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행동11분 읽기

남들이 하니까 — 군집 행동과 FOMO, 그리고 그 청구서

3,747거래일. 나스닥 100 을 담는 QQQ 가 이전 고점 아래에 연속으로 머문 최장 기간을 우리 가격 데이터에서 센 값입니다. 시장이 열린 날만 센 것이라 달력으로 옮기면 약 14.9년입니다. 이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그 숫자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1990년대 말,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기대 속에 이익도 매출도 거의 없는 회사들의 주가가 함께 올랐습니다. 다들 사니까 따라 사는 전형적인 쏠림이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000년 3월 약 5,048로 고점을 찍었습니다. 거품이 꺼지자 2002년 10월에는 약 1,114까지 내려갔습니다. 5,048에서 1,114까지, 약 78% 하락입니다. 100만 원이 22만 원이 된 셈입니다.

우리가 가진 QQQ 가격 데이터로 재보면 같은 사건이 이렇게 남습니다. 최대 낙폭 -83.0%, 고점은 2000-03-27, 저점은 2002-10-09 입니다. 그 고점을 다시 넘어선 날은 2015-02-20 이었고, 저점에서 148.4개월이 걸렸습니다. 고점에서 회복일까지로 세면 약 15년입니다.

회복이 얼마나 먼 일이었는지는 본전 계산에서 더 분명해집니다. 최대 낙폭 -82.96%를 본전으로 되돌리려면 +487.0%가 필요합니다. 6분의 1 토막이 난 자산은 여섯 배가 되어야 제자리입니다.

무리에 휩쓸려 고점에서 산 사람이 감당한 것은 하락률이 아니라 이 시간이었습니다.

FOMO — 놓친 것이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FOMO 는 'Fear Of Missing Out', 놓칠까 봐 두려운 마음입니다. 내가 안 산 자산이 오를 때 '지금이라도 안 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조바심에 계획 없이 뛰어드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기회를 놓친 것은 사실 내 돈이 줄어든 게 아닙니다. 그냥 안 번 것뿐입니다. 그런데도 진짜 손실처럼 아픈 이유를 전망 이론이 설명합니다. 사람은 같은 크기라도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아픔을 크게 느끼는데, '놓친 기회'조차 손실 칸에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남들은 다 버는데'라는 비교가 붙으면 불안이 배가됩니다. 이때 뇌는 '이 자산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나'를 따지는 대신 '빨리 안 사면 늦는다'는 조급함에 지배당합니다. FOMO 가 위험한 지점은 결과가 아니라 순서입니다. 판단이 먼저가 아니라 감정이 먼저 방아쇠를 당깁니다.

SNS 와 커뮤니티는 이 감정의 증폭기입니다.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는 실시간으로 퍼지지만, 같은 자리에서 잃은 사람의 이야기는 거의 올라오지 않습니다. 보이는 표본 자체가 성공 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역사에는 청구서가 남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2021년 11월 약 6만 9천 달러 고점을 찍은 뒤 2022년 11월 약 1만 5천 달러대까지 약 77~78% 내려갔습니다. 게임스톱은 2021년 1월 고점에서 2주도 지나지 않아 80~90% 급락했습니다. 앞서 본 닷컴 사례까지 셋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하나 보입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늦게 뛰어든 사람이 가장 깊은 낙폭을 감당했다는 것입니다.

군집 행동과 사회적 증거 — 판단을 남에게 맡기는 순간

군집 행동(herding)은 직접 조사하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사니까 사고, 남들이 파니까 판다'는 행동입니다. 양떼가 앞선 양을 따라가는 모습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 밑에 깔린 심리를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라고 부릅니다. 무엇이 옳은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다수의 행동을 정답으로 여기고 따라 하는 성향입니다. 텅 빈 식당과 줄 선 식당 중 줄 선 곳을 고르는 판단은 대개 유용합니다. 문제는 다수가 틀렸을 때 함께 틀리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가 1950년대에 한 동조 실험이 이 힘을 보여줍니다. 어느 선이 기준선과 같은 길이인지 묻는, 답이 명백한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미리 짜고 온 사람들이 틀린 답을 자신 있게 말하자 진짜 참가자도 흔들렸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결정적 시행에서 약 37%의 응답이 틀린 다수를 따랐고, 참가자의 약 75%가 최소 한 번은 동조했습니다.

