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배분10분 읽기

국제 분산투자 — 미국이 절반인 세계에서 나눠 담는다는 것

전 세계 주식을 하나의 파이로 그리면 한 나라가 그 절반쯤을 가져갑니다. 그렇다면 나머지에 굳이 나눠 담을 이유가 남아 있을까요? 답을 먼저 말하지 않고, 두 개의 10년을 실제 가격 데이터로 재보는 데서 시작하겠습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세계 주식이라는 파이는 얼마나 크고, 누가 얼마를 갖고 있나

국제 금융업계 단체 SIFMA 의 집계에 따르면 2024년 말 전 세계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은 대략 126조 달러였습니다. 같은 기관의 이후 자료는 이 값이 2025년에 18.9% 늘어 157.8조 달러가 됐다고 적습니다. 파이 자체가 해마다 꽤 크게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절대 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배분입니다. 여러 집계에서 2024년 말 미국 주식이 전 세계 시가총액의 약 50% 안팎을 차지한 것으로 나옵니다. MSCI ACWI 같은 투자 가능 지수 기준으로 보면 미국 비중이 60%대로 잡히기도 합니다. 두 값은 세는 대상이 달라 그대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절반 안팎에서 60%대 사이'라는 범위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미국이 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 최대 기업 상당수가 미국에 상장돼 있고, 대형 기술주가 크게 오르면서 비중이 더 올라갔습니다. 나머지를 일본·중국·유럽·인도·한국 등 수십 개 나라가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미국을 뺀 '나머지 전 세계'를 다 합쳐야 겨우 미국과 비슷해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지도대로 투자하지 않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주식 자산의 약 75%를 자국에 넣어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기 나라 자산을 실제 비중보다 훨씬 많이 담는 이 습관을 홈 바이어스(home bias)라고 부릅니다. 한국 투자자가 한국 주식과 미국 대형주에만 집중하는 것도 같은 계열의 행동입니다.

'약 50%'와 '60%대'는 서로 다른 집계에서 나온 값입니다. 앞은 전 세계 상장 시가총액, 뒤는 외국인이 실제로 살 수 있는 물량만 세는 투자 가능 지수 기준입니다. 어느 쪽도 고정된 상수가 아니며 해마다 바뀝니다.

'잃어버린 10년'을 우리 가격 데이터로 다시 계산해 봤습니다

국제 분산이 왜 필요한지는 2000년대에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흔히 인용되는 수치는 2000~2009년 미국 S&P 500 이 연환산 약 -0.9%였다는 것, 그래서 2000년 초의 1달러가 2009년 말 약 91센트가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데이터로 직접 계산하면 어떨까요. 배당 재투자를 반영한 SPY 조정 종가로 2000-01-03 부터 2009-12-31 까지를 재보면 총수익 -8.7%, 연평균 -0.91% 입니다. 널리 인용되는 값과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겹칩니다. 배당을 빼고 가격 지수만 보면 같은 구간의 손실이 더 깊어지므로, 어느 쪽 숫자인지 밝히지 않은 채 이 값을 옮겨 적으면 안 됩니다.

같은 10년 동안 국제주식·신흥국·소형주는 오히려 플러스였습니다. 미국·해외·신흥국·채권을 골고루 섞은 분산 포트폴리오가 이 기간 연 약 +4.8%를 냈다는 계산이 널리 인용됩니다(여러 자산을 같은 비중으로 담았다고 가정한 값입니다). 미국만 보면 '잃어버린 10년'이지만, 세계로 넓히면 같은 10년의 성적표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2010년대에는 정반대였습니다

2010~2019년에는 미국이 압도했습니다. 널리 인용되는 총수익 기준으로 S&P 500 이 연 약 +13.6%, 미국을 뺀 선진국(MSCI World ex USA)이 약 +5.3%, 신흥국이 약 +3.7%였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같은 10년을 재보면 방향은 같고 값은 조금 다릅니다. SPY 는 2010-01-04 부터 2019-12-31 까지 총 +246.9%, 연평균 +13.26% 였습니다. 미국을 뺀 선진국을 담는 EFA 는 연평균 +5.16%, 신흥국을 담는 EEM 은 연평균 +2.62% 였습니다. 지수와 ETF 는 운용보수·추적오차·배당 처리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값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습니다.

두 개의 10년을 나란히 놓으면 남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어느 나라가 이기느냐'의 순위는 시대마다 뒤집혔습니다. 그래서 국제 분산은 다음 승자를 맞히게 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맞히지 못해도 몫을 챙기게 해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한계 1 — 위기 때는 같은 날 함께 무너집니다

분산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나눠 담으면 폭락을 피한다'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가격 데이터에는 이것이 날짜로 남아 있습니다. SPY 의 최대 낙폭은 -55.2% 였고 그 저점은 2009-03-09 입니다. 미국을 뺀 선진국을 담는 EFA 의 최대 낙폭은 -61.0%, 저점은 똑같이 2009-03-09 입니다. 선진국 전체를 담는 VEA 역시 최대 낙폭 -60.7%, 저점 2009-03-09 로 같습니다. 나라를 나눠 담았는데 바닥을 찍은 날짜가 하루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신흥국만 조금 달랐는데, 좋은 쪽으로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EEM 의 최대 낙폭은 -66.4% 로 넷 중 가장 깊었고 저점은 2008-11-20 으로 넉 달가량 앞섰습니다. 더 깊게, 더 일찍 빠진 셈이라 방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공포가 퍼지면 전 세계 투자자가 동시에 팔기 때문에 국가 간 상관관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평소엔 따로 놀던 시장들이 위기 때만 한 몸처럼 움직이고, 정작 방패가 필요한 날에 방패가 얇아집니다. 2020년 코로나 급락 때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다만 이 동조화는 주로 짧은 구간에서 강하게 나타납니다.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은 나라마다 다르게 흘러가므로, 오랜 기간으로 보면 나라별 차이가 남습니다. 국제 분산을 '폭락 방지'가 아니라 '장기 회복력'의 도구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계 2 — 회복 속도는 나라마다 크게 갈립니다

낙폭보다 오래 남는 것은 회복 기간입니다. 저점 이후 이전 고점을 다시 넘어선 날을 우리 데이터에서 세어 보면 세 자산의 처지가 갈립니다.

