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10분 읽기

손실을 세금에 쓰는 법 — 손익통산, 이월 불가, 그리고 워시세일

손실을 봤는데 그 손실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말,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그리고 손실 난 종목을 판 다음 곧바로 다시 사도 되는 걸까요? 답은 어느 나라 규칙을 따르느냐에 따라 정반대로 갈립니다. 한국과 미국이 서로 반대편 장치를 하나씩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손익통산 — 같은 해 안에서 이익과 손실을 합친다

먼저 기본 원리부터 볼까요? 손익통산은 같은 과세연도, 즉 1월부터 12월까지 안에서 양도이익과 양도손실을 서로 상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A종목에서 1,000만원을 벌고 B종목에서 500만원을 잃었다면, 세금은 둘을 합친 순이익 500만원을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손실 난 종목이 이익 난 종목의 세금을 깎아 주는 셈입니다. 해외주식이라면 여기서 연 250만원 기본공제를 더 빼고 남은 금액에 22%가 붙습니다.

원본 아티클이 들었던 예시로 바꿔 보면 이렇습니다. 자산 A에서 500만원의 이익을 실현하고 자산 B에서 300만원의 손실을 실현하면, 세금을 매기는 순이익은 200만원이 됩니다. 이익이 난 종목만 보고 세금을 계산하면 실제보다 크게 잡히는 셈입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실현해야 통산됩니다. 손실을 보고 있어도 팔지 않고 들고만 있으면 세금 계산에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할까요? 세금을 줄이려면 마음이 아파도 실제로 매도해 손실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를 연말에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영어권에서는 tax-loss harvesting, 손실 수확이라고 부릅니다. 이익이 크게 난 해에 마침 손실 중인 종목을 같은 해에 정리해 순이익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한국의 결정적 제약 — 손실은 다음 해로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올해 손실이 크게 났는데 상계할 이익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한국에서는 그 손실이 세금 관점에서 그대로 사라집니다. 주식 양도손실은 그해 안에서만 이익과 상계할 수 있고, 다음 해로 이월공제되지 않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손실 자체가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잃은 돈은 그대로 잃은 것이고, 다만 그 손실을 세금에서 써먹을 기회가 12월 31일에 닫힌다는 의미입니다. 내년에 큰 이익이 나도 올해 손실로는 깎아 주지 않습니다.

참고로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의 양도차손익 통산은 2020년 이후 양도분부터 허용됐습니다. 다만 일반 개인의 비과세 국내 상장주식은 애초에 양도세 대상이 아니어서 통산 개념이 적용되지 않고, 과세 대상인 대주주·비상장·장외 거래라야 통산 논의가 성립합니다. 케이스마다 갈리는 영역이라 금액이 크면 신고 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설명은 2024년 기준으로 정리된 원본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며, 세법은 개정될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정리된 원본 설명을 유지했습니다. 세법은 개정될 수 있고, 통산 대상 여부는 사안별로 달라집니다.

미국은 정반대 — 3,000달러와 무기한 이월

미국은 왜 다를까요? 미국 국세청이 안내하는 자본손익 규정(Topic no. 409)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자본손실이 자본이익보다 크면 그 초과 손실 가운데 연 3,000달러(부부가 따로 신고하면 1,500달러)까지를 일반 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고, 순자본손실이 이 한도를 넘으면 남은 손실을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습니다.

이월에는 기한이 없습니다. 남은 손실은 계속 다음 해로 넘어가며 이익이 날 때마다 상계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손실을 미래의 세금 절감 자산처럼 저축해 둔다는 표현이 성립합니다.

한국에는 이 저축 기능이 없습니다. 같은 전략을 그대로 옮겨 오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미국식 조언을 읽을 때는 그 조언이 이월 제도를 전제로 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미국의 3,000달러 한도는 오랫동안 물가에 연동되지 않은 채 유지돼 왔습니다. 실제 적용은 거주지·신고 유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워시세일 규칙 — 미국이 30일을 막아 둔 이유

그럼 미국은 손실을 마음껏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세법(IRC 제1091조)에는 워시세일 규칙이 있습니다. 손실만 세금용으로 챙기고 포지션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막는 장치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손실이 난 증권을 판 날을 기준으로 앞뒤 각 30일, 매도일을 포함해 총 61일 안에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동일한 증권을 다시 사면 그 손실을 세무상 인정하지 않습니다. 100만원 손실로 판 종목을 20일 뒤에 다시 샀다면 그해 계산에서 그 손실이 빠집니다. 매도 30일 전에 미리 사 둔 경우도 걸립니다.

그렇다면 그 손실은 영영 사라질까요? 아닙니다. 인정받지 못한 손실은 새로 산 대체 주식의 취득원가에 더해집니다. 미국 국세청 간행물 550(Publication 550)도 부인된 워시세일 손실이 대체 주식의 기준가에 가산된다고 설명합니다. 나중에 그 주식을 팔 때 이익이 줄거나 손실이 커지는 식으로 돌아오는 것이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뤄지는 것입니다.

