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증시에 들어오는 길 — IPO와 스팩,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날은 2021년 3월 11일이었습니다. 데뷔는 화려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나흘 뒤인 3월 15일 종가가 지금까지의 고점이고, 거기서 2022년 5월 9일까지 -81.47% 떨어졌습니다. 상장은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입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2
IPO란 무엇인가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는 비상장 회사가 처음으로 주식을 일반 대중에게 팔고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동안 창업자·초기 투자자만 갖고 있던 주식이 시장에 공개되어, 누구나 사고팔 수 있게 되는 순간입니다. 회사는 이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초기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인수단)가 회사 가치를 평가해 '공모가'를 정하고, 투자자들은 '청약'을 통해 상장 전에 주식을 배정받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공모주 청약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이해관계를 한 번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공모가를 정하는 쪽은 파는 쪽입니다. 회사는 자금을 많이 모으고 싶고, 인수단은 청약이 미달 나지 않을 만큼은 싸게 정하고 싶습니다. 사는 쪽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은 그 협상 테이블에 없습니다.
락업 — 내부자는 바로 팔 수 없다
IPO에서 꼭 알아야 할 개념이 락업(lock-up, 보호예수)입니다.
락업은 창업자·임직원·초기 투자자 같은 내부자가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계약입니다. 상장하자마자 내부자들이 물량을 쏟아내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기간은 보통 180일이 표준이고, 우량 기업은 90일로 짧거나, 특수한 경우 270~365일로 길기도 합니다. 25%는 90일에, 나머지는 180일에 푸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도 합니다.
락업이 풀리는 시점에는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이 갑자기 5~10배로 늘 수 있습니다. 공급이 갑자기 늘면 같은 수요에서도 가격은 내려갑니다. 그래서 락업 해제 전후로 주가에 하방 압력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락업 해제일은 공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갑자기 주가가 빠지지?' 싶을 때, 락업 해제 물량이 원인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첫날 급등과 '따상'의 진실
IPO 주식은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크게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학계에서는 IPO 언더프라이싱(저가발행)이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IPO 데이터 연구(제이 리터 교수)를 보면, 1980~2025년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약 19%였습니다. 특히 열기가 뜨거웠던 2020년은 약 40%, 2021년은 약 32%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시작해(더블) 상한가(상)까지 오르는 것을 '따상'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첫날의 급등이 곧 장기 수익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화려하게 데뷔한 뒤 시간이 지나며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도 많고, 연구에 따르면 IPO 주식의 장기 성과는 시장 평균보다 저조한 경우가 흔했습니다.
첫날 평균 수익률(약 19%)은 '평균'이자 '상장 당일'의 숫자입니다. 개별 종목은 첫날 하락할 수도 있고, 청약에 참여해도 배정 물량이 적으면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장 이후의 성적표 — 쿠팡과 하이브
첫날 이후의 이야기는 뉴스에 잘 남지 않습니다. 우리 가격 데이터로 두 사례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쿠팡은 2021년 3월 11일 상장했습니다. 우리 데이터의 첫날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를 보면, 최대 낙폭은 -81.47%였습니다. 2021년 3월 15일 고점에서 2022년 5월 9일 저점까지의 구간입니다. 그 고점을 되찾으려면 저점에서 +439.6%가 필요했고, 2026년 8월 31일까지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기간은 1,371거래일이며, 상장일부터의 누적 수익률은 -67.4%(연평균 -18.51%)입니다.
하이브는 2020년 10월 15일 상장했습니다. 최대 낙폭은 -73.55%로, 2021년 11월 16일 고점에서 2022년 10월 13일 저점까지였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최장 기간은 1,168거래일이고, 2026년 9월 1일까지 상장일 대비 누적 수익률은 -29.7%(연평균 -5.83%)입니다.
두 회사 모두 상장 당시 화제성이 매우 컸던 종목입니다. 이 숫자들은 두 회사가 나쁜 회사라는 뜻이 아니라, 갓 상장한 종목에는 참고할 과거 데이터가 없고 초기 변동이 매우 크다는 뜻입니다.
위 값은 일별 종가 기준이며 배당·수수료·세금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두 종목 모두 상장 이력이 6년 미만이라 장기 통계로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 초기 변동의 크기를 보여주기 위한 사례입니다.
