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개념10분 읽기

시장 전체는 비싼가 — CAPE·배당할인모형·주식 위험 프리미엄

CAPE는 1929년 이후 처음으로 1997년에 30을 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드문 고평가라는 경고가 나왔지만 시장의 정점은 그로부터 약 3년 뒤에 왔고, 그사이 지수는 더 올랐습니다. 밸류에이션 지표가 무엇을 말해 주고 무엇에 대해 침묵하는지가 이 한 장면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3

CAPE — 한 해가 아니라 10년의 이익으로 재기

올해 이익 하나로 시장이 비싼지 판단하면 착시가 생깁니다. 불황이 닥쳐 이익이 급감한 해에는 분모가 작아져 PER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고, 호황의 정점에서는 반대로 낮게 나옵니다. 정작 위험이 클 때 지표가 안전해 보이는 셈입니다.

CAPE(Cyclically Adjusted PE,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는 이 문제를 완화합니다. 주가를 최근 10년간 물가를 조정한 평균 주당순이익으로 나눕니다.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가 널리 알려 실러 PER이라고도 불립니다.

10년 평균을 쓰면 경기 사이클 한 바퀴가 분모 안에 들어옵니다. 한 해의 이익 급등락이 희석되고, 물가 조정을 거치므로 시대가 다른 구간끼리도 견줄 수 있게 됩니다. 그에 비해 대가도 있습니다. 10년 평균은 느리게 움직이므로, 사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뀐 시장에서는 과거의 이익이 현재를 잘못 대변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극단값 — 4.78에서 44.20 사이

CAPE는 오랜 기간 관찰되며 몇 차례 극단을 기록했습니다. 장기 중앙값은 대략 16 안팎으로 이야기되며, 관측된 역사적 범위는 약 4.78에서 44.2 사이였습니다.

주요 정점을 보면 1929년 대공황 직전에 약 32.56, 2000년 닷컴 버블 정점에서 약 44.20을 기록했습니다. 2026년 7월 기준으로는 약 41 수준으로,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돕니다.

다만 여기서 두 가지를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장기 평균과 현재값은 산정 방식과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이익 계열을 쓰고 어떤 물가지수로 조정했는지에 따라 같은 시점의 값이 다르게 나옵니다. 둘째, 앞에서 본 것처럼 1997년에 30을 넘은 뒤 정점까지 약 3년이 더 걸렸습니다. 고평가가 곧 하락은 아니었습니다.

장기 평균·현재값은 산정 방식과 시점에 따라 다릅니다. 원문 데이터는 로버트 실러 교수가 공개하는 1871년 이후 월간 주가·배당·이익·물가 계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높은 CAPE 뒤에 실제로 무엇이 왔나 — 우리 데이터로 본 12년

높은 CAPE 뒤에는 향후 10년간 실질수익률이 저조했던 경향이 관찰됩니다. 1929년 이후 1940년대까지의 구간, 그리고 2000년부터 2011년까지의 구간이 자주 인용됩니다.

두 번째 구간은 우리 사이트가 보유한 일별 지수 데이터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S&P 500 지수를 2000년 1월 3일부터 2011년 12월 30일까지 12년 동안 놓고 계산하면, 가격 기준 총수익은 -13.6%였습니다. 연평균으로는 -1.21%입니다. 배당을 빼놓고 보면 12년이 지난 뒤 출발점보다 아래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배당까지 반영하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 같은 기간 S&P 500 ETF(SPY)를 배당 재투자 기준으로 계산하면 +7.0%, 연평균 +0.57%입니다. 여전히 12년치 성적으로는 초라하지만 원금을 밑돌지는 않았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을 가격 지수만으로 이야기하면 20%p 가까이 과장됩니다.

같은 구간 안에서 지수는 2007년 10월 9일 고점 대비 2009년 3월 9일 저점까지 56.78% 내렸습니다. 본전으로 돌아오려면 +131.4%가 필요했고, 이 고점을 다시 넘은 것은 2013년 3월 28일이었습니다. 1990년 이후 전체로 넓혀 보면 같은 지수의 최대 낙폭은 -56.8%이며, 그 사이 연평균 상승률은 +8.71%였습니다.

즉 같은 지수가 어느 구간을 잘라 보느냐에 따라 연 -1.21%가 되기도 하고 연 +8.71%가 되기도 합니다. 시작한 밸류에이션이 그 차이의 전부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요소도 아닙니다.

위 수치는 이 사이트가 보유한 일별 종가 데이터로 직접 계산한 가격 기준 값입니다(집계 종료일 2026년 8월 21일). 배당 재투자·세금·수수료는 반영하지 않았으며, 특정 시점의 매매를 권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배당할인모형 — 값을 아래에서부터 쌓아 올리기

CAPE가 시장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구라면, 배당할인모형(DDM)은 개별 주식의 가치를 아래에서부터 쌓아 올립니다. 주식의 가치를 앞으로 받게 될 모든 배당의 현재가치 합으로 봅니다.

