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자산의 고유 위험 — 낙폭, 해킹, 그리고 거래소 파산
증권 계좌에 든 주식 한 주와, 거래소 계정에 찍힌 코인 한 개. 화면상으로는 둘 다 '내 계좌에 있는 자산'입니다. 그런데 하나는 예탁결제원에 내 몫으로 따로 기록돼 증권사가 무너져도 남고, 다른 하나는 거래소가 자기 장부에 적어 둔 숫자일 뿐일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왜 결정적일까요?
최근 업데이트: 2026-07-22
가격이 전부가 아닙니다
코인은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것만 위험일까요? 사실 암호자산에는 주식에 없는 또 다른 위험들이 있습니다. 거래소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까지 실제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주식은 증권거래소·예탁결제원 같은 제도적 안전장치와 오랜 규제 역사 안에서 거래됩니다. 반면 암호자산은 역사가 짧고, 나라마다 규제가 제각각이며, 내 자산을 맡긴 거래소가 무너지면 돈을 통째로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암호자산의 위험은 두 층으로 나눠 봐야 합니다. 첫째 층은 가격입니다. 값이 얼마나 떨어질 수 있는가. 둘째 층은 구조입니다. 값이 오르든 내리든, 그 자산에 내가 계속 접근할 수 있는가. 주식 투자자는 대개 첫째 층만 생각하면 되지만, 암호자산에서는 둘째 층이 실제로 여러 번 무너졌습니다. 아래에서 두 층을 차례로 봅니다.
2017→2018: 약 -80%의 겨울
먼저 가격입니다. 변동성이란 가격이 위아래로 얼마나 크게 움직이는지를 뜻합니다. 비트코인은 이 변동성이 주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왜 이렇게까지 클까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배당·이익 같은 '기준값'이 없어 적정 가격을 가늠하기 어렵고, 역사가 짧으며,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도 가격이 크게 밀리는 시장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뉴스·심리·규제 소식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 %가 오르내리곤 합니다.
비트코인은 2017년 말 약 1만 9,700달러(2만 달러 부근)까지 치솟으며 세계적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1년 뒤인 2018년 말에는 약 3,200달러까지 무너졌습니다.
고점 대비 낙폭은 약 80~84%. 즉 고점에 100만 원을 넣었다면 약 16만~20만 원만 남는 하락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흔히 '크립토 윈터(암호자산의 겨울)'라고 부릅니다.
고점·저점 수치는 거래소·집계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여러 출처를 교차하면 이 구간 낙폭은 대략 -80% 안팎으로 모입니다.
2021→2022: 다시 약 -77%
한 번이면 예외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두 번이면 성격입니다.
비트코인은 2021년 11월 약 6만 9,0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그러나 2022년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여러 암호자산 기업·거래소의 붕괴가 겹치며 급락했고, 2022년 11월에는 약 1만 5,500달러 근처까지 떨어졌습니다.
고점 대비 낙폭은 약 77%. 불과 4년 사이에 두 번째로 '고점 대비 4분의 3 이상'이 증발한 셈입니다. 이 시기에 암호자산 시장 전체에서 2조 달러가 넘는 가치가 사라졌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두 번의 하락에서 무엇이 반복됐을까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값이 내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값이 내리자 그 위에 얹혀 있던 회사와 서비스가 함께 무너졌다는 점입니다. 다음 섹션들에서 볼 사건들은 대부분 이 두 번째 하락 구간에 몰려 있습니다.
저점을 약 1만 5,476달러로 보는 자료가 많으며, 낙폭은 출처에 따라 대략 75~78% 범위로 보고됩니다.
