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의 뼈대를 짜는 네 가지 방식
브리지워터는 1996년에 올웨더라는 이름으로, 돈이 아니라 위험을 기준으로 자산을 나누는 펀드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위험을 균등하게 나눈다는 이 발상에는 2005년에 리스크 패리티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여기서 시작해 포트폴리오의 뼈대를 짜는 네 가지 방식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돈을 나눴다고 위험까지 나눈 것은 아니었다
주식 60 대 채권 40으로 나누면 균형이 잡힌 것처럼 보입니다. 돈은 분명 나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포트폴리오가 실제로 흔들리는 정도를 기준으로 다시 재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여러 자료가 이 조합에서 주식이 전체 위험의 약 89~90%를 차지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우리 가격 데이터로 직접 계산하면 그보다 더 극단적입니다. 미국 대형주 ETF(SPY)와 미국 종합채권 ETF(AGG)를 60 대 40으로 담았을 때, 2003-09-29부터 2026-08-31까지의 일간 수익률로 계산한 위험 기여도는 주식 96.7%, 채권 3.3%였습니다. 같은 기간 연 환산 변동성이 주식은 18.56%, 채권은 5.17%였고 둘의 일간 상관계수가 -0.001로 거의 0이었기 때문입니다.
돈은 60 대 40인데 위험은 97 대 3이었던 셈입니다. 리스크 패리티는 바로 이 어긋남에서 출발합니다.
위험 기여도는 각 자산이 포트폴리오 전체 변동성을 얼마나 만들어 내는지를 나눈 값입니다. 계산에 쓴 기간과 자산을 바꾸면 값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채권을 더 담고, 레버리지를 태웠다
리스크 패리티는 각 자산이 전체 위험에 기여하는 크기를 서로 비슷하게 맞춥니다. 많이 흔들리는 자산은 적게, 덜 흔들리는 자산은 많이 담는 식이라 채권 비중이 주식보다 훨씬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어 자체는 2005년 에드워드 치안이 백서에서 처음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개념을 실제 펀드로 먼저 굴린 곳은 앞서 말한 브리지워터였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채권을 잔뜩 담아 위험을 맞추면 기대 수익 자체가 낮아집니다. 그래서 실제 리스크 패리티 펀드는 흔히 레버리지를 씁니다. 변동성이 낮은 쪽을 빌린 돈으로 키워, 위험 균형은 유지하면서 수익을 끌어올리려는 것입니다.
왜 이런 구조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학술적 설명도 있습니다. 프라치니와 페데르센의 NBER 워킹페이퍼 「Betting Against Beta」(2010)는 레버리지를 쓸 수 없거나 증거금 한도에 묶인 투자자들이 고베타 자산의 값을 올려놓는다고 봤습니다. 레버리지를 쓸 수 있는 쪽이 저베타 자산을 키워 그 차이를 취한다는 것이 이 논문의 뼈대입니다. 다만 같은 논문은 자금 조달 여건이 조여들면 이 전략의 수익이 낮아진다고도 적었습니다.
레버리지는 수익과 손실을 함께 키웁니다. 이 글은 특정 전략을 권하지 않고 구조와 위험을 함께 설명합니다.
2022년, 전제가 깨졌을 때
리스크 패리티의 전제는 주식이 빠질 때 채권이 버텨 준다는 것입니다. 그 전제가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는 상관계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데이터에서 SPY와 AGG의 250거래일 이동 상관계수는 -0.599(2012-08-06)부터 +0.408(2026-08-20)까지 움직였습니다. 해마다 끊어 보면 2019년은 -0.320이었고 2022년은 +0.321이었습니다. 안전판이었던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그해 미국 국채와 주식의 상관관계가 약 0.65까지 올라갔다는 분석도 나왔는데, 일간이냐 월간이냐 어떤 구간을 쓰느냐에 따라 값이 이렇게 벌어집니다.
결과는 손실이었습니다. 여러 헤지펀드를 묶은 HFR 리스크 패리티 10% 변동성 지수는 그해 약 -19.5%였고, 브리지워터 올웨더 펀드는 약 -22% 손실을 본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약 -20%보다도 컸다고 전해집니다. 같은 해 글로벌 60/40 기준은 약 -16% 수준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위험 기여도의 변화입니다. 우리 데이터에서 60/40의 위험 기여도를 2022년 한 해만 다시 계산하면 주식 90.0%, 채권 10.0%였습니다. 전체 기간의 96.7 대 3.3에서 채권 몫이 세 배로 늘어난 것인데, 이건 채권이 위험을 나눠 가졌다는 뜻이 아니라 채권 자체가 위험해졌다는 뜻입니다.
