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6년 7월, 코스피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코스피는 6월 22일 종가 9,114.5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그 직전인 6월 19일에는 장중 9,385.59까지 올라 장중 기준 최고치도 새로 썼습니다.
6월 말 종가는 8,476.48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2026년 상반기 코스피는 세계에서 가장 잘 오른 시장 중 하나였습니다.
그다음이 문제였습니다. 7월 29일 코스피는 장중 5,262.77(-12.63%)까지 밀렸다가 -5.98%로 마감했습니다.
종가 기준 저점은 그다음 날인 7월 30일 5,593.56이었습니다. 6월 22일 종가 고점과 비교하면 종가 기준-38.6%, 장중 고점과 장중 저점을 비교하면-43.9%입니다.
7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코스피는-22.19%하락했습니다. 시가총액으로는 약1,484조 원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고, 이 하락률은 주요국 증시 가운데 1위였습니다.
참고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코스피의 월간 최대 하락률은 -27.25%, 2008년 금융위기 때는 -23.13%였습니다. 즉 2026년 7월은월간 낙폭만 보면 외환위기·금융위기와 같은 급의 달이었습니다.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하겠습니다
7월 한 달 동안 코스피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4회(7월 7일·13일·28일·29일), 사이드카가 4회 발동됐습니다. 특히7월 28일과 29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이틀 연속으로 동반 서킷브레이커가 걸렸습니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급락할 때 시장 전체의 거래를 강제로 멈추는 제도입니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에 정리된 한국거래소 기준은 3단계로 되어 있습니다.
1단계는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되고, 20분간 매매를 중단한 뒤 재개합니다. 2단계는 전일 대비 15% 이상 하락하면서 동시에 1단계 발동 시점보다 1% 이상 더 떨어진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되며, 역시 20분간 중단합니다.
3단계는 전일 대비 20% 이상 하락하고 2단계 시점 대비 1% 이상 추가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되는데, 이때는 20분 중단이 아니라그날 장을 그대로 끝내 버립니다.
사이드카는 그보다 앞 단계의 제동장치입니다.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컴퓨터로 대량 주문을 내는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킵니다.
시장 전체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기계가 내는 주문만 잠시 끊는 장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이미 이번 사건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사이드카가 겨냥하는 대상이 바로 프로그램 매매, 즉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나가는 주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7월 급락에서 낙폭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 것도 정확히 그 종류의 주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17.91%가 올랐습니다
7월 31일 코스피는 6,595.45로 마감했습니다. 하루 상승률+17.91%, 포인트로는+1,001.89p입니다.
역대 최고 상승률입니다. 8월 들어서도 하루하루 진폭이 컸습니다.
8월 3일 -5.12%(6,257.45), 8월 4일 +1.62%, 8월 5일 +3.76%(이날은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8월 6일 -4.58%였습니다.
가장 최근에 확인된 종가는 8월 11일 6,345.53(+0.73%)입니다. 같은 날 코스닥은 857.84, 원달러 환율은 1,416.0원(-2.4원)이었습니다.
개인이 저가매수에 나섰고 기관은 장 후반 순매수로 전환했으며 외국인 순매도는 줄었다는 것이 이날 시장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반등입니다. 7월 30일 종가 저점 대비+13.4%입니다.
그런데 같은 숫자를 다른 기준으로 보면 이렇게 됩니다. 8월 11일 종가는여전히 6월 22일 종가 고점 대비 -30.4%입니다.
전고점 9,114.55를 되찾으려면 6,345.53에서+43.6%가 더 올라야 합니다.
+13.4% 올랐다와아직 -30.4%다와+43.6%가 더 필요하다는 전부 같은 날의 같은 지수를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어느 하나만 보면 시장을 오해하게 됩니다. 이 글은 세 문장을 전부 같이 놓고 보려는 시도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저희가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 《거의 모든 것의 수익률》의 위기 도감에서 1997년 IMF 외환위기 구간을 계산한 결과입니다. 그날부터 투자를 시작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나란히 비교한 화면이며, 최대 낙폭-52.7%, 최장 손실 기간7개월, 고점 회복까지19개월로 표시됩니다.