-80%에서 원금으로 돌아오려면 +400%가 필요합니다
이 낙폭이 얼마나 큰지는 주식과 비교하면 분명해집니다. 미국 S&P500 지수가 전후에 겪은 최악의 낙폭도 대략 -50%대(2008년 금융위기 등)였습니다(1929~1932년 대공황까지 넓히면 -80%대입니다). 비트코인은 그 -50%를 훌쩍 넘는 -80%대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회복'입니다. -80% 하락에서 원금을 되찾으려면 저점에서 무려 +400%(5배)가 올라야 합니다. 왜 이렇게 비대칭일까요? 100이 20으로 줄었을 때, 다시 100이 되려면 20의 다섯 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내려갈 때는 뺄셈처럼 느껴지지만 올라올 때는 곱셈이라, 낙폭이 깊어질수록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은 훨씬 가파르게 커집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과거 낙폭을 회복한 뒤 새 고점을 만든 적도 있지만, 그 사이 몇 년의 긴 손실 구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여기서 자주 잊히는 것이 '손실 기간'입니다. 최대 낙폭이 얼마였는지는 지나고 나서 숫자로 남지만, 그 기간을 버티는 일은 숫자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입니다. 저점에서 판 사람에게 이후의 회복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과거에 회복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반드시 회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사이트가 강조하는 건 단순합니다. 큰 상승 가능성 뒤에는 항상 그만큼 큰 낙폭과 긴 손실 기간이 붙어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 것입니다.
이 비대칭은 우리 가격 데이터로 계산하면 더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비트코인의 최대 낙폭은 -83.40%(2017년 12월 16일 고점 → 2018년 12월 15일 저점)로, 본전까지 필요한 상승은 +502.4%였습니다. 이더리움은 더 깊어서 최대 낙폭 -93.96%(2018년 1월 13일 고점 → 2018년 12월 14일 저점), 본전까지 +1,556.3%가 필요했고 회복에 25.7개월이 걸렸습니다.
회복이 훨씬 늦거나 아직 오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리플은 최대 낙폭 -95.87% 뒤 이전 고점을 되찾기까지 저점에서 64.2개월이 걸렸고, 도지코인은 2021년 5월 7일 고점 이후 2026년 9월 1일까지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고점 아래에서 1,942거래일을 보냈습니다. -80%면 +400%라는 산수는 실제 자산에서 이보다 더 가팔라지기도 합니다.
이 글은 비트코인의 미래 가격을 예측하지 않습니다. 과거 낙폭·회복 사례는 자산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일 뿐,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거래소가 사라진다 — 마운트곡스(2014)
이제 둘째 층, 구조의 위험입니다. 암호자산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위험은 '거래소 붕괴'입니다.
2014년, 당시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Mt.Gox)가 갑자기 출금을 중단하고 파산했습니다. 약 85만 개의 비트코인이 사라졌는데, 이는 당시 전 세계 비트코인의 약 7%에 해당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자산을 돌려받기까지 약 10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절차 자체가 통째로 다시 짜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파산 절차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민사재생(회생) 절차로 바뀌었고, 그 뒤로도 채권 확정과 분배 방식을 정하는 데 여러 해가 걸렸습니다. 실제 상환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10년쯤 지난 뒤에야 시작됐습니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이렇습니다. 거래소가 무너지면 손실은 '얼마를 잃었는가'만이 아니라 '몇 년 동안 못 쓰는가'로도 옵니다.
며칠 만의 붕괴 — FTX(2022)
2022년 11월에는 세계적 대형 거래소였던 FTX가 며칠 만에 무너졌습니다.
FTX는 한때 세계 2위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였습니다. 그러나 2022년 11월, 창업자의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가 FTX가 발행한 코인(FTT)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신뢰가 흔들렸습니다.
경쟁 거래소 바이낸스가 보유 중이던 FTT를 팔겠다고 밝히자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졌고, 유동성이 막힌 FTX는 11월 11일 파산 보호(챕터 11)를 신청했습니다. 창업자는 CEO에서 물러났습니다.
고객이 맡긴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조사 결과, FTX는 고객이 맡긴 자금을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려 위험한 투자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약 80억 달러 규모의 고객 자금 구멍이 확인됐고, 사라진 고객 자금은 1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2023년 고객 자금을 유용한 사기 등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고, 이후 사기 혐의로 25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선고 당시 그가 고객 자금을 유용했을 뿐 아니라 투자자와 대출기관까지 속였다고 밝혔습니다. '거래소에 맡긴 돈이 안전하게 분리 보관되고 있을 것'이라는 기본 전제가 깨진 사건이었습니다.
두 사건 모두 '거래소에 맡긴 내 코인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거래소는 은행이 아니며, 파산해도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해킹·규제·되돌릴 수 없는 거래
거래소 붕괴 외에도 주의할 위험이 여럿 있습니다.