채권이 얼마나 빠질 수 있는지, 숫자로
안전자산이라는 말이 낙폭이 작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 데이터로 미국 장기국채 ETF(TLT)를 계산하면 최대 낙폭이 -48.35%입니다. 2020-08-04 고점에서 2023-10-19 저점까지 떨어졌고, 2026-08-31까지도 그 고점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구간은 1,524거래일, 달력으로는 약 6.0년입니다. 원금을 되찾으려면 저점에서 +93.6%가 필요했습니다. 거래일은 시장이 열린 날만 센 값이고 한 해에 대략 252일입니다.
레버리지를 태우는 자산이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 패리티의 실질적인 위험입니다. 빌린 돈에는 이자가 붙고, 금리가 오르면 그 비용도 함께 커집니다. 손실과 조달비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국면이 바로 2022년이었습니다.
코어와 새틀라이트로 나누는 방식
위험을 계산으로 균등하게 맞추는 대신, 역할로 나누는 방식도 있습니다. 코어-새틀라이트가 그것입니다.
코어는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뼈대입니다. S&P 500이나 KOSPI 200 같은 시장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ETF, 또는 넓게 분산된 채권이 들어갑니다. 목표는 시장 평균만큼 꾸준히 가는 것입니다. 새틀라이트는 나머지 소수로, 관심 있는 섹터나 개별 종목을 담아 시장 평균을 넘어서려는 자리입니다.
비중에 정답은 없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코어 70~90%, 새틀라이트 10~30% 범위에서 잡고, 흔히 소개되는 예시가 80:20입니다. 개별 새틀라이트 하나는 전체의 5~10% 정도로 작게 잡는 편입니다. 한 곳이 무너져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 구조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는 비용입니다. 넓은 시장을 담는 인덱스 ETF는 총보수가 상품에 따라 연 0.03~0.2% 수준까지 낮습니다. 자산의 대부분을 이런 상품으로 채워 두면, 나머지 소수에 비싼 상품이나 잦은 매매를 얹어도 전체 가중평균 비용은 크게 오르지 않습니다. 비싼 비용을 작은 칸 안에 가둬 두는 셈입니다.
중간을 비우는 방식 — 바벨
코어-새틀라이트가 중심을 두껍게 만드는 방식이라면, 바벨은 중간을 아예 비웁니다. 나심 탈레브가 『블랙스완』(2007)과 『안티프래질』(2012)에서 대중화한 이 발상은 자금을 양 극단에 나눕니다. 대부분을 아주 안전한 자산에 두고, 나머지 소수를 아주 위험하지만 상방이 큰 자산에 넣는 구조입니다. 역기처럼 무게가 양끝에 쏠린 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주장의 핵심은 '적당히 위험한' 중간 자산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중간 자산은 안전해 보이지만 드물고 극단적인 사건이 터지면 숨어 있던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그 위험을 미리 재기도 어렵습니다. 반면 바벨은 위험을 둘로 명확히 갈라 놓습니다. 안전한 쪽은 지켜지고, 위험한 쪽이 전부 사라져도 전체 손실은 그 비중으로 제한됩니다.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셋 있습니다. 첫째, 위험한 쪽은 실제로 0이 될 수 있고 자주 잃는 것이 정상입니다. 둘째, 무엇을 그 자리에 넣느냐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고 아무 위험 자산이나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셋째, 채권에서 말하는 바벨(초단기와 초장기를 담고 중기를 피하는 것)과는 맥락이 다릅니다.
설명에 쓰이는 90 대 10 같은 비율은 개념을 보여 주기 위한 예시입니다. 정해진 정답 비율은 없고, 위험한 쪽은 전액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여야 합니다.
기준을 지킬 것인가, 상황을 볼 것인가
뼈대를 무엇으로 짜든 마지막에 남는 질문이 있습니다. 정한 비중을 유지할 것인가, 시장을 보고 바꿀 것인가입니다.