IPO를 볼 때 기억할 점
IPO는 '새 회사의 데뷔'라 관심이 쏠리고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그만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공모가는 파는 쪽(회사·인수단)이 유리하게 정할 유인이 있습니다. '상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좋은 회사임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둘째, 상장 초기의 주가는 락업 해제, 기대감의 소멸 등으로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짧은 역사 탓에 참고할 데이터도 부족합니다.
셋째, '좋은 자산을 오래 사면 지금 얼마'라는 관점에서 보면, 갓 상장한 회사는 장기 데이터가 없어 판단이 어렵습니다. 화제성보다 회사의 실체와 위험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스팩 — 인수할 회사를 정하지 않고 상장한다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기업인수목적회사)은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할 목적 하나만으로 세워진 회사입니다. 상장할 때는 실제 사업도, 인수할 대상 회사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백지수표 회사(blank check company)'라고도 불립니다.
순서가 일반적인 상장과 반대입니다. 보통은 사업을 하는 회사가 상장을 하지만, 스팩은 텅 빈 껍데기 회사가 먼저 상장해 돈을 모은 뒤, 그 돈으로 유망한 비상장 회사를 찾아 합병합니다. 합병당한 비상장 회사는 자연스럽게 상장회사가 됩니다. 스팩이 '상장으로 가는 뒷문'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스팩은 어떻게 굴러가나
① 설립·상장: 스폰서(발기인)가 스팩을 만들어 공모로 자금을 모읍니다. 스폰서는 보통 지분 약 20%(창업자 주식)를 갖고, 일반 공모 투자자가 나머지를 가집니다.
② 자금 보관: 모은 돈은 대부분 신탁계좌에 넣어 보관합니다.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③ 합병 대상 찾기: 정해진 기한(미국은 통상 18~24개월, 한국은 통상 3년) 안에 인수할 회사를 찾아 합병해야 합니다.
④ 주주 투표·상환: 합병안이 나오면 주주가 찬반 투표를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처음 공모가(보통 1주당 약 10달러, 국내는 액면 기준)로 되돌려받는 상환(redeem)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⑤ 기한 내 합병 실패 시: 스팩은 해산·청산되고, 신탁에 있던 돈은 투자자에게 돌려줍니다.
여기서 시간 압박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생깁니다. 기한이 다가오는데 마땅한 대상을 못 찾으면, 스폰서에게는 아무 합병이라도 성사시킬 유인이 생깁니다. 합병이 되어야 스폰서 지분이 가치를 갖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2010년 스팩 제도가 도입됐고, 상장 스팩은 거의 전부 코스닥에 상장합니다. 합병 기한(통상 3년)을 지키지 못하면 상장폐지 후 청산됩니다.
붐과 거품 — 2020~2021년의 교훈
미국에서 스팩은 2020~2021년에 폭발적으로 유행했습니다. 2021년 한 해에만 613개 스팩이 상장해 약 1,450억 달러를 모았고, 그해 정점에는 미국 전체 IPO의 약 64%가 스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였습니다. 인수할 좋은 회사보다 스팩이 훨씬 많다 보니, 상당수가 합병을 못 하고 청산됐습니다. 2020년 이후 상장한 미국 스팩 약 986개 중 362개가 청산됐고, 특히 2021년 상장분 613개 중 약 162개(대략 26%)가 청산됐습니다.
합병에 성공한 경우도 성과가 나빴던 사례가 많습니다. 한 집계에 따르면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겪었습니다. 스팩이라는 '구조'가 좋은 투자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장이 비싸게 배운 셈입니다.
청산·성과 수치는 집계 기관과 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 숫자는 여러 매체 보도를 교차한 대략적 규모이며, 정확한 값은 출처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스팩의 숨은 위험
스팩은 '원금 상환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안전해 보이지만, 감춰진 위험이 있습니다.
지분 희석: 스폰서가 가진 약 20% 지분과 별도의 워런트(신주인수권)는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합니다. 합병 후 주당 가치가 얇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합병 자금을 위한 추가 조달이 스폰서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지분이 희석되거나 서로 다른 권리를 가진 증권이 끼어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기회비용: 합병 대상을 못 찾으면 원금은 돌려받지만, 그동안 그 돈이 다른 곳에서 낼 수 있었던 수익을 놓칩니다.
