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행동11분 읽기

손실 회피 — 잃는 고통이 버는 기쁨보다 두 배인 마음

2008년 10월 31일의 어느 계좌를 떠올려 봅시다. 배당까지 반영한 SPY 조정 종가로 계산하면 그날의 값은 1년 전 고점보다 36.8% 아래였습니다. 뉴스는 매일 최악을 말했고, 화면 속 숫자는 이미 3분의 1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화면 앞에서 사람의 머릿속에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그날 계좌를 닫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나

먼저 결말을 숫자로 확인해 두겠습니다. 우리 가격 데이터로 계산하면 2008-10-31 이후에도 하락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점인 2009-03-09 까지 SPY 는 넉 달 남짓 동안 29.1%를 더 잃었습니다. 기준을 2008-10-01 로 옮기면 그 뒤 저점까지의 하락은 40.84%입니다.

그리고 SPY 는 2009-12-28 에 2008-10-01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즉 '더 떨어지기 전에 팔자'는 판단은 그 시점에서 보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실제로 더 떨어진 것은 맞지만, 판 사람이 그 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면 1년 안에 되돌아온 구간을 놓친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팔지 말라'가 아닙니다. 같은 화면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버티고 어떤 사람은 던지는데,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지금부터 볼 심리 구조라는 점입니다.

전망 이론 — 이 비대칭을 처음 수식으로 옮긴 연구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1979년 경제학 학술지 《에코노메트리카》에 발표한 의사결정 이론입니다. 카너먼은 이 공로를 포함한 연구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그전까지 경제학은 사람이 기대효용을 냉정하게 계산해 선택한다고 가정했습니다. 전망 이론은 여기에 반기를 들고, 실제 사람은 결과의 절대 금액이 아니라 '어떤 기준점에서 얼마나 벌거나 잃었는가'라는 변화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준거점 의존입니다. 사람은 최종 자산 규모가 아니라 기준점 대비 이득·손실로 만족을 느낍니다. 같은 1억이라도 2억이었다가 온 1억과 5천만원에서 온 1억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둘째는 손실회피입니다. 같은 크기라면 손실의 고통이 이득의 기쁨보다 큽니다. 여러 실험에서 이 배율은 대략 1.5~2.5 범위로 나오고, 자주 인용되는 대표값은 약 2입니다. 셋째는 S자 가치함수입니다. 이득 영역에서는 커질수록 감흥이 둔해지고, 손실 영역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 나타납니다.

동전 던지기 예시가 이 비대칭을 잘 보여줍니다. 앞면이 나오면 150만원 이익, 뒷면이 나오면 100만원 손실이라는 게임의 기댓값은 +25만원입니다. 수학적으로는 받아들여야 할 제안인데, 대부분의 사람은 거절합니다. 잃을 100만원의 고통이 얻을 150만원의 기쁨보다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손실회피 계수는 실험 설계와 측정법에 따라 범위가 넓습니다. 여기서는 자주 인용되는 '대략 1.5~2.5, 어림잡아 두 배'로만 적었습니다. 특정 값을 절대 상수처럼 받아들이지 마세요.

처분 효과 — 오른 건 팔고 내린 건 쥔다

손실회피가 계좌에서 드러나는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처분 효과입니다. 오른 자산은 너무 일찍 팔고, 내린 자산은 너무 오래 붙잡는 성향입니다. 이 이름은 1985년 허시 셰프린과 메이어 스탯먼이 '승자를 너무 빨리 팔고 패자를 너무 오래 타는 성향'이라는 논문에서 붙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이 습관은 실제 계좌 기록으로 확인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증거는 테런스 오딘의 1998년 연구입니다. 한 대형 할인증권사의 계좌 약 1만 개에서 1987년부터 1993년까지의 실제 거래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선명했습니다. 이익이 난 종목을 실제로 판 비율은 14.8%, 손실이 난 종목을 판 비율은 9.8% 였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익 난 종목을 손실 난 종목보다 약 50% 더 자주 팔았다는 뜻입니다.