전략적 자산배분은 위험 성향과 투자 기간에 맞춰 기준 비중을 정해 두고 오래 유지합니다.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비율을 지키며 주기적으로 원래 비중으로 되돌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반면 전술적 자산배분은 '지금은 주식이 비싸 보이니 60%에서 55%로 줄이고 금을 늘리자'는 판단으로 기준 비중을 일시적으로 조정합니다. 전자는 예측하지 않는 쪽이고, 후자는 예측하는 쪽입니다.
차이는 활동량에서 갈립니다. 전략적 배분은 거래가 드물어 비용과 세금이 적게 들고 감정이 개입할 여지도 작습니다. 그에 비해 전술적 배분은 계속 관찰하고 판단해야 하니 시간이 들고 거래도 잦아집니다. 맞히면 초과수익이 가능하지만 틀리면 손실과 비용이 겹칩니다.
어려움을 보여 주는 자료도 있습니다. 한 연구는 전술배분 펀드 57개를 조사했는데 3년·5년 기간 모두 단 하나도 단순한 균형 인덱스 펀드를 이기지 못했고 평균적으로 연 5~6%p가량 뒤처졌습니다. 이런 펀드는 평균 보수율이 1%대 후반, 연간 회전율이 200%를 훌쩍 넘겨 비용 부담도 컸습니다. 더 까다로운 것은 시장이 가장 크게 오른 날들이 최악의 하락기 바로 뒤에 몰려 있다는 점입니다. 겁이 나서 잠깐 빠져나온 순간이 하필 반등일과 겹치기 쉽습니다.
네 방식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
리스크 패리티는 돈의 비율과 위험의 비율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코어-새틀라이트는 실패해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게 칸을 나누라고 말합니다. 바벨은 애매한 중간을 피하라고 말합니다. 전략적 배분은 규칙을 정해 감정을 빼라고 말합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넷 다 수익을 키우는 방법이 아니라 손실이 전체를 삼키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넷 다 손실 자체를 없애 주지는 못합니다. 2022년에 확인된 것처럼, 자산 사이의 관계가 바뀌면 어떤 뼈대든 함께 흔들립니다.
그러니 뼈대를 고르기 전에 확인해야 할 숫자가 있습니다. 내가 담으려는 자산이 과거에 얼마나 깊게 빠졌고, 얼마나 오래 고점 아래에 있었는지입니다. 이 사이트는 직접 운영하는 곳이고, 자산별 낙폭과 손실 기간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보여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리스크 패리티는 60/40보다 안전한가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위험을 자산끼리 고르게 나누려는 방식일 뿐 손실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2022년에는 주식과 채권이 함께 빠지면서 리스크 패리티 계열이 60/40보다 더 큰 손실을 본 사례가 있었습니다. 레버리지를 쓴 전략일수록 그 차이가 커집니다.
Q. 왜 안전한 자산을 오히려 더 많이 담나요?
채권이 주식보다 덜 출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데이터에서 SPY의 연 환산 변동성은 18.56%, AGG는 5.17%였습니다. 위험을 비슷하게 맞추려면 덜 흔들리는 쪽을 훨씬 많이 담아야 하고, 그러면 기대 수익이 낮아져 일부 전략은 레버리지로 규모를 키웁니다. 이 레버리지가 손실을 키우고 이자 비용도 만듭니다.
Q. 새틀라이트에서 초과수익이 안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새틀라이트는 시장 평균을 넘는 수익을 노리는 자리일 뿐 보장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개별 새틀라이트를 5~10% 정도로 작게 두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도 제한합니다. 잃어도 계획이 무너지지 않을 크기로 묶어 두는 것이 이 구조의 핵심입니다.
Q. 리밸런싱도 전술적 배분 아닌가요?
다릅니다. 리밸런싱은 오른 자산을 조금 팔고 내린 자산을 채워 원래 기준 비중으로 되돌리는 규칙적 행동으로, 전략적 배분의 일부입니다. 전술적 배분은 전망을 근거로 기준 비중 자체를 바꾸겠다는 결정입니다. 전자는 규칙이고 후자는 판단이라는 점이 갈림길입니다.
Q. 개인이 리스크 패리티를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나요?
쉽지 않습니다. 변동성 추정, 잦은 리밸런싱, 레버리지 관리가 필요해 손이 많이 가고 비용도 듭니다. 이 글의 목적은 따라 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돈의 비율과 위험의 비율이 다르다는 개념을 숫자로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참고자료
- Betting Against Beta (NBER Working Paper No. 16601) —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 The All Weather Story — Bridgewater Associates
- Asset Allocation and Diversification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Investor.g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