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사이클12분 읽기

금리로 안 될 때 쓰는 수단 — QE·QT·마이너스 금리·유동성 함정과 통화량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는 흔히 같은 것으로 묶여 이야기되지만, 조절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금리 인하가 돈의 가격을 낮추는 일이라면 양적완화는 돈의 양을 직접 늘리는 일입니다. 이 구분에서 출발하면 QE와 QT, 마이너스 금리, 그리고 그 뒤에 온 시장의 반응이 하나의 줄로 이어집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2

가격이 바닥에 닿으면 양을 조절한다 — 양적완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는 중앙은행이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 같은 자산을 대량으로 사들여 시장에 돈을 직접 공급하는 정책입니다.

기준금리를 이미 0 근처까지 내려 더 내릴 여지가 없을 때 쓰는 수단입니다. 가격에 해당하는 금리 대신 양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비전통적이라고 부릅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주면 장기금리가 낮아지고, 시중에 풀린 돈이 대출과 소비로 흘러가도록 유도합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이 과정을 거치며 극적으로 커졌습니다. 금융위기에 대응한 QE1(2008~2010)에서 약 1조 7,500억 달러의 MBS·기관채·국채를 매입했고, QE2(2010~2011)에서 약 6,000억 달러의 국채를 샀으며, QE3(2012~2014)는 매월 정해진 금액을 기한 없이 사들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결과 연준 자산은 2008년 초 1조 달러 미만에서 2014년 4조 달러를 넘었고, 2020년 코로나 대응에서 3월 4.2조 달러 수준에서 약 3조 달러를 추가 매입한 것까지 더해져 2022년 정점에 약 8조 9,000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평가는 갈립니다. 위기 때 금융시장이 얼어붙는 것을 막고 경기를 떠받쳤다는 평가가 있고, 대량으로 풀린 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밀어올려 격차를 키웠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QE가 공짜 돈이 아니라 언젠가 되돌려야 하는 정책이라는 점입니다.

출처마다 세부 수치가 조금씩 다릅니다. 정확한 값은 연준이 매주 발표하는 H.4.1 통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 — 양적긴축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QT)은 QE의 반대편입니다.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이 만기가 되면 그 돈으로 새 채권을 다시 사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환되도록 두어 대차대조표를 줄입니다. 이것을 패시브 런오프라고 부르며, 채권을 직접 대량 매도하는 것보다 충격이 덜한 완만한 방식입니다.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QT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월 상한을 475억 달러로 두었다가 2022년 9월에는 950억 달러로 확대했습니다. 국채 600억 달러와 MBS 350억 달러를 합한 금액입니다.

QT 시작 이후 연준은 보유 자산을 2조 달러 넘게 줄였습니다. 이후 2025년에는 국채 상환 상한을 월 25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낮추며 축소 속도를 늦췄습니다. MBS 상한은 유지했습니다.

속도를 조절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유동성을 너무 급하게 회수하면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T는 시중 유동성을 서서히 줄이므로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에 상방 압력을 주고 위험자산에는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실제 영향은 QT 속도, 시장의 유동성 상황, 기준금리와의 조합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중요한 것은 QE와 QT를 한 사이클로 보는 시각입니다. 풀 때만 기억하고 거둘 때를 잊으면 낙폭을 과소평가하기 쉽습니다.

0 아래로 — 마이너스 금리라는 실험

금리를 0까지 내리고 자산까지 사들였는데도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부 중앙은행은 금리를 0 아래로 내렸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NIRP)은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0 아래로 내리는 것으로, 주로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초과 준비금에 사실상 보관 수수료를 매기는 방식입니다. 은행이 돈을 중앙은행에 쌓아두지 말고 기업·가계에 대출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처음 시도한 곳은 스웨덴 중앙은행으로, 2009년 7월 예금금리를 -0.25%로 내렸습니다. 본격적인 확산은 2014년 이후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이 2014년 6월 5일 예금금리를 -0.1%로 내렸고 같은 달 1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뒤이어 덴마크(2014년 9월), 스위스(2014년 12월), 스웨덴(2015년 2월), 일본(2016년 2월)이 합류했습니다. 일본은행은 2016년 1월 29일 결정으로 -0.1%를 도입해 2월 16일부터 적용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목적이 나라마다 달랐다는 점입니다. 일본·ECB·스웨덴은 주로 디플레이션을 막고 물가를 2% 목표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반면 덴마크와 스위스는 목적이 달랐습니다. 유로존 위기 때 안전통화로 자금이 몰리며 자국 통화가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을 막고 과도한 자본 유입을 억제하려는 방어책이었습니다.