이번 코스피의 종가 낙폭 -38.6%는 IMF 외환위기·카드사태의 -50%대에는 아직 못 미칩니다. 그래서 "역대 최악"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같은 화면이 알려주는 또 하나의 사실이 있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구간의 최대 낙폭이 -52.7%였는데 고점을 되찾는 데는 19개월이 걸렸습니다.떨어지는 것과 되돌아오는 것은 같은 속도로 일어나지 않습니다.이 비대칭이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고, 배수 상품에서 그것이 어디까지 극단화되는지가 아래에서 다룰 내용입니다.
2. 발견 — 지수는 -38.6%인데, 어떤 상품은 -84%였습니다
이 글의 중심은 지수가 아닙니다. 같은 기간 같은 회사를 담았는데 결과가 전혀 달랐던두 종류의 상품입니다.
2026년 5월 27일, 국내에 처음으로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는 ETF가 상장됐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상이었습니다.
저희는 이 상품들을 저희 사이트 자산 목록에 등재하면서 "변동성 감쇠·단일 종목 집중·데이터가 짧음"이라는 경고를 붙여 두었습니다. 이번 7월은 그 경고문이 실제 숫자로 나타난 사건입니다.
상장일인 5월 27일부터 로컬 가격 데이터의 마지막 날인 8월 10일까지, 종가로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 5/27~8/10 누적 수익률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
|---|---|---|
| 기초 주식 | -25.0% | -36.7% |
| 일일 2배 ETF | -57.7% | -73.4% |
삼성전자 본주는 -25.0%였습니다. "2배 상품이니까 -50%쯤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57.7%였습니다. 단순한 2배보다7.7%p를 더 잃었습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이렇습니다. 100만 원을 넣었다면 삼성전자 본주는 75만 원이 됐고, 2배 상품은42만 3천 원이 됐습니다. SK하이닉스 쪽은 더 벌어집니다. 본주는 63만 3천 원, 2배 상품은26만 6천 원입니다.
같은 회사입니다. 같은 기간입니다. 같은 돈입니다. 차이는 오직 배수였습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설명은 "레버리지는 위험하다"로 끝납니다. 그런데 그 말은 정보가 없습니다. 위험하다는 것은 이미 모두 아는 이야기이고, 문제는어떤 방식으로 위험한가입니다. 다음 장부터는 이 -7.7%p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끝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3. 이론 — 배수 상품은 왜 산술적인 2배보다 더 깎입니까
3-1. "매일 배수를 다시 맞춘다"는 말의 실제 의미
일일 2배 상품이 약속하는 것은"기간 수익률의 2배"가 아니라 "하루 수익률의 2배"입니다. 이 한 글자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숫자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어떤 상품의 순자산(그 상품이 실제로 가진 돈, 즉 투자자 몫의 총액)이 100이고, 2배를 만들기 위해 기초자산에 200만큼 노출돼 있다고 하겠습니다.
기초자산이 하루에 -10% 떨어졌다고 하겠습니다. 노출 200이 180이 되고, 손실 20이 그대로 순자산에서 빠지므로 순자산은 80이 됩니다.
그런데 다음 날도 2배를 유지하려면 노출은 80의 2배인160이어야 합니다. 지금 노출은 180입니다.
그래서20만큼을 팔아야 합니다.
반대로 기초자산이 +10% 올랐다고 하겠습니다. 노출 200이 220이 되고 순자산은 120이 됩니다. 다음 날 목표 노출은 240인데 현재는 220입니다. 그래서20만큼을 사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그 상품은 떨어진 날에 팔고, 오른 날에 삽니다.그것도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매일 장 안에서 자동으로그렇게 됩니다.
배수 상품은 본질적으로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기계입니다. 이것은 상품의 결함이 아니라 설계 그 자체입니다.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약속했으니 매일 그 약속을 다시 맞추는 것뿐입니다.
문제는 이 규칙이 시장 전체에 적용될 때입니다. 그 이야기는 5장에서 다루겠습니다. 먼저 이 규칙이내 원금에무엇을 하는지 보겠습니다.
