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종목에 얼마를 넣을까 — 포지션 사이징과 켈리 공식
-80.91%. 우리 가격 데이터에서 한때 가장 인기 있던 미국 액티브 ETF 하나가 고점에서 저점까지 떨어진 폭입니다. 이 숫자 자체는 종목을 고른 사람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내 전체 자산에 남기는 상처의 크기는 통제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2
그 숫자가 실제로 뜻하는 것
먼저 -80.91%가 어떤 값인지 정확히 해 두겠습니다. 우리 데이터에서 ARKK의 최대 낙폭은 -80.91%로, 2021-02-12 고점에서 2022-12-28 저점까지 떨어진 폭입니다. 2026-08-31까지도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고,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1,391거래일, 달력으로는 약 5.5년입니다. 거래일은 시장이 열린 날만 센 값이라 한 해에 대략 252일입니다.
원금을 되찾으려면 저점에서 +423.9%가 필요합니다. 절반이 빠지면 두 배가 올라야 본전이라는 익숙한 계산이, -80.91%에서는 다섯 배가 넘는 상승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커집니다. 낙폭이 깊어질수록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이 급격히 커진다는 것이 포지션 사이징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입니다.
포지션 사이징(Position Sizing)은 하나의 자산에 전체 자금의 몇 퍼센트를 배분할지 정하는 규칙입니다. 무엇을 살까만큼이나 얼마나 살까가 중요하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같은 종목, 다른 상처
원리를 단순한 숫자로 보겠습니다. 한 종목에 전체 자산의 50%를 넣었는데 그 종목이 -80% 하락하면 전체 자산은 -40%가 됩니다. 같은 종목에 10%만 넣었다면 전체 타격은 -8%로 제한됩니다. 같은 종목을 골랐고 같은 하락을 겪었는데 결과가 다섯 배 차이 납니다.
앞의 실제 값 -80.91%를 그대로 대입하면 50% 비중은 전체에 -40.5%p, 10% 비중은 -8.1%p의 손실을 남깁니다. 그에 비해 5% 비중이었다면 -4.0%p입니다.
차이는 손실 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전체가 -40.5%p 빠진 계좌는 본전까지 +68% 가까이 올라야 하고, -8.1%p 빠진 계좌는 +8.8%면 됩니다.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개별 자산의 낙폭은 통제할 수 없어도, 그 낙폭이 전체에 주는 충격은 비중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한 종목 최대 비중에 5~10% 같은 상한을 두는 이유입니다.
상한을 정하는 순서를 뒤집어 보면 더 실용적입니다. 먼저 '전체 자산이 얼마까지 빠지면 계획을 접게 될까'를 정합니다. 그 값이 -10%라고 해 봅시다. 그다음 담으려는 자산이 과거에 얼마나 빠졌는지를 확인합니다. -80% 넘게 빠진 적이 있는 자산이라면, 10을 80으로 나눈 12.5%가 그 자산에 넣을 수 있는 최대 비중이 됩니다. 종목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과거의 낙폭은 확인할 수 있고, 나눗셈 한 번이면 비중의 상한이 나옵니다. 물론 과거보다 더 깊이 빠지는 경우도 있으니 이 계산도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여기 든 -80%와 상한 5~10%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예시입니다. 정해진 정답 비중은 없습니다.
비중을 숫자로 정하는 세 가지 길
포지션 사이징을 감이 아니라 규칙으로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셋이 있습니다.
고정비율은 모든 자산에 같은 비중을 배분합니다. 종목당 5%처럼 단순한 규칙이라 실행이 쉽고, 한 종목이 무너져도 충격이 정해진 크기를 넘지 않습니다. 다만 자산마다 위험이 다른데 같은 금액을 넣는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변동성 타깃은 그 약점을 겨냥합니다. 많이 흔들리는 자산은 적게, 덜 흔들리는 자산은 많이 담아 각 자산의 위험 기여를 비슷하게 맞춥니다. 리스크 패리티와 같은 발상입니다.
켈리 공식은 승률과 배당을 근거로 이론적 최적 비율을 계산합니다. 셋 중 가장 수학적이지만, 뒤에서 보듯 그대로 쓰기에는 가장 위험합니다.
켈리 공식이 말하는 것
켈리 공식은 1956년 벨 연구소의 존 켈리가 발표한 논문 「A New Interpretation of Information Rate」에서 나왔습니다. 통신 채널의 정보 전송률을 다룬 논문인데, 도박꾼이 자기 자본의 일정 비율을 반복해서 걸 때 자본의 지수적 성장률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함께 유도했습니다.
단순한 베팅에서는 이렇게 씁니다.
f* = (b·p − q) / b
f*는 자산 중 베팅할 비율, b는 순배당, p는 이길 확률, q는 질 확률입니다. 예를 들어 이기면 건 돈만큼 더 받고(b=1) 이길 확률이 60%(p=0.6, q=0.4)인 판이라면 f* = (1×0.6 − 0.4) / 1 = 0.2, 즉 자산의 20%를 거는 것이 이론적으로 장기 성장률을 최대화합니다. 이보다 많이 걸면 파산 위험이 커지고, 적게 걸면 성장이 느려집니다.
