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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투자 — 에너지·금속·농산물과 선물 롤오버 비용

주식은 배당을 주고 채권은 이자를 주는데, 원유나 밀은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원자재에 투자할까요? 그리고 원자재 가격이 올랐는데 내 ETF 잔고는 왜 그대로일까요?

최근 업데이트: 2026-07-22

원자재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원자재는 우리 생활과 산업의 원료가 되는 실물 자산입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에너지라면 원유(WTI·브렌트)와 천연가스처럼 세상을 움직이는 연료입니다. 금속이라면 금·은·백금 같은 귀금속과 구리·알루미늄·니켈 같은 산업금속입니다. 농산물이라면 밀·옥수수·대두·커피·설탕처럼 먹고 마시는 것들입니다.

주식이 회사의 지분이고 채권이 빌려준 돈이라면, 원자재는 그 자체로 배당이나 이자를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순수하게 가격이 오르느냐로 수익이 결정되는 자산입니다. 오래 들고 있어도 저절로 불어나는 눈덩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왜 담는가 — 인플레이션과 분산

원자재가 주목받는 첫 번째 이유는 인플레이션 헤지입니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원유·식량·금속 값이 오른다는 뜻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물가가 뛸 때 원자재가 함께 올라 구매력을 지켜줄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한 분석(1998~2025년)에서는 원자재가 주요 자산군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으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분산입니다. 원자재가 주식·채권과 다른 흐름으로 움직인다면, 포트폴리오에 섞었을 때 전체 변동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강한 경향'이 '항상 오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원자재는 물가와 무관하게 급락하기도 하며 헤지 효과는 시기에 따라 들쭉날쭉합니다. 그리고 뒤에서 볼 롤오버 비용 때문에, 물가가 올라도 내 수익은 깎일 수 있습니다.

원자재의 헤지 성격은 종류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산업 수요에 묶인 금속과 날씨에 좌우되는 농산물은 같은 물가 국면에서도 다르게 움직입니다.

2008년 — 147달러에서 30달러로

원유는 자산 중에서도 변동성이 극심하기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8년입니다.

2008년 7월 11일, WTI 유가는 배럴당 사상 최고인 약 14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그해 초 90달러 안팎이던 유가가 반년 만에 폭등한 것입니다. 하지만 곧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수요가 급감했고, 유가는 그해 12월 약 32달러까지 추락했습니다. 반년 만에 약 80% 폭락한 셈입니다.

우리 데이터로 같은 사건을 다시 재면 숫자가 조금 다릅니다. 우리가 가진 WTI 근월물 연속 시계열의 종가 기준 고점은 2008년 7월 3일 배럴당 145.29달러이고, 그해 저점은 12월 19일 33.87달러입니다. 그사이 하락률은 76.7%입니다. 147달러는 장중 최고가이고 우리 값은 일별 종가라서 생기는 차이입니다. 어느 쪽이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재는지가 다릅니다. 두 표기를 함께 남겨 둡니다.

WTI와 브렌트라는 두 이름도 정리해 둡니다. WTI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에서 인도되고 주로 파이프라인으로 운송되는 미국의 기준입니다. 브렌트는 북해에서 나와 유조선으로 운송되는 세계의 기준으로, 전 세계 원유 거래의 약 3분의 2가 이 가격을 씁니다. 둘 다 가볍고 황이 적은 고품질 원유지만 산지와 운송 방식이 달라 가격이 벌어지고, 이 차이를 브렌트-WTI 스프레드라고 부릅니다.

고점 147달러(2008년 7월)와 저점 약 32달러(2008년 12월)는 여러 자료에서 교차 확인되는 수치입니다. 일별·기준별로 소수점은 조금씩 다릅니다.