미래의 돈은 지금의 돈보다 가치가 낮으므로 먼 미래의 배당일수록 현재가치는 작아집니다. 이 모든 배당의 현재가치를 더한 것이 이론적 주가라는 발상입니다.

무한한 배당을 일일이 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배당이 매년 일정한 비율로 자란다고 가정해 단순화한 것이 고든 성장모형입니다(마이런 고든, 1950년대).

P = D1 / (r − g)

P는 이론적 가치, D1은 내년에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배당, r은 요구수익률, g는 배당의 연간 성장률입니다. 내년 배당 1,000원에 요구수익률 0.08, 배당성장률 0.03을 넣으면 P = 1,000 / (0.08 − 0.03) = 20,000원이 됩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r이 g보다 커야 합니다. g가 r과 같거나 크면 분모가 0이거나 음수가 되어 결과가 무한대나 음수로 나옵니다. 경제적으로 무의미한 값입니다. 게다가 이 모형은 g에 매우 민감합니다. g를 조금만 올려도 결과가 크게 부풉니다. 성장률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주식 위험 프리미엄 — 그 요구수익률은 어디서 오나

고든 성장모형의 r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안전자산 금리에 위험을 감수한 대가를 얹어 만듭니다. 그 대가가 주식 위험 프리미엄(ERP, Equity Risk Premium)입니다.

ERP는 주식이 국채 같은 무위험자산보다 초과로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또는 과거에 벌었던 수익의 크기입니다. 기대수익 계산과 밸류에이션의 핵심 입력값으로 쓰입니다.

문제는 하나의 정답 값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기간을 보는지, 무위험자산으로 어떤 만기의 국채를 잡는지, 산술평균과 기하평균 중 무엇을 쓰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다모다란 교수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역사적 ERP는 산술평균 기준 약 4.12%에서 8.00%, 기하평균 기준 약 2.17%에서 6.25% 범위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폭이 넓다는 사실 자체가 교훈입니다.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추정치 중 어느 하나를 골라 앞의 고든 성장모형에 넣으면, 같은 회사의 이론가치가 전혀 다르게 나옵니다. 은퇴 설계나 자산배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ERP를 높게 가정하면 미래를 낙관적으로, 낮게 잡으면 보수적으로 보게 됩니다.

그리고 ERP는 미래 보장 수익이 아닙니다. 짧은 기간에는 주식이 국채보다 못한 구간이 흔합니다. 앞에서 본 2000년부터 2011년까지의 12년이 바로 그런 구간이었습니다.

세 도구를 어떻게 쓸 것인가

세 도구는 서로를 보완하지만 어느 것도 타이밍을 알려 주지 않습니다.

CAPE는 지금 시장이 역사적으로 비싼가를 가늠하는 데 유용합니다. 다만 고평가가 몇 년씩 지속될 수 있어 높다고 팔라는 신호가 아니고, 저금리 같은 환경 변화로 적정 수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으며, 국가·시대마다 기준이 달라 절대 비교가 어렵습니다.

DDM은 가치가 어디서 오는지를 이해하는 데 훌륭합니다. 그러나 배당을 안 주거나 성장률이 들쭉날쭉한 기업에는 잘 맞지 않고, 입력값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ERP는 위험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수치로 보여 줍니다. 반면 그 대가가 항상, 매년 실현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같은 데이터가 함께 보여 줍니다.

결국 셋 다 장기 기대수익을 어느 정도로 잡을 것인가를 조정하는 경고등이지,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이 글도 시장 방향을 예측하거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APE가 높으면 지금 팔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CAPE는 타이밍 도구가 아닙니다. 고평가 상태가 몇 년간 지속된 사례가 많아, 높은 CAPE만으로 매도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Q. 일반 PER과 무엇이 다른가요?

일반 PER은 최근 1년 이익을 쓰지만 CAPE는 물가를 조정한 10년 평균 이익을 씁니다. 그래서 경기 변동에 따른 이익 왜곡을 줄여 줍니다.

Q. 배당을 안 주는 기업도 배당할인모형으로 평가하나요?

배당이 없으면 고든 성장모형을 그대로 쓰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잉여현금흐름 기반 모형(DCF) 등 다른 방법을 함께 사용합니다.

Q. 성장률(g)을 높게 넣으면 가치가 커지는데, 마음대로 정해도 되나요?

안 됩니다. g를 r에 가깝게 높이면 결과가 비현실적으로 부풀거나 무한대가 됩니다. g는 r보다 작아야 하고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Q. ERP는 항상 양수인가요?

장기 평균으로는 양수 경향이지만 특정 기간에는 주식이 국채보다 부진해 사실상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되기도 합니다. 항상 주식이 이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Q. ERP의 정확한 값 하나가 있나요?

없습니다. 기간·무위험자산 선택·평균 방식에 따라 미국 기준으로도 2%대에서 8%까지 폭넓게 나옵니다. 그래서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범위로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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