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비중을 어떻게 바꾸나 — 글라이드패스와 100−나이
나이가 들면 주식을 줄이라는 말은 거의 상식처럼 통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줄이라는 뜻이고, 줄인 돈을 정확히 무엇으로 옮기라는 뜻일까요? 이 두 질문에 답이 달라지면 결과도 크게 달라집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가장 오래된 답: 100에서 나이를 빼라
나이 기반 자산배분의 대표 경험칙은 '주식 비중 = 100 − 나이'입니다. 30세면 주식 70% / 채권 30%, 60세면 주식 40% / 채권 60%로 두라는 식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투자 기간이 짧아지니 위험자산을 줄이라는 직관을 한 줄로 압축한 규칙이고, 계산이 쉬워 오래 회자돼 왔습니다.
다만 요즘은 이 규칙이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65세에 은퇴해도 앞으로 25~30년을 더 살 수 있는데, 채권만 잔뜩 들고 있으면 돈이 먼저 바닥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준 숫자를 키운 '110 − 나이', '120 − 나이' 같은 변형이 등장했습니다. 30세를 기준으로 하면 100 규칙은 주식 70%, 110 규칙은 주식 80%, 120 규칙은 주식 90%가 됩니다.
어느 숫자를 쓰든 이것은 검증된 최적 공식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같은 나이라도 은퇴 시점, 소득의 안정성, 이미 가진 다른 자산과 연금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규칙이 대답하지 않는 네 가지
나이 하나로 배분을 정하는 방식에는 오래된 비판이 있습니다.
첫째, 나이만으로 시간 지평을 단정합니다. 같은 55세라도 65세에 은퇴할 사람과 75세까지 일할 사람의 남은 기간은 전혀 다릅니다. 둘째, 위험 감내도를 무시합니다. 낙폭을 견디는 사람과 못 견디는 사람을 똑같이 취급합니다. 셋째,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처럼 이미 채권에 가까운 성격의 자산을 계산에 넣지 않습니다. 넷째, 채권을 너무 많이 담으면 오래 사는 위험과 물가 상승에 노출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빈틈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규칙은 '주식을 얼마나 줄일지'만 말하고 '남은 돈을 어떤 채권에 둘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 침묵이 실제 결과를 크게 갈랐습니다.
글라이드패스: 한 번에 바꾸지 않고 미끄러진다
글라이드패스는 나이가 들수록 주식을 줄이고 채권을 늘려 가는, 미리 정해 둔 경로입니다. 비행기가 착륙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모습에서 따온 항공 용어입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2011년 보고서도 이 개념을 '참가자가 은퇴일에 가까워질수록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겨 가는 선'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경로를 자동으로 실행해 주는 상품이 타깃데이트펀드(TDF)입니다. 'TDF 2050'처럼 이름에 붙은 숫자가 목표 은퇴 연도이고, 그해를 향해 비중이 알아서 바뀝니다. 투자자는 자신의 은퇴 시점에 가까운 펀드 하나만 고르면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한 대형 운용사의 은퇴 펀드 경로를 보면, 사회초년생 시기인 25세 무렵 주식 비중을 약 90%로 유지하다가 매년 조금씩 낮춰 72세 무렵 주식 30% / 채권 70%에 도달하고 그 뒤로는 그 비율을 유지합니다.
여기서 갈리는 개념이 'To' 방식과 'Through' 방식입니다. To는 은퇴 시점에 가장 보수적인 배분에 도달하고 멈춥니다. 그에 비해 Through는 은퇴 이후에도 주식을 계속 줄여 갑니다. 같은 2050 펀드라도 운용사마다 방식이 달라 은퇴 시점의 주식 비중이 대략 40~55%까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여기 적은 90%·30%·72세는 특정 운용사의 대략적인 경로입니다. 상품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고, TDF에는 운용보수가 붙습니다.
같은 목표 연도, 전혀 다른 펀드
'자동'이라는 말이 '안전'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 2008년이었습니다. 은퇴를 코앞에 둔 사람들을 위한 2010년 목표 TDF들이 큰 손실을 봤는데, 펀드마다 손실 폭이 크게 갈렸습니다.
GAO 보고서는 모닝스타 자료를 인용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2008년 2010년 목표 TDF들의 수익률은 약 -41%에서 약 -9%까지 흩어져 있었습니다. 반대로 시장이 회복한 2009년에는 같은 펀드들이 약 +7%에서 약 +31%까지 벌었습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연환산 수익률로 보면 +28%부터 -31%까지 벌어졌습니다.
왜 이렇게 달랐을까요? 같은 은퇴 연도를 내걸었지만 주식 비중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입니다. GAO는 은퇴일이 가까운 구간에서 어떤 TDF는 주식 비중이 35% 이하로 낮았고, 다른 TDF는 60% 이상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개별 집계로는 주식이 26% 수준인 2010 펀드와 70%가 넘는 2010 펀드가 함께 있었습니다. 은퇴를 1년 앞둔 가입자들이 큰 타격을 입어 미국 노동부와 증권거래위원회가 공청회를 열었고, 이후 규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비용 차이도 컸습니다. 같은 보고서는 분석 대상 TDF의 가중 보수율이 연 0.19%에서 1.71%까지 분포했고, 가장 비싼 펀드의 비용이 가장 싼 펀드의 약 아홉 배였다고 적었습니다.
'채권을 늘린다'는 말이 한 가지 뜻이 아니다
여기서 앞서 말한 빈틈이 드러납니다. 100−나이 규칙도, 대부분의 글라이드패스 설명도 '채권'을 한 덩어리로 다룹니다. 그런데 만기가 다른 채권은 전혀 다른 자산처럼 움직입니다.