3-2. +10%와 -10%를 번갈아 겪으면 원금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기초자산이 하루 +10%, 다음 날 -10%를 반복한다고 하겠습니다. 방향으로만 보면 오르고 내리기를 똑같이 반복하니 제자리처럼 느껴집니다. 원금 100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 일차 | 기초자산 | 1배 상품 | 2배 상품 |
|---|---|---|---|
| 1일차 | +10% | 110.00 | 120.00 |
| 2일차 | -10% | 99.00 | 96.00 |
| 3일차 | +10% | 108.90 | 115.20 |
| 4일차 | -10% | 98.01 | 92.16 |
| 5일차 | +10% | 107.81 | 110.59 |
| 6일차 | -10% | 97.03 | 88.47 |
| 7일차 | +10% | 106.73 | 106.17 |
| 8일차 | -10% | 96.06 | 84.93 |
8거래일, 즉 채 2주도 되지 않는 기간입니다. 기초자산은 오르내림을 정확히 반반씩 겪었을 뿐인데 1배 상품은 96.06, 2배 상품은84.93이 됐습니다.
주목해야 할 곳은7일차입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2배 상품(106.17)이 1배 상품(106.73)보다 아래로 내려갑니다. 시작할 때는 2배 상품이 명백히 앞서 있었는데, 오르내림이 반복되자 어느 순간 역전당하고 그 뒤로는 격차가 계속 벌어집니다.
같은 패턴을 20거래일, 약 한 달로 늘리면 1배는 90.44, 2배는66.48이 됩니다. 기초자산은 여전히 "오른 날과 내린 날이 똑같은" 상태인데 2배 상품은 원금의 3분의 1을 잃습니다.
이것이변동성 감쇠, 다른 말로음의 복리입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배수 상품이 손해를 보는 것은 방향을 틀렸을 때가 아니라, 방향이 자주 바뀔 때입니다.그래서 배수 상품에게 최악의 시장은 폭락장이 아니라오르내림이 크고 잦은 시장입니다.
그런데 폭락장은 거의 언제나 오르내림이 크고 잦은 시장이기도 합니다.

3-3. 조금 더 정확하게 —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의 차이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한 겹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익률에는 두 가지 평균이 있습니다.산술평균은 그냥 더해서 나눈 값입니다.
+10%와 -10%의 산술평균은 0%입니다.기하평균은 실제로 곱해서 나온 결과를 평균낸 값입니다.
1.10 × 0.90 = 0.99이므로, 이틀간 실제로 남은 것은 -1%이고 기하평균은 하루당 약 -0.5%입니다.
내 통장에 남는 것은 산술평균이 아니라기하평균입니다. 그리고 이 둘의 차이는 널리 알려진 근사식으로 표현됩니다. 기하평균은 대략산술평균에서 (변동성의 제곱 ÷ 2)만큼을 뺀 값입니다. 변동성이 클수록 실제로 남는 돈은 산술적 기대치보다 더 줄어듭니다.
여기에 배수 L을 곱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수익률이 L배가 되면 산술평균도 L배가 되지만,변동성은 L배가 되고 변동성의 제곱은 L의 제곱배가 됩니다. 그래서 감쇠 항은 L배가 아니라L제곱배로 커집니다. 2배 상품이라면 감쇠는 4배가 됩니다.
말로만 하면 공허하니 실제 데이터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계산 구간은 상장일부터 8월 10일까지이고, 이 구간의종가는 52개, 거기서 나오는 일간 수익률은 51개입니다(첫날은 전날 종가가 없어 수익률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51개의 일간 수익률"이라고 쓰는 것은 전부 이 뜻입니다.
이 51개의 일간 수익률로 계산한 삼성전자의 표준편차(하루하루 수익률이 평균에서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를 재는 값. 클수록 오르내림이 심하다는 뜻입니다)는7.11%였습니다. 이 값의 제곱에 51을 곱하면 약25.7%가 나옵니다.
그리고 실제로 삼성전자 2배 상품이 "본주 수익률을 로그로 환산해 정확히 2배 한 값"보다 더 잃은 폭이 약25.0%였습니다. 이론이 예측한 감쇠량과 실측값이 거의 일치합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간 표준편차8.34%로 계산한 이론 감쇠량은 약35.5%, 실측 감쇠량은 약35.7%였습니다.
즉 이 손실은 사고가 아닙니다.사전에 계산 가능한 값이었습니다. 상품 설명서에 적힌 구조만으로 "이 정도 변동성이 이 정도 기간 지속되면 이만큼 깎인다"를 미리 알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3-4. 방향은 반반이었는데 원금은 반토막이었습니다
같은 구간의 51개 일간 수익률을 하나씩 세어 봤습니다.
삼성전자는오른 날 26일, 내린 날 25일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오른 날 25일, 내린 날 26일이었습니다. 방향만 보면 거의 정확히 반반입니다.