SPY 는 2012-08-16 에 이전 고점을 되찾았습니다. 저점에서 41.3개월이 걸렸습니다. EFA 는 2014-06-06 이었고 저점에서 62.9개월이 걸렸습니다. EEM 은 2017-09-18 로 가장 늦었고, 저점에서 105.9개월이 걸렸습니다. 달력으로 옮기면 8년을 훌쩍 넘깁니다.

고점 아래에 머문 기간으로 보면 차이가 더 큽니다. EEM 이 이전 고점 아래에 연속으로 머문 최장 구간은 2,486거래일, 약 9.9년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SPY 는 1,656거래일, EFA 는 1,659거래일이었습니다.

여기서 '거래일'은 시장이 열린 날만 센 값입니다. 한 해는 약 252거래일이므로 달력 기준 연수로 옮기려면 252로 나눠야 합니다. 이 단위를 달력일로 착각하면 손실 기간이 실제보다 31%가량 짧게 읽힙니다.

정리하면 '분산했더니 오히려 더 오래 물려 있었다'는 결과가 실제로 가능합니다. 분산은 낙폭의 최댓값을 줄여준다는 보장도, 회복을 앞당겨 준다는 보장도 하지 않습니다.

한계 3 — 환율과 비용은 자동으로 따라붙습니다

해외에 투자하면 원하든 원치 않든 환율에 노출됩니다. 미국 주식이 10% 올라도 그사이 원화가 강해지면 원화로 계산한 수익은 10%보다 줄고, 원화가 약해지면 더 커집니다. 환율은 수익을 키우기도 하고 갉아먹기도 하는 양날의 검입니다.

비용도 따라옵니다. 해외 주식과 ETF 에는 매매 수수료, 환전 스프레드, 배당에 붙는 외국 납부세가 추가로 발생합니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지수 ETF 를 사더라도 운용보수와 추적오차는 남습니다. 이 비용의 합이 분산으로 얻는 이점보다 크면 애써 해외로 나간 보람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 사이트는 수익률을 보여줄 때 최대 낙폭, 손실 기간, 수수료, 환율 효과를 함께 표시합니다. '분산하면 무조건 이득'이 아니라 무엇을 얻고 무엇을 치르는지 눈으로 확인하자는 뜻입니다. 참고로 이 사이트는 글쓴이가 직접 운영합니다.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

이 글은 어느 나라 주식을 사라거나 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2010년대만 보면 미국만 담은 쪽이 결과적으로 유리했고, 2000년대에는 정반대였습니다. 어느 시대가 다시 올지는 아무도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역사에는 반대 사례도 남아 있습니다. 1980년대 말 일본 주식은 한때 세계 시가총액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후 오래 부진했습니다. 지금 비중이 크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클 것이라는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위 수치의 한계도 분명히 해둡니다. EFA 의 데이터는 2001-08-27, EEM 은 2003-04-14 부터 시작하므로 2000년대 전체를 미국과 같은 출발점에서 비교할 수 없습니다. 각 자산의 최대 낙폭과 회복일은 각자의 데이터 전 구간에서 계산한 값이며, 특정 구간만 잘라 계산한 값과 섞어 쓰면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럼 미국 주식만 사면 안 되나요?

정답은 없습니다. 2010년대만 보면 미국만 담은 쪽이 유리했지만 2000년대에는 손해였습니다. 국제 분산은 어느 나라가 이길지 못 맞혀도 괜찮게 만드는 전략이지 수익을 극대화하는 마법이 아닙니다. 특정 국가를 사라거나 팔라는 조언은 아니며, 본인의 위험 감내 수준에 맞춰 판단할 문제입니다.

Q. 신흥국까지 꼭 넣어야 하나요?

신흥국은 변동이 큰 영역입니다. 우리 데이터로 EEM 을 상장 초기인 2003-04-14 부터 2009-12-31 까지 재보면 연평균 +23.27% 로 대단히 좋았지만, 2010-01-04 부터 2019-12-31 까지는 연평균 +2.62% 에 그쳤습니다. 앞의 값은 저점 부근에서 시작한 구간이라 그대로 미래에 옮길 수 없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자산이 시기에 따라 이렇게 다른 얼굴을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요점입니다.

Q. 환율 위험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시뮬레이터에서 해외 자산의 수익률을 계산할 때 환율 효과를 분리해 볼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같은 자산이라도 환율을 반영하면 원화 기준 수익률이 달라지므로, 해외 투자를 검토할 때는 자산 자체의 수익과 환율 효과를 나눠서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Q. 전 세계 지수 하나만 사면 분산이 끝나나요?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전 세계 지수는 비중대로 담기 때문에 미국이 절반 안팎을 차지합니다. '전 세계 분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실제 내용물은 미국 대형주 쏠림이라는 뜻입니다.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참고자료

#국제 분산#홈 바이어스#시가총액 비중#상관관계#회복 기간

이 개념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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