해킹: 거래소·지갑·블록체인 간 다리(브리지)가 해킹당해 자산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반복돼 왔습니다. 한번 빠져나간 코인은 되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규제 불확실성: 암호자산에 대한 법과 규제가 나라마다 다르고 자주 바뀝니다. 특정 코인이 상장 폐지되거나 거래가 제한될 수 있어, 규제 변화 자체가 큰 위험입니다.
예금자보호 부재: 은행 예금은 한국 예금보험공사(미국은 FDIC) 같은 제도로 일정액까지 보호됩니다. 하지만 암호자산은 이런 보호가 없습니다. 거래소가 망하면 국가가 대신 돌려주지 않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거래: 잘못 보내거나 사기를 당해도 은행 이체처럼 취소·환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네 가지의 공통 뿌리는 무엇일까요? 되돌리는 장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통 금융에서 '되돌림'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고, 감독·보험·청산기관·분쟁 절차라는 비용을 들여 유지됩니다. 암호자산은 그 비용을 내지 않는 대신 그 기능도 갖지 못했습니다.
'내 키가 아니면 내 코인이 아니다'
암호자산 세계에는 '내 키가 아니면 내 코인이 아니다(Not your keys, not your coins)'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거래소에 코인을 맡겨두면 편리하지만, 실제 소유권을 증명하는 '개인키'는 거래소가 쥐고 있는 셈입니다. 거래소가 파산·해킹·출금 중단되면 내 코인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마운트곡스·FTX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그렇다고 개인키를 직접 보관하면(자기수탁), 이번엔 키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할 위험이 생깁니다. 실제로 비밀번호를 잊어 영영 못 찾게 된 사례도 많습니다. 어느 쪽이든 '누가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 암호자산의 근본적 위험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일까요? FTX 사태의 핵심은 코인 가격이 아니라, 그것을 보관하는 곳을 믿을 수 있느냐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자산이라도, 그것을 맡긴 곳이 무너지면 자산 자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를 '거래상대방 위험'이라고 합니다.
이 사이트는 특정 자산을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자산이든 담기 전에, 가격 낙폭뿐 아니라 이런 구조적 위험까지 이해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무엇에 투자하느냐만큼, 어디에·어떻게 보관하느냐도 결과를 가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큰 거래소에 맡기면 안전하지 않나요?
규모가 크다고 안전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FTX는 세계적 대형 거래소였는데도 며칠 만에 무너졌고, 마운트곡스는 당시 세계 최대였습니다. 거래소는 은행처럼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파산하면 맡긴 자산을 통째로 잃거나 오랜 시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Q. 암호자산도 은행 예금처럼 나라에서 보호해 주나요?
아닙니다. 은행 예금은 예금보험 제도로 일정 한도까지 보호되지만, 암호자산은 이런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거래소가 파산하거나 해킹당해도 국가가 대신 보상해 주지 않습니다. 이 점이 예금·주식과 크게 다른 암호자산 고유의 위험입니다.
Q. 비트코인은 결국 다시 오르니까 떨어져도 버티면 되지 않나요?
과거에 회복한 사례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80% 낙폭에서 원금 회복까지 몇 년이 걸렸고, 그 손실 기간을 견디지 못해 저점에서 파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버티면 오른다'는 결과론이며, 앞으로도 회복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Q. 비트코인 변동성이 주식보다 얼마나 큰가요?
단순화하면 '차원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식 시장의 역사적 최악 낙폭이 대략 -50%대인데, 비트코인은 -80%대 급락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하루 변동 폭도 주식보다 훨씬 큽니다. 큰 상승 잠재력과 큰 손실 위험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습니다.
Q. 거래상대방 위험이 뭔가요?
내가 거래하거나 자산을 맡긴 상대(거래소·중개사·발행사 등)가 약속을 못 지키거나 파산할 위험입니다. FTX처럼 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내가 산 코인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자산 자체를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Samuel Bankman-Fried Sentenced to 25 Years in Prison (FTX 사기 선고 보도자료) — U.S. Department of Justice, U.S. Attorney's Office SDNY
- Mt. Gox 민사재생 관재인 공식 공지 — MtGox Co., Ltd. Civil Rehabilitation Trustee
- Exercise Caution with Crypto Asset Securities: Investor Alert — U.S. SEC, Office of Investor Education and Advoc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