답이 눈에 보이는 문제에서도 이 정도입니다. 정답이 아예 보이지 않는 투자에서 군중을 따르려는 힘이 얼마나 셀지는 짐작이 갑니다. 사회적 증거가 개인 차원의 동인이라면, 군집 행동은 그것이 시장 전체로 나타난 모습입니다.

군집 행동은 '틀린 판단'과 조금 다릅니다. 판단 자체를 남에게 맡겨버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보가 아니라 남의 행동을 근거로 삼는 순간 이미 발을 들인 셈입니다.

2021년 밈주식 — 커뮤니티가 가격을 밀어 올릴 때

2021년 1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인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집중 매수했습니다. 유통 주식의 100%가 넘는 물량이 공매도돼 있던 종목이었습니다.

주가가 오르자 공매도한 쪽이 손실을 줄이려고 급히 되사야 했고(숏 스퀴즈), 여기에 옵션 관련 매수까지 겹치며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1월 초 약 17달러이던 주가는 1월 28일 장중 약 483달러(프리마켓 약 5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일부 증권사가 신규 매수를 제한하며 보유 물량 청산만 허용했습니다. 사려는 사람이 막히자 주가는 빠르게 떨어져 2월에는 40달러대까지 내려갔습니다. 고점 부근에서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들은 며칠 만에 큰 손실을 봤습니다.

여기서 남는 교훈은 '커뮤니티가 이겼다'도 '개인이 졌다'도 아닙니다. 기업의 실적이 아니라 관심과 화제가 가격을 밀어 올릴 때 그 상승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가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화제는 하루 만에 식을 수 있고, 그때 빠져나갈 사람도 함께 사라집니다.

이 항목은 특정 종목을 추천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군중심리와 시장 구조가 만든 극단적 변동성 사례를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패닉셀링 — 무리가 반대로 도는 순간

쏠림은 오를 때만 생기지 않습니다. -30% 하락 뉴스가 쏟아지는 날, '더 떨어지기 전에 일단 팔자'는 충동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이 패닉셀링입니다.

여러 편향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손실 회피 때문에 하락의 고통이 증폭되고, 폭락 뉴스가 반복 노출되면서 실제보다 위험하게 느껴지며, 남들이 파는 것을 보면 나도 팔아야 할 것 같아집니다.

문제는 공포가 가장 극심한 순간이 대개 저점 부근이라는 점입니다. S&P 500 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고점 대비 약 -56.8%까지 내려갔고, 2020년 코로나 충격 때는 S&P 500 지수가 약 한 달 만에 고점 대비 약 -33.9% 급락했습니다.

투자자 행동을 분석한 자료들은 이런 저점 매도와 뒤늦은 추격 매수 때문에 평균 투자자의 실제 수익률이 지수를 밑도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합니다. 예컨대 한 분석은 2013년에 끝나는 30년 동안 S&P 500 이 연 약 11.1% 수익을 낸 반면 평균 투자자는 연 약 3.69%에 그쳤다고 제시했습니다.

이런 '행동 격차' 수치는 분석 기관과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방법론 논란도 있습니다. 특정 숫자를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평균 투자자가 저점 매도 등으로 지수를 하회하는 경향이 반복 관찰된다'는 방향으로 이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2020년 봄을 우리 데이터로 다시 세어 보면

그 순간의 공포가 얼마나 짧았는지는 숫자로 남습니다. 배당까지 반영한 SPY 조정 종가로 계산하면 2020-02-19 고점에서 2020-03-23 저점까지 33.72% 하락했습니다. 이전 고점을 되찾은 날은 2020-08-10 이었고, 저점에서 4.6개월이 걸렸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기간은 119거래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전체로 보면 SPY 는 2020-01-02 부터 2020-12-31 까지 +17.2%로 마쳤습니다. 3월에 판 사람과 안 판 사람의 그해 성적표가 크게 갈렸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이 사례는 '떨어지면 곧 회복된다'는 규칙이 아닙니다. 같은 데이터 안에서 QQQ 는 3,747거래일 동안 고점 아래에 있었습니다. 2020년은 회복이 유난히 빨랐던 경우이고, 닷컴 이후는 유난히 느렸던 경우입니다. 둘 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다음에 어느 쪽이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무리를 따르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무리가 늘 틀려서가 아닙니다. 무리가 방향을 틀 때 자기 판단이 없으면 대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휩쓸리지 않기 위한 구조

감정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대신 감정이 결정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앞세울 수 있습니다.