한국 세법에는 이에 해당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손절 후 재매수로 손익통산에 반영하는 것이 제도상 막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규정이 없다는 말과 해도 괜찮다는 말은 다릅니다.

31일을 기다리는 값 — 우리 데이터로 계산한 가격 변동

미국 투자자가 워시세일을 피하려면 31일을 기다리거나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그 기다림의 값은 얼마나 될까요? 세금 규정만 보면 알 수 없고, 가격 데이터를 봐야 합니다.

우리 데이터에는 혁신기술 ETF인 ARKK의 2014년 10월 31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2,973거래일치 가격이 있습니다. 이 자료로 매 거래일마다 31일 뒤 가격을 대 보면 창이 2,953개 나오는데, 그중 989개(33.5%)에서 가격이 위아래로 10% 넘게 움직였습니다. 가장 크게 오른 창은 2020년 3월 18일부터의 +52.2%, 가장 크게 내린 창은 2020년 2월 13일부터의 -38.4%였습니다.

세 번에 한 번꼴로 한 달 사이에 10%가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아끼려는 세금이 손실액의 22%인데 그사이 가격이 10% 넘게 움직인다면, 무엇이 결과를 좌우하는지는 분명합니다.

같은 ARKK의 전체 기간 최대 낙폭은 -80.91%입니다. 2021년 2월 12일 고점에서 2022년 12월 28일 저점까지 내려갔고, 2026년 8월 31일까지 그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구간이 1,391거래일, 한 해 약 252거래일로 환산하면 약 5.5년입니다. 되돌리려면 +423.9%가 필요합니다. 이 정도 낙폭이 난 종목이라면 손실을 실현할지 말지가 세금 문제 이전에 보유 판단의 문제가 됩니다.

위 수치는 2026년 8월 31일까지의 우리 가격 데이터로 계산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서술이 아니며, 과거 값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세금보다 먼저 따져야 하는 것들

그래서 연말에 손실 종목을 파는 것이 언제나 이득일까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챙겨야 할 항목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첫째, 거래 비용입니다. 사고파는 만큼 수수료와 증권거래세, 환전 비용이 나갑니다. 세금 몇 푼을 아끼려다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둘째, 결제일입니다. 귀속연도는 매도한 날이 아니라 결제된 날을 기준으로 잡히기 때문에, 12월 말에 팔면 결제가 다음 해로 넘어가 그해 손익에 안 잡힐 수 있습니다. 증권사가 매년 공지하는 그해 귀속 최종 매매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투자 판단입니다. ISA 같은 절세 계좌 안에서는 매매할 때마다 과세되지 않고 계좌 전체 순이익으로 정산되므로 손실 실현의 의미 자체가 달라집니다. 어느 계좌에 들어 있느냐에 따라 같은 행동의 효과가 바뀝니다.

《거의 모든 것의 수익률》은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이고, 계산기 결과에는 세금이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이 글도 어떤 종목을 팔라거나 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규칙을 알고 세후 기준으로 자기 수익을 정직하게 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올해 큰 손실이 났는데 내년 이익에서 빼줄 수 있나요?

한국에서는 안 됩니다. 주식 양도손실은 같은 해 양도이익과만 상계되고 다음 해로 이월되지 않습니다. 상계할 이익이 없는 손실은 세금 관점에서 사라집니다. 미국 국세청 안내(Topic no. 409)가 연 3,000달러 공제와 무기한 이월을 허용하는 것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입니다.

Q. 평가손실만 있어도 세금이 줄어드나요?

아닙니다. 통산되는 것은 실현손실뿐입니다. 손실 종목을 실제로 팔아 손실을 확정해야 같은 해 이익과 상계됩니다. 들고만 있으면 세금 계산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Q. 워시세일에 걸리면 손실을 아예 못 쓰나요?

그해 세금에서 인정받지 못할 뿐 손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부인된 손실은 새로 산 대체 주식의 취득원가에 더해져 나중에 그 주식을 팔 때 반영됩니다. 공제 시점이 뒤로 미뤄지는 구조입니다.

Q. 한국 주식에도 워시세일 규칙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래서 손절 후 재매수로 손익통산에 반영하는 것이 제도상 막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잦은 매매는 수수료·거래세·환전 비용을 늘리고, 연말에 팔면 결제일이 다음 해로 넘어가 그해 손익에 안 잡힐 수 있습니다.

Q. 손실을 실현하면 장기 투자와 어긋나지 않나요?

비슷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다른 상품으로 즉시 교체하면 시장 노출은 유지되므로 반드시 어긋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교체 과정에서 비용이 들고, 우리 데이터에서 본 것처럼 한 달 사이에 가격이 10% 넘게 움직이는 일이 세 번에 한 번꼴로 있었습니다. 세금 절감액과 가격 변동의 크기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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