합병 후 부진: 위에서 봤듯 합병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합병 발표 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사례가 흔했습니다.
스팩은 구조가 복잡하고 결과의 편차가 큽니다. '상장했으니 안전하다'는 인식은 위험합니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 돈이 어디로 흐르는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IPO와 스팩 상장은 모두 발행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발행시장(Primary Market, 1차 시장)은 회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이나 채권을 투자자에게 직접 파는 시장입니다. 핵심은 '돈이 회사로 직접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투자자가 낸 청약 대금이 발행 기업에게 흘러가 사업 자금으로 쓰입니다.
유통시장(Secondary Market, 2차 시장)은 이미 발행돼 있는 주식을 투자자들끼리 서로 사고파는 시장입니다. 증권 앱에서 삼성전자를 사고파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국내에서는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코넥스가 대표적인 유통시장입니다.
여기서 오간 돈은 주식을 판 다른 투자자에게 갈 뿐, 삼성전자라는 회사로 새로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가격은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수급으로 정해집니다.
발행시장은 새로 발행된 증권을 투자자가 발행 주체로부터 직접 사는 시장이고, 유통시장의 예로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코넥스가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 '발행시장'·'2차 시장')
두 시장은 서로를 떠받친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은 짝꿍처럼 붙어 있습니다.
유통시장이 활발해서 '언제든 되팔 수 있다'는 환금성의 믿음이 있어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발행시장의 공모주 청약에 참여합니다. 되팔 곳이 없다면 아무도 새로 발행되는 주식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유통시장이 얼어붙으면 회사도 발행시장에서 자금을 모으기 어려워집니다. 스팩 붐이 끝난 뒤 신규 상장 자체가 급감했던 것이 그 예입니다. 두 시장이 함께 건강해야 자본시장이 돌아갑니다.
정리하면, 발행시장은 '회사→투자자'로 돈이 흐르고, 유통시장은 '투자자↔투자자'로 주식이 손을 바꿉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모주 청약은 무조건 이득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상장 첫날 평균적으로 오른 역사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평균일 뿐 개별 종목은 첫날부터 하락할 수 있습니다. 인기 종목은 경쟁률이 높아 실제 배정받는 물량이 적고,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도 흔합니다. '청약=확정 수익'이 아닙니다.
Q. '따상'이면 오래 들고 가면 되나요?
첫날의 급등과 장기 수익은 별개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IPO 주식은 상장 후 몇 년간 시장 평균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 데이터에서도 상장 초기 화제를 모은 종목이 -70%대와 -80%대의 낙폭을 겪은 사례가 확인됩니다. 락업이 풀리며 내부자 물량이 나오면 주가가 눌릴 수도 있습니다.
Q. 스팩에 넣은 돈은 무조건 안전한가요?
합병 전 신탁에 보관된 원금은 합병에 반대하거나 청산될 때 대체로 상환받을 수 있어, 그 점에서는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합병이 성사된 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 있고, 상환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 일반 주식과 똑같은 위험에 노출됩니다. '원금 상환 가능'과 '손실 없음'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Q. 스팩과 일반 IPO는 무엇이 다른가요?
일반 IPO는 사업하는 회사가 직접 상장 심사를 거쳐 시장에 데뷔합니다. 스팩은 빈 껍데기 회사가 먼저 상장한 뒤 비상장 기업과 합병해 그 기업을 상장시킵니다. 스팩 경로는 상대적으로 빠를 수 있지만, 지분 희석과 구조 복잡성 등 일반 IPO에 없는 위험이 따라옵니다.
Q. 제가 주식을 사면 그 회사에 돈이 들어가나요?
유통시장에서 이미 상장된 주식을 사면, 그 돈은 회사가 아니라 주식을 판 다른 투자자에게 갑니다. 회사에 직접 자금이 들어가는 것은 발행시장(IPO나 유상증자 같은 신규 발행)일 때입니다.
참고자료
- Initial Public Offerings: Underpricing (1980-2025 first-day returns) — Jay R. Ritter, University of Florida
- What You Need to Know About SPACs — Updated Investor Bulletin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 Blank Check Company (glossary) — U.S. SEC Investor.g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