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편향 — 사라진 펀드와 사라진 기업은 통계에 없다
2017년, 워런 버핏이 10년 내기의 결과를 정리하며 각주 하나를 달았습니다. 상대편 헤지펀드 묶음 다섯 개 가운데 'Fund D'는 2017년에 청산됐고, 그래서 이 펀드의 연평균 수익은 10년이 아니라 운영된 9년치로만 계산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만약 버핏이 각주를 달지 않았다면 우리는 다섯 번째 펀드가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입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19
사라진 것은 기록도 남기지 않습니다
생존자 편향은 살아남은 것들만 보이기 때문에 현실을 왜곡하는 오류입니다. 앞의 각주가 정확히 그 구조를 보여 줍니다. 청산된 펀드는 10년치 성적표를 남기지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그 다섯 펀드의 '10년 성과'를 평균 내려 했다면, 자료가 남아 있는 넷만 세게 되고 평균은 저절로 올라갔을 것입니다. 데이터가 사라진 자리는 빈칸으로 보이지 않고,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2차 세계대전의 폭격기 이야기입니다. 통계학자 에이브러햄 발드는 폭격기의 어디에 장갑을 덧대야 하는지 자문을 요청받았습니다. 군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비행기를 살펴보고 총탄 자국이 가장 많은 부위인 날개와 동체를 보강하려 했습니다. 많이 맞은 곳을 지켜야 한다는 상식적인 판단이었습니다.
발드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지금 보이는 것은 돌아온 비행기뿐이고, 이 비행기들은 그 부위를 맞고도 살아 돌아왔다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정작 격추돼 돌아오지 못한 비행기는 자국이 거의 없는 부위, 즉 엔진과 조종석을 맞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국이 많은 곳이 아니라 자국이 없는 곳을 보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표본에서 빠진 것이 진짜 답을 쥐고 있었던 셈입니다.
생존자 편향은 더 큰 개념인 선택 편향의 한 종류입니다. 선택 편향은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는 모든 경우를 아우르고, 생존자 편향은 그중 살아남은 것만 표본에 남는 특수한 경우를 가리킵니다.
지수는 교체되고, 개별 기업은 교체되지 않습니다
S&P 500은 미국의 상위 500대 기업으로 구성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구성이 계속 바뀐다는 점입니다. 성장해 편입되는 기업이 있고 쇠퇴하거나 파산해 퇴출되는 기업이 있습니다. 1980년 S&P 500에 있던 기업 중 2020년에도 남아 있는 기업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코닥, 시어스, 블록버스터는 모두 한때 이 지수의 핵심이었습니다.
'S&P 500은 결국 항상 회복했다'는 말이 성립하는 이유의 일부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수는 살아남은 기업 위주로 계속 교체되기 때문입니다. 개별 주식에 투자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2000년에 AOL을 산 사람은 2020년에도 손실 상태였습니다.
지수와 개별 종목의 차이는 회복이 되느냐 마느냐만이 아닙니다. 살아남아 크게 성장한 기업조차 그 과정에서 오래 고점 아래에 머물렀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월트디즈니(DIS)의 1962-01-02~2026-08-31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85.66%였습니다. 1973년 1월 2일 고점에서 1974년 12월 17일 저점까지 내려간 값이고, 그 자리에서 본전으로 돌아오려면 +597.2%가 필요했습니다. 이전 고점을 다시 넘은 날은 1985년 12월 20일로, 저점에서 132.1개월(약 11.0년)이 걸렸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3,264거래일로, 한 해 약 252거래일로 나누면 약 13.0년입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총수익은 +189847.2%였습니다. 결과만 보면 경이로운 기록이지만, 그 안에는 13년 동안 예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위 값은 배당과 액면분할이 반영된 조정 종가 기준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살아남은 회사'의 기록입니다. 같은 시기에 사라진 회사들의 기록은 애초에 파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펀드는 얼마나 사라지나 — 절반 안팎
펀드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성과가 나쁘거나 자금이 모이지 않으면 운용사는 그 펀드를 청산하거나 다른 펀드에 합병시킵니다. 문제는 이렇게 사라진 펀드가 과거 성과 통계에서도 함께 지워진다는 점입니다. 반에서 성적 나쁜 학생들이 전학을 간 뒤 낸 반 평균은 반 전체의 실력이 아니라 남은 학생들의 실력일 뿐입니다.
규모는 생각보다 큽니다. 미국 자료를 보면 20년 정도의 긴 기간에서 주식형 펀드의 절반 이상이 청산되거나 합병으로 사라진 것으로 집계됩니다. 한 집계에서는 2024년 말 기준 지난 20년간 미국 주식형 펀드의 약 64%가 없어졌다고 보고했고, 소형주 펀드에서는 20년 생존율이 약 50% 수준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연 단위로 보면 매년 평균 약 100개의 미국 주식형 펀드가 청산·합병되는데, 이는 그해 초에 존재하던 펀드의 대략 5%에 해당합니다. 시장이 크게 흔들린 2009년에는 한 해에만 275개가 사라졌습니다.
부풀림의 크기도 연구로 추정돼 있습니다. Elton·Gruber·Blake(1996)는 뮤추얼펀드 데이터에서 편향이 연 약 1.4%p라고 추정했고, Brown·Goetzmann·Ross(1995)는 연 1~2% 수준으로 봤습니다. Carhart·Carpenter·Lynch·Musto의 연구는 1년짜리 짧은 표본에서는 편향이 연 0.17%p로 작지만 15년 이상 긴 표본에서는 연 약 1%p로 커진다고 보였습니다. 기간이 길수록 사라진 펀드가 쌓이니 편향도 함께 커지는 구조입니다.