2020년 — 가격이 음수가 되면 수익률 계산이 무너집니다

2020년 4월 20일, 역사상 없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대로 마감한 것입니다. 우리 데이터의 WTI 근월물 종가도 그날 -37.63달러로 기록돼 있습니다. 하루에만 약 56달러가 빠졌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그날 오후 WTI 근월물은 배럴당 -40.32달러까지 거래됐습니다. 원인은 명확합니다. 코로나로 이동이 멈추자 수요가 붕괴했는데 공급은 넘쳤습니다. 4월 17일 기준 쿠싱의 저장시설은 5,800만 배럴이 차 76%가 찬 상태였고, 미국 정유 가동은 하루 1,280만 배럴로 전년보다 24% 낮았습니다. 마침 5월물은 다음 날 만기였습니다. 실물을 받아야 하는데 둘 곳이 없으면, 계약을 가진 쪽은 돈을 얹어서라도 넘겨야 합니다.

같은 날 유조선으로 옮길 수 있는 브렌트는 약 26달러 수준으로 마이너스를 피했습니다. EIA는 4월 21일 브렌트 6월물 종가를 19.33달러로 적습니다. 만기와 날짜가 다른 값이라 숫자가 갈리지만, 저장·운송 구조가 달라 결과가 갈렸다는 결론은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 계산에도 재미있는 문제가 생깁니다. 표준적인 낙폭 공식은 '현재가 ÷ 지금까지의 최고가 − 1'입니다. 가격이 음수가 되면 이 식이 무너집니다. 실제로 우리 WTI 시계열에 그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125.90%라는 값이 나옵니다. 손실률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계산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원자재 선물을 주식처럼 다루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마이너스 유가는 선물·저장·만기가 겹친 특수 상황의 결과입니다. 실제 주유소 기름값이 공짜가 된 것은 아닙니다.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Today in Energy' 2020년 4월 기사.

콘탱고와 백워데이션 — 눈에 안 보이는 롤오버 비용

개인이 원유 100배럴을 집에 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원자재 투자는 대부분 선물이나 이를 담은 ETF로 이뤄집니다.

선물에는 만기가 있습니다. 만기가 다가오면 ETF는 실물을 받지 않으려고 근월물을 팔고 원월물로 갈아탑니다. 이 갈아타기를 롤오버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만기가 먼 계약이 더 비싼 상태라면 콘탱고입니다. 보관비와 이자 때문에 대부분의 원자재에서 나타나는 흔한 모양입니다. 이때 롤오버하면 싼 근월물을 팔고 비싼 원월물을 사게 되므로, 갈아탈 때마다 손실이 쌓입니다. 반대로 만기가 먼 계약이 더 싼 상태라면 백워데이션이고, 이때는 갈아탈 때마다 이득이 생깁니다.

위키백과의 Contango 항목은 이 손실이 왜 누적되는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콘탱고에서 펀드는 높은 가격에 계약을 사고 대체로 더 낮은 현물 가격에 정리하게 되며, 정리해서 받은 돈으로는 같은 수의 새 계약을 살 수 없습니다. 같은 항목은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원자재 ETF가 2개에서 95개로, 자산이 39억 달러에서 약 980억 달러로 늘었다고 적습니다. 구조를 모르는 돈이 그만큼 빠르게 들어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극단적 사례가 2020년 천연가스입니다. 현물 가격이 그해 약 13% 올랐는데도 선물을 굴리는 총수익지수는 약 45% 하락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같은 해를 재면 또 다른 숫자가 나옵니다. 천연가스 근월물 연속 시계열은 2020년 첫 거래일 2.122달러에서 마지막 거래일 2.539달러로 19.7% 올랐습니다. 세 숫자가 모두 다른 이유는 재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근월물 연속 시계열은 계약을 갈아탈 때의 가격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이어 붙인 값이라, 실제로 굴린 결과보다 좋게 보입니다. 그 차이가 바로 롤오버 비용입니다.

롤오버 비용 때문에 원자재 ETF의 장기 수익률이 원자재 현물 가격과 크게 어긋날 수 있습니다. 상품 설명서에서 실물 기반인지 선물 기반인지, 어떤 월물을 어떻게 굴리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 데이터로 본 원자재의 낙폭과 회복

구조를 알았다면 이제 숫자를 봅니다. 우리 가격 데이터로 직접 계산한 값입니다.