반전도 있었습니다. 12월만큼은 패턴이 뒤집혀 손실 실현 비율이 이익 실현 비율을 넘었습니다. 세금을 줄이려고 연말에 손실을 확정하는 매도가 나타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세금이라는 뚜렷한 이유가 생기면 손실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못 하는 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이유의 문제입니다.

이 습관은 성과로 이어집니다. 여러 나라의 개인투자자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들에서 처분 효과는 연 3.2%~5.7% 정도의 수익률 손실과 연관됐다는 추정이 제시됐습니다. 게다가 패자를 오래 쥐고 있으면 최대 낙폭과 손실 기간이 그만큼 길어집니다.

매몰비용 — 이미 쓴 돈이 판단에 끼어들 때

손실을 확정하기 싫은 마음은 매몰비용 오류와 붙어 다닙니다. 매몰비용은 이미 써버려서 되돌려 받을 수 없는 돈·시간·노력입니다. 합리적인 판단은 지금부터 앞으로 얻을 것과 잃을 것만 봐야 하는데, 사람 마음은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손해가 뻔한 길을 계속 갑니다. 이미 30분을 기다린 버스를 계속 기다리는 장면이 딱 그것입니다.

역사에도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이 함께 만든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1969년 첫 비행을 했지만 소음과 높은 연료비, 적은 승객 탓에 사업 전망은 일찌감치 어두웠습니다. 그런데도 이미 들어간 개발비가 아깝다는 이유로 개발이 이어졌고, 결국 20대가 만들어져 그중 14대만 상업 운항에 투입된 뒤 2003년 은퇴했습니다. 매몰비용 때문에 손을 못 떼는 현상을 아예 '콩코드 오류'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실험실에서도 확인됩니다. 아크스와 블루머가 1985년에 한 연극 시즌권 실험에서, 같은 공연을 볼 수 있는 시즌권을 정가로 산 사람들이 할인받아 산 사람들보다 공연에 더 자주 왔습니다. 볼 수 있는 내용은 완전히 같았는데도 '많이 냈으니 안 가면 아깝다'는 마음이 행동을 바꾼 것입니다.

투자에서 이 오류는 '본전 오면 팔아야지'라는 문장으로 나타납니다. 시장은 내가 얼마에 샀는지 모릅니다. 내 매수가는 미래 수익률과 아무 상관이 없는 매몰비용입니다. 판단의 기준은 '얼마에 샀나'가 아니라 '앞으로 이 자산이 어떤가'여야 합니다.

후회 회피 — 결정을 미루게 만드는 감정

같은 뿌리에서 자라는 또 하나가 후회 회피입니다. 미래에 느낄 후회를 미리 걱정해 결정을 피하거나 미루는 심리로, 1982년 경제학자 벨과 루미스·서그던이 각각 발표한 후회 이론에서 정리됐습니다.

핵심은 사람이 선택할 때 기대 수익만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선택이 틀렸을 때 얼마나 후회할까'라는 감정까지 미리 따집니다. 그래서 손해를 덜 보는 선택보다 후회를 덜 느낄 것 같은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후회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했는데 잘못된 작위의 후회와, 안 했는데 그게 기회였던 부작위의 후회입니다. 많은 사람은 자기가 직접 한 행동이 잘못됐을 때의 후회를 더 아프게 느끼기 때문에,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 함정이 생깁니다. 하나는 계획했던 매수·매도를 계속 미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결정을 남에게 떠넘기려 군중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혼자 틀리는 것보다 함께 틀리는 편이 덜 아프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방향이 대개 고점에서 사고 저점에서 파는 쪽이라는 점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결정을 미루는 것 역시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버티는 쪽의 청구서도 함께 봐야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러니 팔지 말고 버티면 된다'로 들리기 쉽습니다. 그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반대편 숫자도 적어 둡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한 SPY 의 최대 낙폭 -55.19%를 본전으로 되돌리려면 +123.2%가 필요합니다. 반토막이 난 자산은 두 배가 되어야 제자리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그 고점을 되찾은 날은 2012-08-16 이었고, 저점에서 41.3개월이 걸렸습니다.