연 1%p가 작아 보인다면 복리를 떠올려야 합니다. 20~30년 쌓이면 최종 금액에서 수십 %의 차이가 납니다. 평균 펀드도 이만큼 벌었다는 문구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소멸 비율은 기간·펀드 분류·데이터 출처에 따라 대략 50%에서 64% 범위로 다르게 보고됩니다. 특정 한 숫자보다 '절반 안팎이 사라진다'는 규모로 이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빠진 것까지 세는 자료는 어떤 값을 내놓나
이 문제를 정직하게 다루는 대표적인 자료가 S&P 다우존스 인다이시즈의 SPIVA 스코어카드입니다. SPIVA는 액티브 펀드와 지수를 비교할 때 기간 중 청산·합병으로 사라진 펀드까지 포함해 계산합니다. 살아남은 펀드만 세지 않기 때문에 생존편향이 보정됩니다.
그 결과는 냉정합니다. SPIVA의 2024년 말 자료에 따르면 15년 동안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의 약 89.5%가 S&P 500 지수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사라진 펀드를 빼고 살아남은 우등생만 셌다면 이 숫자는 훨씬 좋게 보였을 것입니다.
자료가 보정됐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방법론 설명에 기간 중 사라진 펀드를 포함했다거나 생존편향이 제거된 데이터베이스를 썼다고 명시돼 있으면 보정된 것입니다. 반대로 '현재 판매 중인 펀드 기준'처럼 지금 살아 있는 펀드만 대상으로 한 평균이라면 편향이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SPIVA 수치는 S&P 다우존스 인다이시즈가 발표한 값을 인용한 것으로, 우리가 직접 계산한 값이 아닙니다. 액티브 운용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평균 펀드 수익률'이라는 통계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 주는 교육 소재입니다.
선택 편향이라는 더 큰 틀
선택 편향은 분석 대상이 되는 표본이 전체 모집단을 골고루 대표하지 못할 때 생기는 오류입니다. 계산 자체는 정확해도 결론이 왜곡됩니다. 핵심은 누가 데이터에 남았는가입니다.
투자 세계에는 세 가지 형태가 흔합니다. 첫째, 성공담만 모은 결론입니다. 주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는 콘텐츠는 성공한 사람만 표본으로 삼고, 같은 방식으로 투자했다가 실패한 훨씬 많은 사람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둘째, 유리한 시작일이나 종목만 골라 보여 주는 경우입니다. 폭락 직후를 시작점으로 잡으면 어떤 전략이든 좋아 보입니다. 셋째, 청산된 펀드가 빠진 성과 통계입니다.
표본을 늘린다고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선택 편향은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어떻게 모았는지의 문제여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방식으로 모으면 수를 늘려도 같은 방향으로 계속 왜곡됩니다. 오히려 큰 표본이 잘못된 결론에 더 큰 확신을 주기도 합니다.
이 사이트의 데이터에도 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정직하게 밝히면, 이 서비스도 생존자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첫째, 현재 존재하는 지수 자체가 이미 살아남은 시장입니다. 20세기 초 러시아와 독일 증시는 전쟁이나 혁명으로 사실상 전멸했습니다. 주식은 장기적으로 오른다는 명제는 살아남은 선진국 증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문장입니다.
둘째, 개별 종목 데이터는 지금 상장돼 있는 기업만 담습니다. 우리 저장소의 미국 개별주·ETF 가격 파일은 2026년 8월 말 기준 333개인데, 전부 현재 거래되는 종목입니다. 상장폐지된 회사는 계산 결과가 나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선택 목록에 없습니다. 앞에서 본 디즈니의 -85.66%는 그 시절을 견디고 살아남은 쪽의 기록이며, 같은 시기에 사라진 회사들의 기록은 이 화면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사이트는 계산 결과를 보여 줄 때 최대 낙폭과 손실 기간, 회복까지 걸린 시간을 함께 표시합니다. 성공한 구간만 잘라 보여 주는 대신 견뎌야 했던 시간까지 담는 것이, 우리가 가진 데이터의 한계 안에서 선택 편향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숫자를 볼 때마다 이렇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이 표본은 어떻게 골라졌고, 여기서 빠진 것은 무엇인가.
자주 묻는 질문
Q. 생존자 편향이 인덱스 투자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덱스 투자는 오히려 생존자 편향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개별 기업을 고르지 않고 지수 전체를 사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흥하고 망할지 맞힐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 시장 전체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가정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Q. 생존자 편향이 이 계산기 데이터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지수나 ETF 기준으로 계산하면 지수 자체의 구성 변경이 이미 반영돼 있습니다. 개별 주식 계산은 현재 상장된 기업에 한정되며, 상장폐지 이력이 있는 기업은 데이터가 없습니다. 결과를 해석할 때 이 한계를 함께 감안해 주세요.
Q. 생존편향이 보정된 자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방법론 설명을 보면 됩니다. 기간 중 사라진 펀드를 포함했다거나 생존편향이 제거된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했다고 명시하면 보정된 것입니다. 반대로 현재 판매 중인 펀드 기준처럼 지금 살아 있는 펀드만 대상으로 한 평균은 편향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Q. 선택 편향과 생존편향은 어떻게 다른가요?
생존편향은 선택 편향의 한 종류입니다. 선택 편향은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는 모든 경우를 아우르는 넓은 개념이고, 생존편향은 그중에서도 살아남은 것만 표본에 남고 사라진 것이 빠지는 특수한 경우를 가리킵니다.
참고자료
- Berkshire Hathaway 2017 Shareholder Letter (PDF) — Berkshire Hathaway Inc.
- ... and the Cross-Section of Expected Returns (Harvey, Liu, Zhu) — Duke University / Review of Financial 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