첫째, 매수·매도 전에 '내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적습니다. '남들이 사니까'밖에 안 나온다면 그 자체가 신호입니다. 가격이 반토막 나도 이 이유가 유효한지 물어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둘째, 한 번에 몰아넣는 대신 시간을 나눠 사는 방식을 검토합니다. 적립식은 특정 시점의 쏠림에 전 재산을 태우는 위험을 줄여줍니다. 다만 하락장에서는 나눠 산 쪽의 성과가 더 낮게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함께 알아야 합니다.

셋째, 과거의 낙폭과 회복 기간을 미리 확인합니다. '고점에서 샀다면 얼마나 빠졌고 회복에 몇 년이 걸렸을까'를 숫자로 먼저 겪어 보면 조바심이 가라앉습니다. 이 사이트는 글쓴이가 직접 운영하며, 한 번에 산 경우와 나눠 산 경우, 위기 때 최대 낙폭과 회복 기간을 숨기지 않고 보여줍니다.

넷째, 감당 가능한 낙폭을 미리 정합니다. '이 자산은 언젠가 -50%를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 전에 받아들이고 그 수준까지 버틸 수 있는 만큼만 넣으면, 무리가 반대로 돌 때 강제로 팔지 않아도 됩니다. 당장 쓸 돈과 비상금을 따로 두는 것도 같은 장치입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을 사라거나 팔라고 말하지 않고, 미래 가격도 예측하지 않습니다. 무리의 분위기 대신 기록을 먼저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리를 따라가면 무조건 손해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무리가 우연히 맞는 방향일 때도 있습니다. 다만 왜 사는지를 스스로 설명하지 못한 채 남만 보고 따라가면, 무리가 방향을 틀 때 대응하지 못해 고점 매수와 저점 매도라는 조합에 걸리기 쉽습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판단을 남에게 맡긴다는 방식 자체입니다.

Q. 닷컴 버블 때 나스닥이 정말 78%나 떨어졌나요?

나스닥 종합지수는 2000년 3월 약 5,048에서 2002년 10월 약 1,114까지 내려갔습니다. 우리 데이터에 있는 나스닥 100 추종 ETF 인 QQQ 로 계산하면 같은 사건의 최대 낙폭은 -82.96%로 더 깊습니다. 종합지수와 100종목 지수는 구성이 다르고, ETF 는 배당과 보수까지 반영되므로 값이 다르게 나옵니다. 어느 쪽 숫자인지 밝히지 않고 섞어 쓰면 안 됩니다.

Q. 공매도가 100%를 넘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빌려서 판 주식 수가 실제 유통 주식 수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한 쪽이 되사야 할 물량이 많아, 주가가 더 급하게 오르는 숏 스퀴즈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2021년 게임스톱이 대표 사례였습니다.

Q. 이미 FOMO 로 고점에 샀습니다. 어떻게 하죠?

자책보다 기록이 먼저입니다. 왜 샀는지, 어떤 조건이면 생각을 바꿀지 적어두면 다음 결정이 덜 흔들립니다. 급하게 손절하거나 반대로 몰아서 더 사기보다, 감정이 가라앉은 뒤 규칙을 세우는 편이 낫습니다. 저희는 특정 종목의 매매나 미래 가격을 조언하지 않습니다.

Q. 장기 투자자에게도 FOMO 가 위험한가요?

오히려 더 조심할 부분입니다. 장기 투자의 힘은 꾸준함인데, FOMO 는 잘 굴러가던 계획을 깨고 유행하는 자산으로 급하게 갈아타게 만듭니다. 계획이 흔들리는 지점이 대개 고점 부근이라, 낙폭과 회복 기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참고자료

#군집 행동#FOMO#사회적 증거#밈주식#패닉셀링

이 개념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하기

직접 자산·기간·금액을 넣어 과거 데이터로 계산해보세요. 최대 낙폭과 손실 기간도 함께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