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VaR(Expected Shortfall)
VaR은 '95% 확률로 하루 손실이 X원을 넘지 않는다'고 말해요. 그런데 나머지 5%가 터지면 얼마나 아플까요? 그 질문에 답하는 게 조건부 VaR이에요.
VaR이 답하지 못하는 질문
VaR(Value at Risk, 최대예상손실)은 '어떤 확률까지 손실이 이 선을 넘지 않는다'를 알려줘요. 예를 들어 '95% 신뢰수준 1일 VaR이 100만원'이면, 20일 중 19일은 손실이 100만원 안쪽이라는 뜻이에요.
문제는 나머지 1일이에요. VaR은 그 선을 넘는 순간 손실이 101만원인지 1,000만원인지 아무 말도 안 해줘요. '문턱까지'만 알려주고 '문턱 너머'는 침묵하는 거죠.
2008년 금융위기 때 많은 기관이 VaR만 믿었다가, 꼬리(문턱 너머)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손실을 입었어요.
조건부 VaR = 문턱 너머의 평균 손실
조건부 VaR(Conditional VaR, CVaR)은 기대손실(Expected Shortfall, ES)이라고도 불러요. 정의는 '손실이 VaR 선을 넘었을 때, 그 초과 손실들의 평균'이에요.
즉 '최악의 5% 시나리오만 모아 평균을 낸 손실'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VaR이 '문턱의 높이'라면, CVaR은 '문턱을 넘어간 물이 평균 얼마나 깊은가'예요.
정의상 CVaR은 항상 같은 신뢰수준의 VaR보다 크거나 같아요. 문턱 너머의 평균이니 문턱보다 낮을 수 없죠. 그래서 더 보수적인(안전 지향적인) 위험 지표로 여겨져요.
수익률에 팻테일(두꺼운 꼬리)이 있으면 97.5% CVaR이 99% VaR보다 훨씬 커질 수 있어요. 극단 손실이 실제로 얼마나 깊은지는 CVaR이 더 잘 드러내요.
규제가 VaR에서 ES로 갈아탄 이유
은행 규제 기준인 바젤(Basel)의 '거래장부 근본 개편(FRTB)'은 시장위험 자본 규제의 기준을 99% VaR에서 97.5% 기대손실(ES)로 바꿨어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VaR은 꼬리의 '심각성(손실 크기)'을 무시하는데 ES는 그걸 반영해요. 둘째, ES는 여러 자산을 합쳤을 때 위험이 부풀지 않는 좋은 수학적 성질(하위가법성)을 가져요. VaR은 이 성질이 깨질 수 있어요.
개인 투자자가 CVaR을 직접 계산할 일은 드물지만, '최악을 그냥 확률로만 보지 말고 그 평균 깊이까지 보라'는 사고방식은 그대로 써먹을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CVaR과 ES는 다른 지표인가요?
실무에서는 거의 같은 뜻으로 써요. 조건부 VaR(CVaR), 기대손실(Expected Shortfall, ES), 평균초과손실(Average Value at Risk) 모두 'VaR을 넘는 손실의 평균'을 가리켜요. 분포가 연속이면 정확히 같고, 엄밀한 학술 정의에서만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Q. 개인 투자자에게도 쓸모가 있나요?
직접 숫자를 구하긴 어렵지만 관점은 유용해요. '나쁜 일이 일어날 확률'만 보지 말고 '그 나쁜 일이 터지면 평균 얼마나 아플까'를 함께 상상하는 습관이 바로 CVaR의 사고예요. 그래서 최대 낙폭이나 위기 사례를 미리 살펴보는 게 도움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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