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차로 버는 캐리 트레이드, 그리고 청산이 오는 날
도쿄 시각 2024년 8월 5일 오후, 한 화면에서 도요타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13% 넘게 빠진 채 마감됐습니다.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자동차가 안 팔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무너진 것은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싸게 빌린 엔화'라는 거대한 배관이었습니다.
최근 업데이트: 2026-07-20
먼저 원리 — 이자가 싼 돈을 빌려 이자가 비싼 곳에 넣는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는 이자가 싼 통화로 돈을 빌려서 이자가 비싼 통화나 자산에 넣고, 그 금리 차이(carry)를 버는 전략입니다.
돈을 빌리는 쪽을 펀딩 통화라고 부릅니다. 오랫동안 이자가 거의 0%였던 일본 엔화(JPY)와 스위스 프랑(CHF)이 대표적인 펀딩 통화였습니다. 그 돈을 넣는 쪽은 타깃 통화입니다. 이자가 높은 호주달러(AUD), 뉴질랜드달러(NZD), 또는 미국 국채 같은 자산이 여기 해당했습니다.
계산은 간단해 보입니다. 이자 0.25%에 엔화를 빌려 이자 5%짜리 미국 자산에 넣으면 이론상 금리차 약 4.75%포인트가 가만히 있어도 들어오는 수익이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공짜 점심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 환율이라는 함정이 깔려 있었습니다.
여기까지가 교과서의 앞면입니다. 뒷면은 '빌린 돈'과 '환율'이 만나는 순간에 나타납니다.
이론상 안 되는데 실제로는 됐던 퍼즐
경제학 교과서에는 무위험 금리평가(UIP)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고금리 통화가 그만큼 값이 떨어져서 금리차로 번 이익이 환율 손실로 상쇄되고, 결국 공짜 수익은 남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는 자주 다르게 나왔습니다. 고금리 통화가 오히려 강세를 보이는 일이 잦아서 캐리 트레이드는 평균적으로는 돈을 벌어왔습니다. 학계에서는 이를 포워드 프리미엄 퍼즐(forward premium puzzle)이라 불렀고, 왜 이 초과수익이 사라지지 않는지는 아직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문장입니다. 평소에는 조금씩 꾸준히 벌지만, 위기가 오면 한 번에 크게 잃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조용히 계단을 오르다가 엘리베이터로 추락하는 모양이라 전문가들은 이를 크래시 리스크(crash risk)라고 불렀습니다.
엔화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펀딩 통화가 되기까지
일본은 1990년대 자산버블이 무너진 뒤 오랫동안 초저금리를, 때로는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습니다. 돈을 거의 공짜로 빌릴 수 있으니 엔화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펀딩 통화가 됐습니다.
헤지펀드부터 개인 투자자까지, 값싼 엔화를 빌려 호주달러·미국 국채·신흥국 자산 등 이자 높은 곳에 넣는 거래가 수십 년간 이어졌습니다. 이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 곳곳에 스며 있어서, 엔 캐리는 조용하지만 거대한 흐름으로 불렸습니다.
평온한 시기에는 잘 작동했습니다. 엔화가 약세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금리차에 환차익까지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청산(unwind)이 몰릴 때였습니다. 위기가 오거나 일본이 금리를 올릴 조짐이 보이면, 빌렸던 엔화를 되갚기 위해 투자 자산을 한꺼번에 팔고 엔화를 되사는 흐름이 생깁니다.
이때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세계 자산이 팔리며 가격이 떨어지고, 엔화가 급등합니다. 엔화가 급등하면 아직 청산하지 않은 사람의 손실도 커져 또 청산에 나섭니다. 이 연쇄가 홍수를 만듭니다. 엔화가 위기 때 강해지는 안전통화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청산 흐름이었습니다.
2024년 7월 31일,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면 시작은 아주 작은 인상이었습니다. 일본은행이 2024년 7월 31일 발표한 문서에는 '무담보 콜금리를 약 0.25%로 유도한다'는 문장이 7 대 2 다수결로 결정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새 지침의 시행일은 8월 1일이었고, 같은 날 국채 매입액을 분기마다 약 4,000억 엔씩 줄여 2026년 1~3월에는 월 약 3조 엔으로 낮추는 계획도 만장일치로 결정됐습니다.
인상 폭 자체는 기존 0~0.1%에서 0.25%로 아주 작았습니다. 하지만 방향이 시장의 예상과 달랐습니다. 여기에 8월 2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해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습니다. 몇 달에 걸쳐 일어날 청산이 단 며칠로 압축됐습니다.
우리 데이터로 다시 센 8월 5일
그날의 숫자는 대부분 기사로 남아 있습니다. 니케이225 지수는 8월 5일 하루에 약 -12.4% 폭락했고,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이자 포인트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낙폭이었습니다.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로 넓히면 약 -20%가 무너졌습니다. 같은 날 미국 S&P 500은 약 -3%, 나스닥은 약 -3.4% 하락했고 공포지수(VIX)는 장중 65까지 치솟았습니다. 하루 만에 전 세계에서 6,70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는 집계도 나왔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직접 가진 데이터로 같은 사건을 다시 재봤습니다. 일본 개별 종목인 도요타(7203.T)의 종가 계열은 1999년 5월 6일부터 2026년 9월까지 6,826거래일치인데, 이 기간을 통틀어 하루에 가장 크게 내린 날이 바로 2024년 8월 5일이었습니다. 전 거래일인 8월 2일 종가 2,428.00엔에서 2,096.40엔으로 -13.66% 내렸습니다. 2008년 10월 8일의 -11.59%보다도 깊었습니다.