주식에 그대로 대입하면 나오는 숫자
그럼 이 공식을 주식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가격 데이터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미국 대형주 ETF(SPY)의 1993-01-29부터 2026-08-31까지 일간 수익률을 연 환산하면 산술평균 +12.04%, 변동성 18.54%입니다. 연속형 켈리 비율은 (기대수익 − 무위험수익) ÷ 변동성의 제곱으로 근사되는데, 무위험수익을 2%로 가정하면 (0.1204 − 0.02) ÷ 0.1854² = 2.92가 나옵니다. 자산의 292%, 즉 2.9배 레버리지를 걸라는 뜻입니다.
이 답을 그대로 따르면 어떻게 될까요? 2.92배 포지션은 기초자산이 34.2%만 빠져도 원금이 전부 사라집니다. 그런데 같은 데이터에서 SPY의 최대 낙폭은 -55.19%였습니다. 공식이 내놓은 최적 비율을 그대로 실행했다면 2008년에 계좌가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켈리 공식의 전제는 확률과 배당을 정확히 안다는 것입니다. 주식에서는 그 자리를 과거 평균 수익률이 대신하는데, 이 값은 기간을 바꾸면 흔들립니다. 조금만 과대평가해도 결과는 과도한 베팅이 됩니다. 게다가 풀 켈리는 성장률은 최고여도 도중의 낙폭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계산값의 25~50%만 거는 프랙셔널 켈리를 씁니다. 위 계산의 하프 켈리는 1.46배입니다. 하프 켈리는 장기 성장률의 약 75%를 유지하면서 변동성을 크게 줄여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켈리 공식에서 실무가 가져가는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유리한 정도에 비례해 비중을 정하되 계산값보다 훨씬 작게'라는 방향입니다.
위 계산은 무위험수익률을 2%로 가정한 근사치이고, 기간과 가정을 바꾸면 값이 달라집니다. 레버리지는 손실을 함께 키우며, 이 글은 어떤 비중도 권하지 않습니다.
분산과 무엇이 다른가
분산투자와 포지션 사이징은 붙어 있지만 같은 말은 아닙니다. 분산투자는 여러 자산에 나눠 담는다는 방향이고, 포지션 사이징은 각 자산에 정확히 몇 퍼센트를 담을지 정하는 실행 규칙입니다. 포지션 사이징이 분산이라는 방향을 구체적인 숫자로 바꾸는 도구인 셈입니다.
한계도 분명합니다. 비중을 잘게 나누면 집중 위험은 줄지만, 시장 전체가 내리는 국면에서는 잘게 나눈 자산들도 함께 빠집니다. 앞서 본 -80.91%짜리 자산이 무너진 2022년에는 주식 대부분이 함께 내렸습니다. 또 너무 많은 자산을 담으면 관리가 어려워지고 결과는 시장 평균에 수렴하는 대신 각 판단의 효과는 옅어집니다.
그래서 비중 규칙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한 자산의 사고가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얼마를 넣을지 정하기 전에, 그 자산이 과거에 얼마나 깊게 빠졌고 얼마나 오래 고점 아래에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 종목 비중 상한은 몇 퍼센트가 적당한가요?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5~10%를 상한으로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규칙의 예시일 뿐입니다. 기준을 잡는 방법은 거꾸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그 자산이 과거에 -80% 넘게 빠진 적이 있다면, 내가 견딜 수 있는 전체 손실을 0.8로 나눈 값이 비중의 상한이 됩니다.
Q. 켈리 공식대로 하면 가장 빨리 돈을 불릴 수 있나요?
확률을 정확히 알 때만 그렇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SPY에 대입하면 2.9배 레버리지라는 답이 나오는데, 같은 데이터의 최대 낙폭 -55.19%를 감안하면 그 포지션은 남아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계산값의 일부만 씁니다.
Q. 비중을 잘게 나누면 항상 안전한가요?
집중 위험은 줄지만 시장 전체가 내리는 하락장에서는 잘게 나눠도 함께 손실을 봅니다. 분산은 개별 종목 사고를 막아 줄 뿐 시장 위험을 없애지 못합니다.
Q. 주식 투자에 켈리 공식을 쓸 수 있나요?
승률과 배당이 명확하지 않아 그대로 대입하기 어렵습니다. '유리할수록 비중을 키우되 계산값보다 훨씬 작게'라는 방향성만 참고하고, 한 자산에 과도하게 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는 투자 조언이 아니라 개념 설명입니다.
참고자료
- A New Interpretation of Information Rate (Bell System Technical Journal, July 1956) — J. L. Kelly, Jr. / AT&T Bell System Technical Journal
- Asset Allocation and Diversification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Investor.gov)
- Asset Allocation and Diversification — FI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