부작용도 컸습니다.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고 저축자 부담이 늘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정상화됐지만, 이런 극단적 정책까지 동원됐다는 사실 자체가 저성장·저물가 시대의 단면을 보여 줍니다.

각국의 도입 시점·금리 폭은 자료마다 세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큰 흐름은 스웨덴이 앞섰고 2014년 ECB, 2016년 일본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수단까지 나왔나 — 유동성 함정

QE도 마이너스 금리도 같은 문제에서 나왔습니다. 금리를 내려도 경기가 반응하지 않는 상태, 유동성 함정입니다.

유동성 함정은 명목금리가 0에 가까워져 중앙은행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경제학자 존 힉스가 1937년 케인스 이론을 해석하며 정식화한 개념입니다. 금리가 0에 닿으면 채권은 이자를 거의 주지 못하므로 사람과 기업은 채권 대신 현금을 그냥 쥐고 있으려 합니다. 그 결과 공급된 돈이 대출과 소비로 흐르지 않고 고여 버립니다.

대표 사례는 일본입니다. 1990년대 중반 유동성 함정에 빠졌고, 이후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이 10년을 넘어 20년 이상 이어졌습니다. 일본은행은 명목금리를 0까지 낮췄지만 이 확장적 통화정책이 기대만큼 성장이나 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돈을 풀어도 쓰지 않고 디플레이션 심리가 굳어지면서 통화정책이 대체로 무력해진 것입니다.

다만 일본 사례의 원인을 통화정책 하나로 단순화할 수는 없습니다. 인구구조·부실채권·자산버블 붕괴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었습니다.

함정에서 나오려면 일반적인 금리 인하로는 부족하므로 양적완화나 포워드 가이던스 같은 비전통적 수단이 동원되고, 재정정책의 역할이 커지기도 합니다. 투자자에게 주는 교훈은 금리를 내리면 반드시 경기와 자산이 살아난다는 공식이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말 한마디의 파장 — 2013년 테이퍼 텐트럼

QE를 줄이겠다는 말만으로 시장이 흔들린 사건이 있습니다. 2013년 5월 22일,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의회에서 앞으로 자산 매입을 점차 줄일 수 있다고 처음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무엇을 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을 뿐인데, 시장은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테이퍼 텐트럼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13년 5월 약 1.6~2%대에서 9월에는 약 3%까지 빠르게 올랐습니다. 우리 사이트가 보유한 매크로 데이터로 직접 확인하면, 발언 전날인 2013년 5월 21일 미 10년물 금리는 1.944%였고 그해 5월부터 9월까지의 최고치는 9월 5일의 2.979%였습니다. 넉 달이 채 안 되는 사이 약 1.04%p가 오른 것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은 떨어지므로 채권 투자자가 손실을 봤습니다. 특히 미국의 저금리를 좇아 신흥국으로 흘러들었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신흥국 통화는 이후 몇 달간 달러 대비 약 6% 절하됐고, 신흥국 주식과 채권도 흔들렸습니다.

이 충격의 크기도 우리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흥국 주식을 담는 ETF인 EEM은 발언일인 2013년 5월 22일 고점에서 6월 24일 저점까지 14.69% 하락했습니다. 그 고점을 다시 넘은 것은 9월 18일로, 저점에서 2.8개월이 걸렸습니다. 5월 22일부터 그해 말까지의 성적은 -0.5%로 사실상 제자리였습니다. 같은 해 일본 주식을 담는 ETF인 EWJ도 5월 21일 고점에서 6월 6일 저점까지 13.62% 내렸습니다.

두 자산 모두 몇 달 안에 되돌렸습니다. 그럼에도 짚어야 할 점은 실제 정책 변경이 아니라 기대의 변화만으로 이만한 낙폭이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건 이후 중앙은행들은 정책 변화를 미리, 천천히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더 신경 쓰게 됐습니다.

10년물 금리의 출발점은 출처에 따라 약 1.6~2.0%로 다르게 인용됩니다. 위의 1.944%와 2.979%는 이 사이트가 보유한 일별 매크로 데이터에서 직접 읽은 값이며, ETF 낙폭도 같은 방식의 일별 종가 계산입니다.

일본의 사례를 우리 데이터로 볼 때의 한계

유동성 함정의 대표 사례인 일본을 우리 데이터로 살펴보면, 데이터 자체의 한계가 먼저 드러납니다.

우리가 보유한 일본 주식 ETF인 EWJ의 일별 데이터는 1996년 3월 18일부터 시작합니다. 즉 1989년 말의 버블 정점은 이 계열 안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흔히 인용되는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점을 우리 데이터로는 직접 계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보유 구간 안에서 계산하면 EWJ의 최대 낙폭은 -58.9%입니다. 2000년 3월 31일 고점에서 2003년 4월 25일 저점까지의 하락이며, 그 고점을 회복한 것은 2006년 5월 2일로 저점에서 36.2개월이 걸렸습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기간은 최장 2,782거래일입니다. 1996년 3월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약 30년 동안의 분배금을 반영한 조정 종가 기준 연평균 수익률은 3.05%였습니다.

