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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SPAC)이란

아직 무슨 사업을 할지도 안 정한 회사가 주식시장에 먼저 상장한다면 믿기시나요? 스팩(SPAC)이 바로 그런 회사입니다. 대체 어떻게 굴러가는 걸까요?

스팩이란 무엇인가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기업인수목적회사)은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할 목적 하나만으로 세워진 회사입니다. 상장할 때는 실제 사업도, 인수할 대상 회사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백지수표 회사(blank check company)'라고도 불립니다.

순서가 일반적인 상장과 반대입니다. 보통은 사업을 하는 회사가 상장(IPO)을 하지만, 스팩은 텅 빈 껍데기 회사가 먼저 상장해 돈을 모은 뒤, 그 돈으로 유망한 비상장 회사를 찾아 합병합니다. 합병당한 비상장 회사는 자연스럽게 상장회사가 됩니다. 즉 스팩은 '상장으로 가는 뒷문' 역할을 합니다.

스팩은 어떻게 굴러가나

① 설립·상장: 스폰서(발기인)가 스팩을 만들어 IPO로 자금을 모읍니다. 스폰서는 보통 지분 약 20%(창업자 주식)를 갖고, 일반 공모 투자자가 나머지를 가집니다.

② 자금 보관: 모은 돈은 대부분 신탁계좌에 넣어 보관합니다. 함부로 못 씁니다.

③ 합병 대상 찾기: 정해진 기한(미국은 통상 18~24개월, 한국은 통상 3년) 안에 인수할 회사를 찾아 합병해야 합니다.

④ 주주 투표·상환: 합병안이 나오면 주주가 찬반 투표를 합니다. 마음에 안 들면 주식을 처음 공모가(보통 1주당 약 10달러, 국내는 액면 기준)로 되돌려받는 상환(redeem)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⑤ 기한 내 합병 실패 시: 스팩은 해산·청산되고, 신탁에 있던 돈은 투자자에게 돌려줍니다.

한국은 2010년 스팩 제도가 도입됐고, 상장 스팩은 거의 전부 코스닥에 상장합니다. 합병 기한(통상 3년)을 못 지키면 상장폐지 후 청산됩니다.

붐과 거품: 2020~2021년의 교훈

미국에서 스팩은 2020~2021년에 폭발적으로 유행했습니다. 2021년 한 해에만 613개 스팩이 상장해 약 1,450억 달러를 모았고, 그해 정점에는 미국 전체 IPO의 약 64%가 스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였습니다. 인수할 좋은 회사보다 스팩이 훨씬 많다 보니, 상당수가 합병을 못 하고 청산됐습니다. 2020년 이후 상장한 미국 스팩 약 986개 중 362개가 청산됐고, 특히 2021년 상장분 613개 중 약 162개(대략 36%)가 청산됐습니다.

합병에 성공한 경우도 성과가 나빴던 사례가 많습니다. 한 집계에 따르면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겪었습니다. 스팩이라는 '구조'가 좋은 투자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시장이 비싸게 배운 셈입니다.

청산·성과 수치는 집계 기관·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 숫자는 여러 매체(Inc., Institutional Investor 등)의 보도를 교차한 대략적 규모이며, 정확한 값은 출처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스팩의 숨은 위험

스팩은 '원금 상환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안전해 보이지만, 감춰진 위험이 있습니다.

지분 희석: 스폰서가 가진 약 20% 지분과 별도의 워런트(신주인수권)는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합니다. 합병 후 주당 가치가 얇아질 수 있습니다.

기회비용: 합병 대상을 못 찾으면 원금은 돌려받지만, 그동안 그 돈이 다른 곳에서 낼 수 있었던 수익을 놓칩니다.

합병 후 부진: 위에서 봤듯 합병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합병 발표 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사례가 흔했습니다.

스팩은 구조가 복잡하고 결과의 편차가 큰 상품입니다. '상장했으니 안전하다'는 인식은 위험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팩에 넣은 돈은 무조건 안전한가요?

합병 전 신탁에 보관된 원금은 합병에 반대하거나 청산될 때 대체로 상환받을 수 있어, 그 점에선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합병이 성사된 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 있고, 상환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 일반 주식과 똑같은 위험에 노출됩니다. '원금 상환 가능'과 '손실 없음'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Q. 스팩과 일반 IPO는 뭐가 다른가요?

일반 IPO는 사업하는 회사가 직접 상장 심사를 거쳐 시장에 데뷔합니다. 스팩은 빈 껍데기 회사가 먼저 상장한 뒤 비상장 기업과 합병해 그 기업을 상장시킵니다. 스팩 경로는 상대적으로 빠를 수 있지만, 지분 희석·구조 복잡성 등 일반 IPO에 없는 위험이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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