우리 가격 데이터로 미국 국채 ETF 세 개의 최대 낙폭을 계산하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단기 국채(SHY)는 -5.71%로, 2021-08-02 고점에서 2022-10-20 저점까지 떨어진 뒤 2024-06-03에 회복했습니다. 저점에서 회복까지 19.4개월, 약 1.6년이 걸렸습니다. 그에 비해 중기 국채(IEF)는 -23.93%였고, 2020-08-04 고점에서 2023-10-19 저점까지 떨어진 뒤 2026-08-31까지도 고점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이 1,524거래일, 달력으로는 약 6.0년입니다. 거래일은 시장이 열린 날만 센 값으로 한 해에 대략 252일입니다. 장기 국채(TLT)는 -48.35%로 셋 중 가장 깊었고 역시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채권'이라는 이름 아래 낙폭이 -5.71%와 -48.35%로 갈립니다. 은퇴가 가까워 위험을 줄이려고 채권 비중을 늘렸다면, 어떤 채권으로 늘렸느냐가 주식 비중을 얼마로 했느냐만큼 결과를 좌우했다는 뜻입니다.
2022년, 방어가 방어가 아니었던 해
그 차이를 한 해로 압축해 보면 이렇습니다. 우리 데이터에서 2022년 한 해 수익률은 미국 대형주(SPY) -18.65%, 종합채권(AGG) -12.42%, 단기 국채(SHY) -3.77%, 중기 국채(IEF) -14.36%, 장기 국채(TLT) -29.38%였습니다. 주식보다 더 많이 빠진 채권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값들로 배분별 성적을 계산하면 대조가 선명해집니다. 주식 90 / 종합채권 10은 -18.03%, 60 / 40은 -16.16%, 40 / 60은 -14.91%, 30 / 70은 -14.29%였습니다. 채권을 늘릴수록 손실이 줄기는 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습니다. 주식을 90%에서 30%로 3분의 1 토막 냈는데 손실은 3.7%p 줄었을 뿐입니다.
반면 같은 30 / 70인데 채권 자리를 장기 국채로 채웠다면 -26.16%였습니다. 주식을 90%나 담은 쪽보다 8%p 넘게 더 잃은 것입니다. '나이가 들었으니 주식을 줄이고 채권을 늘렸다'는 문장만 보면 두 사람은 같은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정반대에 가까웠습니다.
위 수치는 각 ETF의 연초 첫 거래일 종가와 연말 종가를 배당 재투자 기준으로 비교한 값이며, 세금·거래비용·환율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연중 리밸런싱도 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정리하면 나이 기반 규칙과 글라이드패스는 '언제 얼마나 줄일지'에 대한 대략적인 출발점을 줍니다. 다만 그것이 답해 주지 않는 세 가지를 스스로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 지금 고른 상품의 실제 주식 비중이 몇 퍼센트인지입니다. 같은 목표 연도라도 펀드마다 다릅니다. 둘째, 채권 자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입니다. 단기냐 중기냐 장기냐에 따라 낙폭이 몇 배 차이 납니다. 셋째, 그 조합이 과거에 얼마나 깊게 빠졌고 얼마나 오래 고점 아래에 있었는지입니다.
이 사이트는 직접 운영하는 곳이고, 자산별 최대 낙폭과 손실 기간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견딜 수 있는 낙폭을 먼저 정한 뒤 나이 규칙을 참고하는 순서가, 규칙을 먼저 따르고 낙폭을 나중에 마주하는 순서보다 안전합니다. 이 글은 특정 상품이나 비중을 권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글라이드패스대로 하면 손실을 피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글라이드패스는 나이에 맞춰 위험 수준을 조절하는 틀일 뿐 시장 하락을 막지 못합니다. 2008년에는 은퇴 임박자용 펀드조차 약 -41%까지 빠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주식 비중이 남아 있는 한 낙폭과 손실 기간은 항상 존재합니다.
Q. 100 − 나이를 그대로 써도 되나요?
출발점으로는 쓸 수 있지만 그대로 쓰기엔 거칠습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너무 일찍 채권을 늘리면 은퇴 후 자금이 부족해질 위험이 있어 110이나 120을 쓰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규칙이 '어떤 채권인지'를 말해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Q. To 방식과 Through 방식 중 무엇이 나은가요?
정답은 없습니다. To는 은퇴 시점에 가장 보수적으로 맞춰 원금 방어에 무게를 두고, Through는 은퇴 이후에도 성장을 노려 긴 노후에 대비합니다. 같은 목표 연도라도 방식에 따라 은퇴 시점 주식 비중이 40~55%까지 차이 나므로 가입 전 설명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Q. 목표 연도가 되면 주식이 0%가 되나요?
아닙니다. 은퇴 후에도 주식을 상당히 남겨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든 예에서도 72세 시점의 주식 비중이 30%였습니다. '목표 연도가 됐으니 안전하다'는 생각이 2008년에 많은 가입자를 놀라게 했던 오해입니다.
Q.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주식을 줄여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채권을 과도하게 늘리면 물가 상승에 구매력이 깎이고, 오래 사는 경우 성장 자산 부족으로 후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2022년처럼 채권이 주식보다 더 빠지는 해도 있습니다. 나이는 한 가지 요소일 뿐입니다.
참고자료
- Defined Contribution Plans: Key Information on Target Date Funds as Default Investments Should Be Provided to Plan Sponsors and Participants (GAO-11-118) — 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 Asset Allocation and Diversification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Investor.gov)
- Asset Allocation and Diversification — FI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