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편향5분 읽기

펀드 생존편향의 실제

'지난 20년간 펀드 평균 수익률'이라는 숫자를 보면, 우리는 그 20년을 버텨낸 모든 펀드의 성적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통계에서 '망해서 사라진 펀드들'이 전부 빠져 있다면, 그 평균은 진실일까요?

사라진 펀드는 통계에 남지 않는다

펀드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성과가 나쁘거나 자금이 모이지 않으면 운용사는 그 펀드를 청산(폐지)하거나 다른 펀드에 합병시킵니다. 문제는 이렇게 사라진 펀드가 '과거 성과 통계'에서도 함께 지워진다는 점입니다.

오늘 시점에서 '살아있는 펀드들'만 모아 지난 성과를 평균 내면, 성적이 나빠 도중에 문을 닫은 펀드들은 애초에 계산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남은 것은 그럭저럭 살아남은 우등생들뿐이죠. 그래서 평균이 실제보다 좋게 보입니다. 이것이 펀드의 생존편향(survivorship bias)입니다.

반에서 성적 나쁜 학생들이 전학을 가버린 뒤 '우리 반 평균'을 내면 당연히 높게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 평균은 반 전체의 실력이 아니라 '남은 학생들'의 실력일 뿐입니다.

생존편향은 더 큰 개념인 '선택 편향'의 한 종류입니다. 표본(살아남은 펀드)이 모집단(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펀드)을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론이 왜곡됩니다.

얼마나 많은 펀드가 사라질까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미국 자료를 보면, 20년 정도의 긴 기간에서 주식형 펀드의 절반 이상이 청산되거나 합병으로 사라진 것으로 집계됩니다. 한 집계에서는 2024년 말 기준 지난 20년간 미국 주식형 펀드의 약 64%가 없어졌다고 보고했고, 다른 분류(소형주 펀드)에서는 20년 생존율이 약 50% 수준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연 단위로 보면 매년 평균 약 100개의 미국 주식형 펀드가 청산·합병되는데, 이는 그해 초에 존재하던 펀드의 대략 5%에 해당합니다. 시장이 크게 흔들린 2009년에는 한 해에만 275개가 사라졌습니다.

다시 말해, 오늘 우리가 보는 '살아남은 펀드 목록'은 처음 출발선에 섰던 펀드들 중 절반 남짓입니다. 나머지 절반의 성적표는 통계에서 조용히 빠졌습니다.

정확한 소멸 비율은 기간·펀드 분류·데이터 출처에 따라 대략 50%~64% 범위로 다르게 보고됩니다. 여기서는 특정 한 숫자가 아니라 '절반 안팎이 사라진다'는 규모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래서 수익률이 얼마나 부풀려지나

학술 연구들은 생존편향이 평균 수익률을 대략 연 몇 분의 1%p에서 최대 1~2%p까지 부풀린다고 추정합니다. 출처마다 숫자가 다른데, 이는 대상 기간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Elton·Gruber·Blake(1996)는 뮤추얼펀드 데이터에서 편향이 연 약 1.4%p라고 추정했고, Brown·Goetzmann·Ross(1995)는 연 1~2% 수준으로 봤습니다. Carhart·Carpenter·Lynch·Musto의 연구는 더 정교하게, 1년짜리 짧은 표본에서는 편향이 연 0.17%p로 작지만 15년 이상 긴 표본에서는 연 약 1%p로 커진다고 보였습니다. 즉 기간이 길수록 사라진 펀드가 쌓여 편향도 커집니다.

연 1%p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복리로 20~30년 쌓이면 최종 금액에서 수십 %의 차이를 만듭니다. '평균 펀드도 이만큼 벌었다'는 광고 문구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부풀림 크기 추정치는 출처에 따라 연 0.17%p(단기)에서 1~2%p(장기)까지 폭이 있습니다. 이 불일치 자체가 '기간·표본에 따라 편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직한 비교는 사라진 펀드까지 센다

이 문제를 정직하게 다루는 대표적인 자료가 S&P의 SPIVA 스코어카드입니다. SPIVA는 액티브 펀드와 지수를 비교할 때, 기간 중 청산·합병으로 사라진 펀드까지 포함해 계산합니다. 살아남은 펀드만 세지 않기 때문에 생존편향이 보정됩니다.

그 결과는 냉정합니다. SPIVA 2024년 말 자료에 따르면 15년 동안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의 약 89.5%가 S&P500 지수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사라진 펀드를 빼고 살아남은 우등생만 셌다면 이 숫자는 훨씬 좋게 보였을 것입니다.

《거의 모든 것의 수익률》이 특정 펀드의 '살아남은 성적'을 자랑하지 않고, 지수와 실제 자산의 있는 그대로의 장기 성과를 최대 낙폭·손실 기간까지 함께 보여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통계에서 무엇이 빠졌는지를 아는 것이 숫자를 읽는 첫걸음입니다.

액티브 펀드 저조는 이 사이트가 액티브 투자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평균 펀드 수익률'이라는 통계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읽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육 소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생존편향과 '펀드 생존편향'은 다른 건가요?

기본 원리는 같습니다. 생존편향은 '살아남은 것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를 뜻하고, 펀드 생존편향은 그 원리를 펀드 통계에 적용한 것입니다. 청산·합병으로 사라진 펀드가 과거 성과 통계에서 빠지면서, 남은 펀드만으로 낸 평균이 실제보다 좋게 보이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Q. 생존편향이 보정된 자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자료의 방법론 설명을 보면 됩니다. SPIVA처럼 '기간 중 사라진 펀드를 포함했다', 'survivor-bias-free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했다'고 명시하면 보정된 것입니다. 반대로 '현재 판매 중인 펀드 기준'처럼 지금 살아있는 펀드만 대상으로 한 평균은 생존편향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Q. 그럼 과거 펀드 수익률 통계는 믿으면 안 되나요?

무조건 불신할 필요는 없지만, '무엇이 빠졌는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특히 긴 기간의 평균일수록 사라진 펀드가 많아 편향이 커집니다. 광고에 나온 '평균 펀드 수익률'은 살아남은 펀드 위주일 수 있으니, 사라진 펀드까지 센 자료(예: SPIVA)와 비교해 보는 습관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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