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6분 읽기

원유는 어떤 자산인가 — WTI·브렌트·역사 급변동

기름값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을까요? 2020년 4월, 실제로 원유 가격이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를 찍었습니다. 파는 사람이 돈을 얹어줘야 했던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WTI와 브렌트: 두 개의 기준 가격

뉴스에서 유가를 말할 때 자주 나오는 두 이름이 'WTI'와 '브렌트'입니다. 둘 다 원유 가격의 대표 기준(벤치마크)입니다.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미국의 기준입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이라는 내륙 거점에서 인도되고, 주로 파이프라인으로 운송됩니다.

브렌트(Brent)는 유럽·아프리카·중동을 아우르는 세계의 기준으로, 전 세계 원유 거래의 약 3분의 2가 이 가격을 씁니다. 북해에서 나와 유조선(배)으로 운송됩니다.

둘 다 가볍고 황이 적은 고품질 원유(light sweet)지만, 산지와 운송 방식이 달라 가격이 조금씩 벌어집니다. 이 차이를 '브렌트-WTI 스프레드'라고 부릅니다.

2008년: 147달러에서 30달러로

원유는 자산 중에서도 변동성이 극심하기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8년입니다.

2008년 7월 11일, WTI 유가는 배럴당 사상 최고인 약 14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그해 초 90달러 안팎이던 유가가 반년 만에 폭등한 것입니다.

하지만 곧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원유 수요가 급감했고, 유가는 그해 12월 약 32달러까지 추락했습니다. 반년 만에 고점 대비 약 80% 폭락한 것입니다.

주식으로 치면 상상하기 힘든 낙폭이 원자재에서는 실제로 벌어집니다. 원유가 얼마나 경기와 심리에 민감한 자산인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고점 147달러(2008-07), 저점 약 32달러(2008-12)는 여러 자료(World Bank, Brookings 등)에서 교차 확인되는 수치입니다. 일별·기준별로 소수점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2020년: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

그리고 2020년 4월 20일, 역사상 한 번도 없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배럴당 약 마이너스 37달러(정확히는 약 -37.63달러)로 마감한 것입니다. 하루에만 약 56달러가 빠졌습니다.

원인은 이렇습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이동을 멈추자 기름 수요가 붕괴했는데, 공급은 넘쳤습니다. 저장 공간(특히 쿠싱)이 거의 다 차버렸고, 마침 5월 선물은 바로 다음 날 만기여서 '실물을 받아야 하는데 둘 곳이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결국 계약을 가진 쪽이 '돈을 줄 테니 제발 기름을 가져가 달라'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같은 날 유조선으로 옮길 수 있는 브렌트는 약 26달러로 마이너스를 피했는데, 이 차이가 저장·운송 구조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마이너스 유가는 선물·저장·만기라는 특수 상황이 겹친 결과입니다. 출처: 미국 EIA, CFTC 보고서. 실제 주유소 기름값이 공짜가 된 것은 아닙니다.

원유를 자산으로 볼 때 기억할 점

원유는 세계 경제의 필수 연료지만, 개인이 투자하기엔 까다로운 자산입니다.

첫째, 변동성이 극단적입니다. 위에서 봤듯 반년 만에 -80%, 심지어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합니다.

둘째, 배당·이자가 없습니다. 오래 들고 있어도 저절로 불어나지 않습니다.

셋째, 대부분 선물로 투자하기 때문에 롤코스트(다음 월물로 갈아탈 때 드는 비용)가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2020년 마이너스 유가 직후, 원유 ETF들이 큰 손실과 구조 변경을 겪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원유는 '기름값이 오를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하기엔 위험 구조가 복잡한 자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가가 마이너스면 기름을 사면 돈을 받나요?

아닙니다. 마이너스가 된 것은 특정 만기의 '선물 계약' 가격이지, 주유소 기름값이 아닙니다. 저장 공간이 없고 만기가 코앞이라 실물을 떠안기 싫었던 계약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팔면서 벌어진 특수한 현상입니다. 일반 소비자가 기름을 공짜로 받은 것은 아닙니다.

Q. 원유 ETF를 사면 유가만큼 수익이 나나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원유 ETF는 선물로 운용되어 롤코스트가 발생합니다. 콘탱고 상황에서는 유가가 올라도 ETF 수익은 그보다 적거나, 심하면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유가 급변 때 여러 원유 ETF가 큰 손실과 구조 변경을 겪었습니다.

#원유#WTI#브렌트#마이너스유가#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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