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계산11분 읽기

기간을 바꿔 보는 수익률 — 연환산·보유기간수익률·롤링

매달 5%씩 벌면 1년에 60%일까요? 계산기를 두드리면 79.6%가 나옵니다. 더 큰 숫자죠. 그런데 이 79.6%를 실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연환산은 서로 다른 기간을 나란히 놓게 해 주는 편리한 도구입니다. 동시에 가장 쉽게 오해를 부르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연환산이 하는 일

연환산은 서로 다른 기간의 수익률을 1년 기준으로 통일하는 작업입니다. 3개월 투자와 5년 투자를 비교하려면 같은 잣대가 필요하니까요.

장기 투자에서 가장 많이 쓰는 형태가 CAGR입니다. 공식은 (기말가치 ÷ 기초가치)^(1 ÷ 보유연수) - 1 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1,000만 원이 5년 뒤 2,000만 원이 됐습니다. 총수익은 100%입니다. 이걸 5년으로 나눠 연 20%라고 하면 틀립니다. 복리로 되짚으면 답은 14.87%입니다.

왜 더 낮을까요? 복리 때문입니다. 첫해에 불어난 돈 위에 다음 해 수익률이 다시 붙습니다. 그래서 매년 필요한 성장률은 단순 나눗셈보다 낮습니다.

함정 하나: 짧은 기간을 늘려 잡으면

가장 흔한 오용은 짧은 기간의 성과를 그대로 1년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한 달에 2%를 벌었다고 해봅시다. 연환산하면 (1.02)의 12제곱에서 1을 뺀 값, 약 26.8%입니다. 한 달에 5%라면 (1.05)의 12제곱에서 1을 뺀 79.6%까지 치솟습니다.

문제는 가정입니다. 이 숫자는 '앞으로도 매달 그만큼 번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한두 달의 운까지 12배로 증폭한 값이죠.

그래서 실무에서는 최소 3~5년 이상의 기록으로 연환산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광고나 SNS에서 월 수익률을 연 60~80%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우를 조심해야 합니다. 짧은 기간의 연환산은 실적이 아니라 착시에 가깝습니다.

함정 둘: 어떤 평균인가

두 번째 함정은 '평균 수익률'이라는 말 속에 있습니다.

어떤 자산이 1년차에 +10%, 2년차에 -10%였다고 합시다. 단순히 더해 나누면 0%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1.10 × 0.90 = 0.99, 즉 -1%입니다.

더 극단적으로 +50%와 -50%를 겪으면 산술평균은 0%지만 실제 결과는 약 -13.4%입니다. 손실이 이익보다 무겁게 작용하기 때문이고, 이를 변동성 드래그라고 부릅니다.

관계식으로는 기하평균 ≈ 산술평균 - 0.5 × 분산이 알려져 있습니다. 변동성이 클수록 실제 손에 쥐는 연환산 수익률은 평균보다 낮아집니다. 성과를 좋아 보이게 하려고 산술평균을 쓰는 경우가 많으니, 어떤 평균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함정 셋: 평균은 평균일 뿐

S&P 500의 장기 연환산 수익률은 배당 재투자 기준으로 대략 연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작 연도와 계산 기준에 따라 대체로 10.2%에서 10.6% 범위로 보고됩니다. 1926년 또는 1928년 이후를 기준으로 삼은 값들입니다.

그런데 이 평균 10%를 매년 안정적으로 받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입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약 97년의 역사에서 실제 연간 수익률이 8~12% 구간에 들어온 해는 다섯 해뿐이었습니다. 나머지 해는 +30% 가까이 급등하거나 -30% 가까이 급락하는 식으로 평균에서 크게 벗어났습니다.

연환산 수익률은 '길게 보면 이 속도로 불어났다'는 요약일 뿐, '매년 이만큼 준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하락장에서 '왜 평균과 다르냐'며 흔들리기 쉽습니다.

보유기간수익률(HPR) — 총수익은 기간을 모른다

반대편에는 기간을 아예 무시하는 지표가 있습니다. 보유기간수익률(HPR)입니다.

HPR은 자산을 보유한 전체 기간의 총수익을 뜻합니다. 공식은 (기말가치 + 받은 배당·이자 - 기초가치) ÷ 기초가치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넣어 3년 뒤 평가액이 130만 원이고 그동안 배당을 5만 원 받았다면 HPR은 35%입니다. 여기서 배당을 빼먹는 것이 흔한 실수입니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자산일수록 그 차이가 커집니다.

HPR의 약점은 분명합니다. 기간이 다른 투자를 비교할 수 없습니다. A는 2년에 25%, B는 5년에 40%라면 총수익은 B가 크지만 연 단위로 환산하면 A가 약 11.8%, B가 약 7.0%로 A가 앞섭니다. 그래서 HPR은 연환산과 짝지어 봐야 합니다.

누적과 연환산을 섞으면 생기는 일

'10년에 300% 벌었다'는 문장을 봅시다. 이걸 연 30%라고 읽으면 틀립니다.

누적수익률 300%는 100만 원이 400만 원이 됐다는 뜻입니다. 10년 만에 4배죠. 이를 복리로 되짚으면 4의 10분의 1 제곱에서 1을 뺀 값, 약 14.9%입니다.

반대로 30%씩 10년을 복리로 굴리면 1.3의 10제곱, 약 13.8배가 됩니다. 4배와는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 복리를 나눗셈으로 계산하면 이렇게 크게 어긋납니다.