우리 데이터의 USO(원유 선물을 담는 미국 상장 ETF)로 계산하면 2006년 4월 10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전체 기간 최대낙폭은 -98.19%입니다. 2008년 7월 14일 고점에서 2020년 4월 28일 저점까지의 값이고, 2026년 8월 31일까지 이전 고점을 한 번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본전으로 돌아오려면 +5415.5%가 필요합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구간은 4,561거래일, 약 18.1년입니다.

원유 자체가 이만큼 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 차이가 핵심입니다. 원유 가격은 2008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오르내렸지만, USO는 그 위에 12년치 롤오버 비용을 더 얹었습니다. 위키백과 Contango 항목도 USO가 2009년 콘탱고 국면에서 원유 현물 가격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적습니다. 이 사이트의 원래 글은 USO의 근월물 전략이 2014년 이후 원유 현물 대비 절반 수준으로 뒤처졌다는 분석을 인용했는데, 우리 실측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USO는 2020년 4월 28일 종가 기준으로 8주를 1주로 합치는 역병합을 실시했는데, 역병합은 주가 숫자만 커 보이게 할 뿐 이미 발생한 손실을 되돌리지 않습니다.

천연가스도 비슷합니다. 우리 데이터의 천연가스 근월물 시계열로 계산하면 2000년 8월 30일부터의 전체 기간 최대낙폭은 -90.36%이고, 고점 아래에 머문 구간은 5,210거래일, 약 20.7년입니다. 원자재 종합 지수를 담는 DBC로 계산해도 전체 기간 최대낙폭은 -76.36%, 고점 아래 구간은 4,567거래일, 약 18.2년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원자재는 변동성이 크고, 현금흐름이 없고, 롤오버라는 구조적 비용이 붙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메인 요리보다는 인플레이션 대비와 분산을 위한 양념으로 설명됩니다. 담더라도 위험과 비용을 이해하고 비중을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USO·DBC는 운용보수가 반영된 ETF 종가, 천연가스와 WTI는 근월물 연속 시계열입니다. '원자재 투자는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사는 것이 현물이 아니라 선물이며 눈에 안 보이는 비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들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이 오면 무조건 오르나요?

경향은 있지만 무조건은 아닙니다. 물가가 오를 때 원자재가 함께 오른 시기가 많았지만 물가와 상관없이 급락한 시기도 있습니다. 헤지 효과는 시기와 종류에 따라 달라지며, 선물의 롤오버 비용 때문에 물가는 올라도 내 수익은 깎일 수 있습니다.

Q. 원유 ETF를 사면 유가만큼 수익이 나나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원유 ETF는 선물로 운용되어 롤오버 비용이 발생합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USO의 전체 기간 최대낙폭은 -98.19%이고 2026년 8월 31일까지 이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콘탱고가 이어지면 유가가 올라도 ETF 수익은 그보다 적거나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Q. 유가가 마이너스면 기름을 사면 돈을 받나요?

아닙니다. 마이너스가 된 것은 특정 만기의 선물 계약 가격이지 주유소 기름값이 아닙니다. 저장 공간이 없고 만기가 코앞이라 실물을 떠안기 싫었던 계약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팔면서 벌어진 특수한 현상입니다.

Q. 롤 수익률은 항상 손해인가요?

아닙니다. 시장이 백워데이션, 즉 만기가 먼 계약이 더 싼 상태라면 롤오버가 오히려 이득이 됩니다. 다만 대부분의 원자재는 보관·금융 비용 때문에 콘탱고가 더 흔해서 장기적으로는 비용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그럼 원자재 ETF는 사면 안 되나요?

이 글은 사라거나 사지 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구조를 알고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선물 기반 상품은 단기 매매용으로 설계된 경우도 많습니다. 상품이 현물을 담는지 선물을 담는지, 롤오버 방식이 어떤지 확인한 뒤 자신의 투자 기간과 맞는지 따져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참고자료

#원자재#에너지#금속#농산물#롤코스트#콘탱고#백워데이션#원유#W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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