니다. 물론 수수료와 비용을 빼기 전 기준입니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순서만 바뀐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식을 먼저 빌려야 하므로 대차거래와 대여 수수료가 반드시 따라붙고, 무엇보다 손익의 모양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손실에 왜 상한이 없을까요

일반 매수에서 최악의 경우는 무엇일까요? 주가가 0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 손실은 -100%이고, 내가 넣은 돈만 잃습니다. 바닥이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공매도는 정반대죠. 주가는 이론상 무한히 오를 수 있습니다. 10만 원에 팔았는데 30만 원, 50만 원이 되면 그 값에 되사서 갚아야 하므로 손실이 원금의 몇 배로 불어날 수 있습니다.

즉 이익은 제한되고(주가가 0이 되는 데까지) 손실은 무제한인 비대칭 구조입니다. 매수의 위험과 정확히 거울상을 이룹니다.

제도적으로는 어떤 장치가 있을까요? 미국의 경우 규정 SHO(Regulation SHO)가 공매도 주문 표시, 차입 가능성 확인(locate), 결제 이행 등을 요구합니다. 빌릴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파는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다만 이런 규정은 시장의 결제 안정성을 지키는 것이지, 개별 투자자의 손실 상한을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손실이 원금으로 제한되는 인버스 ETF는 안전한 대안일까요? 우리 가격 데이터로 계산하면 대가는 다른 곳에서 청구됩니다. S&P500을 반대로 따라가는 SH는 2006년 6월 21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총 -91.1%(연평균 -11.28%), 나스닥100의 반대인 PSQ는 총 -97.4%(연평균 -16.48%)였습니다. PSQ는 2008년 11월 20일 고점 이후 2026년 8월 31일까지 한 번도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고, 고점 아래에 머문 기간이 4,468거래일에 이릅니다.

손실 상한은 생겼지만, 하루 단위로 방향을 뒤집는 구조를 오래 들고 있으면 원금이 거의 남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같은 숫자가 함께 보여 줍니다.

2021년 1월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손실 무제한이 현실이 된 장면이 2021년 1월 게임스톱(GME) 사태입니다.

여러 헤지펀드가 GME 하락에 공매도로 베팅하고 있었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온라인에서 뭉쳐 주식을 대거 사들이자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GME는 1월 한 주에 약 400% 급등했고, 연초 대비로는 약 1,625% 치솟았습니다.

공매도 쪽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오르는 주식을 급히 되사(숏커버) 손실을 막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매수가 다시 주가를 밀어 올렸습니다. 이것이 숏스퀴즈입니다. 손실을 줄이려는 행동이 손실의 원인을 키우는 구조입니다.

대표적으로 멜빈캐피털은 1월 한 달에만 약 -53% 손실을 봤습니다. 연초 약 125억 달러였던 운용자산이 급감했고, 외부에서 27.5억 달러를 수혈받아야 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2021년 10월 별도의 스태프 보고서로 정리할 만큼 시장 구조 차원의 이슈가 되었습니다.

게임스톱의 주가 상승률과 멜빈캐피털의 손실·운용자산 수치는 보도를 교차확인한 값이며, 집계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공매도자가 파는 주식은 어디서 올까요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공매도자가 파는 주식은 대체 어디서 빌려 오는 걸까요? 바로 그 주식을 이미 가지고 있는 다른 투자자에게서입니다.

주식대여(대차거래, Securities Lending)는 보유한 주식을 일정 기간 다른 투자자에게 빌려주고 대여 수수료를 받는 거래입니다. 빌리는 쪽은 대부분 공매도자입니다. 공매도를 하려면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하므로, 대차거래가 없으면 공매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차거래를 공매도의 뒷단, 곧 인프라라고 부릅니다.

차입자는 현금이나 다른 증권을 담보로 맡기고 대여자는 그 대가로 수수료를 챙깁니다. 수수료는 얼마나 될까요? 종목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시가총액이 크고 물량이 흔한 종목은 연 0.3% 안팎으로 낮지만, 구하기 어려운(hard-to-borrow) 종목에는 훨씬 높은 수수료가 붙습니다. 빌리기 어려운 종목일수록 공매도 비용이 비싸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빌려주는 쪽에는 위험이 없을까요

대여자 입장에서 매력은 분명합니다. 보유 주식을 팔지 않고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대여 수수료가 인컴이 됩니다.

그렇다면 공짜 수익일까요? 그렇지 않지요. 세 가지 위험이 따라옵니다. 첫째, 차입자가 파산해 주식을 못 돌려받는 거래상대방 위험입니다. 둘째, 맡아 둔 담보의 가치가 하락할 위험입니다. 셋째, 대여 기간 중 의결권을 잃거나 배당 대신 배당 상당액을 받아 세금 처리가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일부 증권사는 주식대여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보유 주식을 빌려주고 수수료 일부를 나눠 줍니다. 가입하면 가만히 있어도 소액의 대여 수익이 생기지만, 대여 중에는 의결권 행사나 즉시 매도에 제약이 생길 수 있고 앞의 위험도 함께 떠안습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둘 점이 있습니다. 내 주식이 내가 투자한 회사의 주가 하락 베팅에 동원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무엇에 쓰이는지는 알아 두는 편이 좋겠지요.