기간이 빠진 수익률은 절반짜리 정보입니다. 같은 연 15%라도 3년이면 약 1.5배, 20년이면 약 16배입니다. 수익률 숫자를 볼 때는 누적인지 연환산인지, 그리고 몇 년치인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롤링 수익률 — 시작일 하나로 뒤집히는 숫자

마지막 함정은 시작일입니다. '10년 전에 샀으면 두 배가 됐다' 같은 문장은 시작일과 종료일을 딱 하나씩 골라 계산한 값입니다. 이를 포인트투포인트 또는 트레일링 수익률이라고 부릅니다.

그 시작일이 하필 바닥이었다면 수익률이 좋아 보이고, 고점이었다면 처참해 보입니다. 같은 자산인데 '언제 눌렀느냐'는 우연으로 숫자가 널뜁니다. 이것이 시점 편향입니다.

롤링 수익률은 이 편향을 없애려는 방법입니다. 시작일을 한 칸씩 밀면서 2000~2010년, 2001~2011년, 2002~2012년처럼 겹치는 구간을 전부 계산합니다. 그러면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분포를 보게 됩니다.

미국 S&P 500 자료로 대략의 그림을 그리면 이렇습니다. 1년 보유는 최악 약 -37~-44%에서 최고 +50%대까지 극단적으로 벌어집니다. 5년 보유는 대략 -12%~+28%, 10년 보유는 대략 -4%~+20% 범위로 좁아집니다. 20년 구간에서는 역사적으로 배당 포함 명목 기준 양의 수익률만 관측됐고, 최악의 20년도 대략 연 +1~6%, 최고는 연 +13~17% 안팎이었다고 여러 자료가 전합니다.

다만 이것은 미국 시장의 과거 사례입니다. 일본처럼 1989년 고점 이후 오래 부진했던 시장도 있어, '20년이면 무조건 플러스'가 모든 나라와 미래에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1999~2000년 고점 근처에서 시작한 10년이 닷컴 붕괴와 금융위기를 연달아 맞아 거의 0%에 가까웠던 사례도 자주 인용됩니다.

롤링 구간은 서로 겹치므로 통계적으로 독립된 표본이 아닙니다. '몇 % 확률' 같은 정밀한 확률 해석은 조심해야 하고, '언제 시작해도 대체로 이 범위였다'는 시점 편향 제거 용도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시작일 하나로 갈리는 10년

말로만 하면 와닿지 않으니 직접 계산해 보겠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SPY는 2000-01-03부터 2009-12-31까지 10년 동안 총수익 -8.7%, 연평균 -0.91%였습니다. 10년을 꼬박 들고도 원금 아래였습니다.

시작일을 10년 뒤로 옮기면 어떨까요. 같은 SPY를 2010-01-04부터 2019-12-31까지 10년 보유했다면 총수익 +246.9%, 연평균 +13.26%였습니다. 같은 자산, 같은 10년, 전혀 다른 성적표입니다.

두 구간을 모두 포함한 1993-01-29부터 2026-08-31까지 전체로 보면 연평균은 +10.85%입니다. 흔히 말하는 '연 10%'에 가까운 값이죠. 그 평균 안에 위의 두 10년이 함께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데이터에서 최대 낙폭은 -55.19%였고,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1,656거래일이었습니다. 한 해 약 252거래일로 환산하면 약 6.6년입니다. 평균 수익률만 보면 보이지 않는 시간입니다.

이 글은 특정 시점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으며 미래 수익률을 예측하지 않습니다. 과거 수치는 교육용 참고이며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환산 수익률과 CAGR은 같은 건가요?

사실상 같은 개념입니다. 누적수익률을 기간으로 복리 환산한 것이 CAGR이고, 이를 연환산 수익률이라고도 부릅니다. 다만 매달 나눠 넣는 적립식처럼 현금흐름 시점이 제각각일 때는 CAGR 대신 XIRR을 써야 정확합니다.

Q. 그럼 짧은 기간 수익률은 연환산하면 안 되나요?

계산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 숫자를 실적이나 기대 수익으로 받아들이면 위험합니다. 한 달 5%를 연 79.6%로 바꾸는 계산에는 '앞으로도 매달 5%를 번다'는 비현실적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Q. HPR과 누적수익률은 같은 말인가요?

거의 같은 개념으로 쓰입니다. 둘 다 전체 보유 기간의 총수익을 뜻합니다. 누적수익률은 여러 기간의 수익률을 이어 붙였다는 뉘앙스가, HPR은 단일 보유 기간을 처음과 끝으로 한 번에 잰다는 뉘앙스가 조금 더 강합니다.

Q. 구간이 서로 겹치는데 롤링 수익률을 믿어도 되나요?

겹치는 것이 롤링 수익률의 특징입니다. 인접 구간은 값이 비슷해 완전히 독립된 표본이 아니므로 확률 해석은 조심해야 합니다. 다만 시점 편향을 걷어내고 최악과 최고의 범위를 보는 목적에는 유용합니다.

Q. 그럼 20년만 버티면 반드시 이익인가요?

아닙니다. 미국 시장의 과거 사례일 뿐 미래 보장이 아닙니다. 일본 증시처럼 오래 부진했던 시장도 있고, 개별 종목이나 특정 자산은 20년으로도 회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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