이 구간에서 고점 아래에 머문 기간으로 보면 1,223거래일, 약 4.9년입니다. 여기서 거래일은 시장이 열린 날만 센 값이라 달력 날짜보다 짧습니다. 한 해를 약 252거래일로 잡고 나눠야 연 단위로 옮길 수 있습니다.

버티기는 공짜가 아닙니다. 5년 가까이 계좌가 이전 고점 아래에 있는 상태를 견디는 일이며, 그 사이 생활비가 필요해지면 선택의 여지 없이 팔아야 합니다. 손실 회피를 이기라는 말이 '무조건 버티라'는 뜻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감정 대신 구조로 대응하기

편향은 의지로 없애기 어렵습니다. 대신 결정 횟수를 줄이고 기준을 미리 정해 두는 방식으로 힘을 뺄 수 있습니다.

1. 자동화. 정해진 날에 정해진 금액을 넣는 적립식을 자동이체로 걸어두면 매달 시장을 확인하지 않고도 투자가 이뤄집니다. 살지 말지 고민하는 횟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2. 확인 빈도 줄이기. 매일 계좌를 열면 단기 손실에 민감해집니다. 주가가 -20% 빠진 날의 화면은 실제 위험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월 1회나 분기 1회로 줄이면 같은 사실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3. 감당 가능한 낙폭을 미리 정하기. '이 자산은 언젠가 반토막이 날 수 있다'를 투자 전에 받아들이고, 그 수준까지 버틸 수 있는 만큼만 넣습니다. 미리 각오한 낙폭과 갑자기 맞은 낙폭은 같은 숫자라도 견디는 난이도가 다릅니다.

그리고 판단의 기준을 매수가에서 떼어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걸 처음 본다면 새로 살까?'라고 자문해 보면, 이미 쓴 돈을 지운 채 미래만 놓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가 수익률과 함께 최대 낙폭·손실 기간을 늘 표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참고로 이 사이트는 글쓴이가 직접 운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손실 회피는 나쁘기만 한 편향인가요?

아닙니다. 과도한 위험 부담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 재산을 고위험 자산에 몰아넣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제동이 걸립니다. 문제는 이 편향이 지나치게 강하게 작동해 합리적인 수준의 위험까지 거부하게 만들 때입니다.

Q. 처분 효과는 '이익 실현이 나쁘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이익을 확정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내가 산 가격만 보고 승자는 무조건 빨리 팔고 패자는 무조건 오래 쥐는, 미래 전망과 무관한 자동 반응입니다. 판단 기준을 매수가가 아니라 자산의 앞날에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Q. 그럼 손해 보는 건 무조건 빨리 팔아야 하나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핵심은 '이미 낸 돈이 아까워서'라는 이유로 판단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전망을 보고 계속 보유할 이유가 충분하다면 그건 매몰비용 오류가 아니라 합리적 선택입니다. 반대로 본전 생각 때문에만 붙잡고 있다면 한 번 점검해 볼 신호입니다.

Q. 손실 회피와 후회 회피는 어떻게 다른가요?

손실 회피는 돈을 잃는 아픔에 초점이 있고, 후회 회피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감정에 초점이 있습니다. 두 종목 중 안 산 쪽이 올랐을 때 실제로 돈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후회는 느낍니다. 그 상황이 후회 회피의 영역입니다. 둘은 자주 겹쳐서 나타납니다.

Q. 전문가는 이 편향에서 자유로운가요?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 같은 전문가도 처분 효과를 보였고, 다만 개인 투자자보다는 정도가 덜한 편이었습니다. 경험과 규칙이 편향을 줄여주기는 하지만 없애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손실 회피#전망 이론#처분 효과#매몰비용#후회 회피

이 개념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하기

직접 자산·기간·금액을 넣어 과거 데이터로 계산해보세요. 최대 낙폭과 손실 기간도 함께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