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최대예상손실) 쉽게 이해하기
"내 투자, 한 달에 최대 얼마까지 잃을 수 있을까?" 이 막연한 걱정을 숫자로 바꿔주는 도구가 바로 VaR이에요. 그런데 이 숫자, 생각보다 함정이 많답니다.
VaR이 뭐예요? 한 문장으로
VaR(Value at Risk, 최대예상손실)은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확률 안에서 예상되는 최대 손실 금액"이에요.
말이 어렵죠?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사람이 "내 포트폴리오의 95% 신뢰수준 1개월 VaR은 100만원"이라고 말했다면, 이건 이런 뜻이에요.
"다음 한 달 동안, 100번 중 95번은 손실이 1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100번 중 5번(5%)은 100만원보다 더 잃을 수도 있다."
즉 VaR에는 항상 세 가지가 들어가요. ① 기간(하루? 한 달?), ② 신뢰수준(95%? 99%?), ③ 손실 금액. 이 셋이 다 있어야 제대로 된 VaR이에요.
VaR은 '최대 손실'이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안 넘을 손실선'이에요. 나머지 5% 구간에서는 이 금액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다는 게 핵심이에요.
어떻게 계산하나요? 3가지 방법
VaR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예요. 각자 장단점이 뚜렷해요.
① 파라메트릭(분산-공분산) 방법: 수익률이 정규분포(종 모양)를 따른다고 가정하고, 변동성에 신뢰계수를 곱해요. 간단한 근사식은 'VaR ≈ 투자금 × 변동성 × 신뢰계수'예요. 95%면 신뢰계수(z값)가 약 1.65, 99%면 약 2.33을 써요. 빠르고 간단하지만, 실제 시장은 종 모양보다 '꼬리가 두꺼워서' 극단적 손실을 과소평가하는 약점이 있어요.
② 역사적 시뮬레이션: 분포를 가정하지 않아요. 과거 실제 수익률들을 나쁜 순서대로 쭉 줄 세운 다음, 하위 5% 지점을 VaR로 삼아요. 직관적이지만 '과거가 미래를 대표한다'는 가정에 의존해요.
③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컴퓨터로 수천~수만 개의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손실 분포를 추정해요. 가장 유연하고 강력하지만, 계산이 복잡하고 어떤 모델을 쓰느냐에 결과가 크게 좌우돼요.
재미있는 건, 95% 수준에서는 세 방법 결과가 서로 비슷한데, 99%처럼 더 극단으로 갈수록 방법에 따라 값이 벌어진다는 점이에요.
VaR의 결정적 한계 — 2008년이 알려준 것
VaR은 편리해서 은행·펀드가 널리 썼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요. 바로 '선을 넘었을 때 얼마나 심각한지'를 전혀 말해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VaR은 "손실이 100만원을 넘을 확률이 5%"라고만 알려줄 뿐, 그 5%가 터졌을 때 200만원을 잃을지 2,000만원을 잃을지는 침묵해요. 이걸 '꼬리위험(tail risk)을 못 잡는다'고 표현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많은 금융기관의 실제 손실이 자기들이 계산해둔 VaR 추정치를 크게 초과했거든요. 평소엔 잘 맞던 숫자가, 정작 위기의 순간에는 안전지대를 훨씬 벗어난 손실을 막아주지 못한 거죠.
또 하나, VaR은 이론적으로 '부가성(sub-additivity)'을 위반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해, 자산을 나눠 담는 분산투자가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것처럼 잘못 계산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에요.
"최대 낙폭·손실 기간을 숨기지 않는다"는 게 이 사이트의 원칙이에요. VaR도 마찬가지로, 평상시 숫자만 믿고 위기 시나리오를 못 본 척하면 안 돼요.
그래서 나온 보완책 — Expected Shortfall(CVaR)
VaR이 '선을 넘으면 얼마나?'라는 질문에 답을 못 하니, 그 빈틈을 메우는 지표가 등장했어요. 바로 Expected Shortfall(ES), 다른 이름으로 조건부 VaR(CVaR)이에요.
ES는 'VaR 선을 넘어버린 손실들의 평균'을 계산해요. VaR이 꼬리의 '입구'만 알려준다면, ES는 그 꼬리 '안쪽'까지 들여다보는 셈이죠. 그래서 극단적 손실을 훨씬 현실감 있게 반영해요.
이 차이를 규제 당국도 인정했어요. 은행 자본 규제인 바젤 III의 FRTB(트레이딩 부문 근본적 개편)에서는, 시장위험 자본을 계산할 때 기존의 '99% VaR'을 '97.5% Expected Shortfall'로 바꿨어요. 꼬리위험을 더 잘 잡기 위한 선택이었죠.
정리하면, VaR은 위험을 처음 이해할 때 좋은 출발점이지만, '위기의 크기'까지 알고 싶다면 ES 같은 보완 지표를 함께 봐야 해요.
10·20대 투자자가 기억할 것
사실 개인 투자자가 매일 VaR을 직접 계산할 일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VaR이 주는 '사고방식'은 정말 유용해요.
첫째, 위험을 '확률과 금액'으로 구체화하는 습관이에요. "그냥 위험해"가 아니라 "한 달에 얼마까지 잃어도 내가 버틸 수 있나?"를 스스로 물어보는 거죠.
둘째, 어떤 위험 지표든 '평상시'와 '위기'는 다르다는 점을 잊지 않는 거예요. VaR의 95% 구간이 예뻐 보여도, 진짜 무서운 건 나머지 5%거든요.
셋째, 그래서 장기 투자에서는 '최대 낙폭'과 '회복 기간'을 함께 보는 게 중요해요. 실제 역사에서 위기 때 자산이 얼마나 빠졌고 얼마 만에 회복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면, 숫자가 몸에 와닿아요. 이 사이트('거의 모든 것의 수익률', 제가 직접 운영해요)의 위기 시뮬레이터로 과거 폭락기를 직접 돌려보면 감이 훨씬 잘 잡힐 거예요.
자주 묻는 질문
Q. VaR이 100만원이면 손실이 절대 100만원을 안 넘는 건가요?
아니에요. '95% 신뢰수준'이라면 100번 중 약 5번은 100만원을 넘길 수 있다는 뜻이에요. VaR은 '절대 상한선'이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안 넘는 선'일 뿐이고, 그 선을 넘었을 때 얼마나 크게 잃을지는 VaR만으로는 알 수 없어요. 그래서 Expected Shortfall 같은 보완 지표가 필요해요.
Q. 신뢰수준 95%와 99% 중 뭐가 더 안전한 숫자인가요?
신뢰수준이 높을수록(99%) 더 드문 극단 상황까지 포함하므로 VaR 금액 자체는 더 커져요. 95%는 z값이 약 1.65, 99%는 약 2.33을 쓰기 때문이에요. '더 안전하다'기보다, 99%는 '더 보수적으로(더 나쁜 경우까지) 본다'고 이해하면 돼요. 다만 신뢰수준을 아무리 높여도 그 바깥의 초극단 손실은 여전히 못 잡는다는 점은 똑같아요.
Q. 2008년 금융위기 때 VaR은 왜 무용지물이었나요?
VaR은 대체로 '평상시' 데이터로 계산돼서, 시장 구조 자체가 무너지는 위기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했어요. 2008년엔 많은 기관의 실제 손실이 VaR 추정치를 크게 초과했죠. 이 경험이 '꼬리위험'을 더 잘 잡는 Expected Shortfall로 규제가 옮겨가는 계기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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