구간을 조금 넓히면 더 선명합니다. 우리 데이터로 계산하면 도요타 종가는 일본은행 결정일인 7월 31일 2,769.90엔에서 8월 5일 2,096.40엔까지 나흘 만에 -24.31% 떨어졌습니다. 자동차 회사의 실적이 나흘 만에 4분의 1 사라졌을 리는 없습니다. 빠져나간 것은 실적이 아니라 그 종목을 사고 있던 '빌린 엔화'였습니다.
환율도 같이 봤습니다. 우리 달러/엔 계열에서 7월 29일 154.14였던 환율은 8월 5일 145.58까지 내려갔습니다. 달러당 엔이 줄었다는 것은 엔이 강해졌다는 뜻이고, 이 구간 엔의 절상 폭은 +5.88%였습니다. 원/엔으로 보면 1엔당 원화가치 기준 7월 29일 8.9759원에서 8월 5일 9.5011원으로 +5.85% 올랐습니다. 엔화 빚을 진 사람에게 이 5%대의 움직임은 나흘 만에 원금의 5% 이상이 사라진 것과 같았습니다.
실측값은 data/raw/jp_stocks/7203.T.csv, data/raw/macro/USDJPYX.csv, data/raw/fx/JPY_KRW.csv 를 그대로 계산한 것입니다. 니케이225 지수 자체는 우리 데이터에 없어 기사 수치를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얼마나 큰 돈이 걸려 있었나 — 그리고 왜 아무도 정확히 모르나
청산된 포지션의 총 규모는 기관마다 편차가 큰 추정치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24년 8월 27일 펴낸 불레틴 90호를 직접 확인해 보면, 저자들은 사건 직전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약 40조 엔(약 2,500억 달러)으로 추정하면서도 데이터 한계상 실제 노출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같은 문서는 이번 사건의 성격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부정적인 거시 지표 발표에 대한 최초 반응을, 주식·외환시장의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이 증폭시켰다는 것입니다. 경기순응적 디레버리징과 증거금 인상이 변동성을 키웠지만 시장 기능의 완전한 마비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누구도 정확한 규모를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이 거래의 위험 요소입니다. 장외에서, 여러 나라 여러 통화로 흩어져 쌓이기 때문에 얼마나 쌓였는지는 대개 터진 뒤에야 대략 추정됩니다.
다음날 반등이 만든 착각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날입니다. 니케이는 약 +10% 반등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금방 회복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락한 폭이 아니라, 그 순간 빚을 지고 있었느냐입니다. 돈을 빌려 투자한 사람은 하루 -12% 구간에서 강제 청산(마진콜)을 당해 반등을 구경도 못 하고 손실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도요타 사례로 보면, -13.66%가 난 8월 5일에 포지션이 정리된 계좌는 그 뒤의 회복 구간을 한 푼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캐리 트레이드의 진짜 위험은 세 가지가 겹칠 때 폭발했습니다. 첫째, 환율이 불리하게 뒤집힐 때. 둘째, 빌린 돈이 손실을 몇 배로 키울 때. 셋째,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몰려 있어서 출구가 좁을 때입니다. 2024년 8월에는 이 셋이 동시에 성립했습니다.
비트코인·이더리움도 한때 최대 -20% 안팎 급락했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엔화 금리 결정 하나가 왜 미국 주식과 암호자산까지 흔들었는지는 이 배관 구조를 보면 설명됩니다. 엔 캐리로 조달된 자금이 전 세계 자산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특정 통화·자산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으며 미래의 환율이나 가격을 예측하지 않습니다. 어떤 전략이든 최대 낙폭과 손실 기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거의 모든 것의 수익률'의 원칙입니다. 이 사이트는 우리가 직접 운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캐리 트레이드는 개인도 하는 건가요?
주로 헤지펀드나 기관이 큰 규모로 하지만, 외환(FX) 마진거래로 개인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빌린 돈이 끼어 있어 환율이 조금만 불리해져도 원금이 순식간에 줄어들 수 있습니다. 2024년 8월 우리 데이터 기준 엔의 절상 폭은 나흘간 +5.55%였는데, 10배 레버리지를 썼다면 이 하나만으로 원금의 절반이 사라지는 계산이 됩니다.
Q. 환헤지를 하면 안전하지 않나요?
환율 위험을 없애려고 환헤지를 하면 그 비용이 대체로 금리차만큼 들어갑니다. 즉 헤지를 하는 순간 캐리 트레이드로 벌려던 금리차 수익도 함께 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짜로 금리차만 챙기는 방법은 이론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Q. 엔 캐리 트레이드가 완전히 끝났나요?
아닙니다. 2024년 8월의 급격한 청산 이후에도 금리차가 존재하는 한 캐리 트레이드는 다시 쌓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 이후 조용히 재구축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이 글은 이 거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지 않습니다.
Q. 왜 일본 금리 인상이 미국 주식까지 흔들었나요?
엔 캐리로 조달된 자금이 미국 주식 등 전 세계 자산에 투자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엔화가 급등하자 이 자금이 한꺼번에 회수되면서 일본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연결된 시장이 동시에 흔들렸습니다. 2024년 8월 5일 S&P 500이 약 -3%, 나스닥이 약 -3.4% 내린 것이 그 흔적입니다.
Q. 환율은 내 해외 투자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상당히 큽니다. 미국 주식 가격이 그대로여도 원화가 강해지면 원화 환산 수익은 줄고, 원화가 약해지면 늘어납니다. 해외 투자 수익은 자산 가격 변화와 환율 변화가 함께 결정합니다. 이 사이트의 계산기는 두 효과를 분리해 보여주므로, 무엇이 벌어줬는지 사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BIS Bulletin No. 90 — The market turbulence and carry trade unwind of August 2024 —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 Change in the Guideline for Money Market Operations and Decision on the Plan for the Reduction of the Purchase Amount of Japanese Government Bonds (July 31, 2024) — Bank of Ja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