빚을 내서 사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빌리는 방향을 반대로 뒤집으면 신용거래가 됩니다. 주식을 빌리는 대신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레버리지(leverage)는 자기 돈보다 큰 금액을 굴리기 위해 신용·증거금·대출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100만 원으로 2배 레버리지를 쓰면 200만 원어치를 굴립니다. 자산이 10% 오르면 20만 원 이익이니 내 돈 기준으로는 +20%이고, 10% 내리면 20만 원 손실이니 -20%입니다.

수익률과 손실률이 똑같이 커지는데 왜 위험이 더 크다고 할까요? 손실 쪽에만 강제 장치가 붙어 있기 때문이죠. 빚을 내 산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면 담보가치가 줄고, 담보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추가 증거금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마진콜입니다. 기한 안에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자산을 강제로 팔아 버립니다. 이것이 반대매매입니다.

반대매매는 대개 가장 나쁜 시점인 급락장에서 일어납니다. 폭락한 바닥 근처에서 강제로 팔리니 손실이 확정되고, 때로는 남은 빚이 원금보다 커집니다. 회복장을 기다릴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레버리지의 가장 무서운 지점입니다.

1929년의 계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구조가 시장 전체를 무너뜨린 사례가 있을까요? 1929년이 그랬습니다.

대공황 직전 미국에서는 주식 값의 10%만 내고 90%를 빌려 사는 신용거래가 성행했습니다. 주가가 10% 오르면 원금이 두 배가 되지만, 10% 내리면 원금 전액을 날리는 구조였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역사 자료도 당시 증권사와 투자신탁, 증거금 계좌라는 새로운 산업이 평범한 사람들이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사도록 만들었다고 기록합니다.

버블이 꺼지자 반대매매가 반대매매를 불렀습니다. 다우지수는 1929년 9월 381에서 계속 밀려 1932년 7월 8일 41.22로 마감했습니다. 고점 대비 약 89% 하락으로 20세기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레버리지로 부풀었던 시장이 무너질 때, 빚은 하락을 더 깊고 더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1929년 당시의 신용매수 관행과 다우지수의 1932년 7월 8일 41.22 종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사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대에는 사라진 위험일까요

레버리지의 위험은 옛날이야기일까요? 2021년 3월 Archegos 사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가족펀드였던 Archegos는 파생상품으로 막대한 레버리지를 썼다가, 보유 종목이 4일 만에 약 30% 급락하며 마진콜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은행들은 담보를 회수하려 약 200억 달러어치를 급히 강제청산했고, 그 과정에서 은행들 자신도 큰 손실을 봤습니다.

피해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크레디트스위스가 약 55억 달러로 가장 컸고, 노무라가 약 28.7억 달러, 모건스탠리가 약 9.11억 달러 등 은행 손실 합계는 약 1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후 외부 로펌이 작성한 특별위원회 보고서를 공개하며 리스크 관리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한 투자자의 실패가 여러 금융기관의 손실로 번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레버리지가 가진 전염성입니다.

마지막으로 공매도 자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공매도는 과대평가된 자산의 거품을 빼고 가격 발견을 돕는 순기능이 있어 대부분의 시장에서 제도적으로 허용됩니다. 다만 시장 급락기에는 투매를 부추길 우려로 한시적으로 금지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개인의 공매도 접근은 제한적이고, 과거 시장 급변기에 한시적 금지가 시행된 적이 있습니다. 좋다 나쁘다의 문제라기보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손실 무제한이라는 구조적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Archegos 관련 손실 집계는 자료와 시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위 수치는 보도와 은행 공시를 교차확인한 범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매도로 잃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얼마인가요?

이론상 한계가 없습니다. 주가가 무한히 오를 수 있으므로 되사서 갚아야 하는 부담도 무한히 커질 수 있습니다. 일반 매수의 최대 손실이 -100%로 정해진 것과 정반대입니다. 게임스톱처럼 급등한 종목을 공매도했다면 손실이 원금의 몇 배가 될 수 있습니다.

Q. 대차거래와 공매도는 같은 말인가요?

다릅니다. 대차거래(주식대여)는 주식을 빌려주고 빌리는 행위 자체이고, 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팔아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입니다. 공매도를 하려면 반드시 대차거래로 주식을 먼저 빌려야 하므로, 대차거래는 공매도의 전제 조건입니다.

Q. 주식대여 서비스에 가입하면 무조건 이득인가요?

소액의 대여 수수료 수익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무조건은 아닙니다. 대여 중 의결권 행사나 즉시 매도에 제약이 생길 수 있고, 차입자 파산이나 담보 하락 같은 위험도 함께 떠안습니다. 받는 수수료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조건과 위험을 확인한 뒤 결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Q. 레버리지로 손실이 원금보다 커질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빚을 내서 투자하면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때 손실이 자기자본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반대매매로 강제청산되면 그 손실이 확정되고 남은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내가 넣은 돈만 잃는 일반 매수와는 위험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Q. 레버리지 ETF도 같은 위험이 있나요?

레버리지 ETF에는 마진콜과 반대매매 위험은 없지만, 매일 배율을 맞추는 구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장에서 장기 성과가 갉아먹히는 변동성 감쇠 문제가 있습니다. 직접 빚을 내는 신용거래와는 방식이 다르지만 레버리지가 손실을 키운다는 본질은 같습니다.

참고자료

#공매도#숏스퀴즈#대차거래#주식대여#신용거래#마진콜#반대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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