이 숫자를 곧바로 일본 경제 30년의 성적표로 읽으면 안 됩니다. 이 ETF는 달러 기준이라 엔달러 환율 변동이 섞여 있고, 시작 시점이 이미 버블 붕괴 이후입니다. 데이터가 무엇을 담고 있고 무엇을 담고 있지 않은지 밝히는 것까지가 계산의 일부입니다.

위 수치는 이 사이트가 보유한 일별 종가 데이터로 직접 계산한 값입니다(집계 종료일 2026년 8월 31일). 분배금 재투자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통화량 M1·M2 — 풀린 돈을 재는 온도계

돈을 풀었다는 말은 무엇으로 확인할까요. 그 온도계 역할을 하는 것이 통화량 지표입니다.

M1은 지금 당장 지불수단으로 쓸 수 있는 돈을 모은 지표로 협의통화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현금과,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포함됩니다. 유동성이 가장 높은 돈입니다.

M2는 여기에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현금화할 수 있는 돈까지 더한 지표로 광의통화라고 부릅니다. M1에 더해 만기 2년 미만의 정기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 머니마켓펀드, 거주자 외화예금 등이 들어갑니다. 완전히 즉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큰 손해 없이 비교적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들입니다. 시중 유동성을 이야기할 때는 보통 M2를 더 자주 봅니다.

다만 통화량이 늘었다고 물가나 자산가격이 반드시 곧바로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풀린 돈이 실제로 소비와 대출로 돌아야 경제에 영향을 줍니다. 유동성이 은행에 머물면 통화량이 늘어도 물가는 잠잠할 수 있습니다. 2008년 이후 대규모 QE에도 미국 물가가 오랫동안 낮게 유지된 것이 그 예이고, 반대로 2020년 이후처럼 여러 요인이 겹치면 물가가 크게 오르기도 합니다.

따라서 통화량은 유동성의 큰 흐름을 읽는 참고 지표로 삼되, 이것 하나로 시장을 단정하기보다 금리·물가·경기 지표와 함께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M1·M2의 세부 구성 항목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고 기준도 개정될 수 있습니다. 나라에 따라 M2보다 넓은 Lf나 L 같은 지표를 함께 쓰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양적완화를 하면 돈을 찍어내는 건가요?

물리적으로 지폐를 찍는 것과는 다릅니다. 중앙은행이 전자적으로 지급준비금을 만들어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돈을 푼다고 표현하지만, 그 돈이 곧바로 물가로 이어지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Q. QE는 항상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2008년 이후 대규모 QE에도 미국 물가는 오랫동안 낮게 유지됐습니다. 풀린 돈이 대출·소비로 돌지 않고 은행 준비금에 머물면 물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QT는 금리 인상과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금리라는 가격을 직접 올리는 것이고 QT는 유동성이라는 양을 줄이는 것입니다. 둘 다 긴축 방향이지만 작동 방식이 달라 동시에 쓰이기도 하고 따로 쓰이기도 합니다.

Q. QT를 하면 주가가 꼭 떨어지나요?

인과관계가 단순하지 않습니다. QT는 유동성을 줄여 위험자산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시장은 경기·실적·다른 정책 등 여러 요인에 함께 반응했습니다. QT만으로 주가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Q. 마이너스 금리면 내 예금에서도 돈이 빠지나요?

실제로는 일반 개인 예금에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그대로 적용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주로 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준비금에 적용됐고 개인은 이자가 0에 가까워지는 형태로 체감했습니다. 다만 일부 국가·거액 예금에는 보관료가 부과되기도 했습니다.

Q. 유동성 함정과 디플레이션은 같은 건가요?

같지는 않지만 자주 함께 나타납니다. 유동성 함정은 금리가 0에 닿아 통화정책이 무력해진 상태이고,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입니다. 디플레이션 심리가 유동성 함정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Q. 채권은 안전자산 아닌가요? 테이퍼 텐트럼 때 왜 손실이 났나요?

채권은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은 편이지만 무위험은 아닙니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떨어집니다. 금리가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채권 투자자도 상당한 평가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Q. M1이 늘면 물가가 오르나요?

직접적인 공식은 없습니다. 통화량 증가가 물가로 이어지려면 그 돈이 실제 소비·투자로 순환해야 합니다. 돈이 늘어도 잘 돌지 않으면 물가는 잠잠할 수 있어, 통화량만으로 물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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