문제는 진폭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51개의 일간 수익률 가운데26일이 하루 5% 이상 움직였고, 그중6일은 10% 이상 움직였습니다.
하루 최대 상승은 +26.81%, 최대 하락은 -13.39%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5% 이상 움직인 날이27일, 10% 이상이10일이었고, 최대 상승 +29.95%, 최대 하락 -15.37%였습니다.
일간 표준편차를 연 단위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약113%, SK하이닉스 약132%입니다. 금융위원회도 5월 26일부터 7월 10일까지 구간에서 삼성전자96%, SK하이닉스113%라는 연율화 변동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기간이 달라 값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습니다.평범한 주식의 몇 배에 달하는 변동성이 두 달 넘게 지속됐습니다.
앞 절의 공식이 말하는 바가 여기서 완성됩니다. 오르내림이 반반이어도, 그 진폭이 크면 배수 상품의 원금은 조용히 사라집니다.레버리지 상품은 방향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변동성을 견디는 게임입니다.
3-5. -50%, -56.2%, -57.7% — 세 숫자를 분해하면
삼성전자 사례의 -57.7%를 세 층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첫째,-50.0%. 본주 -25.0%에 단순히 2를 곱한 값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값이고,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값입니다.
둘째,-56.2%. 매일의 수익률에 2를 곱해 실제로 복리로 굴린 이론값입니다. 첫째와의 차이 6.2%p가 순수한 변동성 감쇠분입니다.
셋째,-57.7%. 실제 상품의 결과입니다.
둘째와의 차이는-1.47%p입니다. 운용보수, 추종 오차(상품이 목표로 삼은 값을 정확히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차이), 매일 사고파는 과정에서 생기는 거래 비용 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SK하이닉스 2배 상품에서도 이론값 -71.94% 대비 실제 -73.41%로 -1.47%p 차이가 났습니다.
다만 이 숫자는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p로는 두 상품이 같아 보이지만 기준값이 각각 -56.2%와 -71.9%로 다르기 때문에, 비율로 따지면 삼성전자는 약-3.35%, SK하이닉스는 약-5.24%로 하이닉스 쪽이 절반 이상 더 큽니다.
%p가 겹친 것은 기준값이 달라서 생긴 표기상의 일치일 뿐, 두 상품에 같은 비용이 붙었다는 증거가 아닙니다.또 이 -1.47%p는 종가 52개(일간 수익률 51개) 구간에 걸쳐 쌓인 누적치이므로, 연 단위 비용으로 환산해서 말할 수 있는 값이 아닙니다.
정확한 내역은 상품별 운용보고서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투자자가 기대한 것은 -50%였고, 상품 구조가 만든 것은 -56.2%였으며, 여기에 운용 비용이 더해져 실제로는 -57.7%가 됐습니다.어느 단계에서도 상품이 약속을 어기지 않았습니다.약속의 내용을 오해했을 뿐입니다.
아래 두 이미지는완전히 같은 조건으로 계산한 결과입니다. 2026년 5월 27일에 100만 원을 한 번에 넣고 8월 10일까지 그대로 둔 경우이며, 기간도 금액도 같습니다. 다른 것은기초 주식이냐 2배 상품이냐하나뿐입니다. 첫 번째가 SK하이닉스 2배 ETF입니다.

100만 원이약 27만 원이 됐습니다. 수익률-73.4%, 최대 낙폭-84.1%, 그리고 고점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표시됩니다. 화면 안에 저희가 이 상품을 등재할 때부터 붙여 둔 경고문도 그대로 보입니다.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단일 종목 집중이라 개별 악재에 급락할 수 있다", 그리고 "2026-05-27 신규 상장이라 과거 데이터가 짧아 계산 기간이 제한될 수 있다"는 문구입니다. 다음은 같은 조건의 기초 주식입니다.

100만 원이약 63만 원이 됐습니다. 수익률-36.7%, 그 구간 최대 낙폭-54.7%입니다. 두 화면을 나란히 놓으면 배수가 만든 차이가 곧바로 보입니다. 남은 돈이63만 원과 27만 원입니다. 여기서 데이터의 한계도 분명히 말씀드려야 합니다.이 상품들은 2026년 5월 27일 상장이라 과거 데이터가 아직 3개월도 되지 않습니다.위 수치는 전부 그 짧은 구간의 결과이며, 하필 그 구간에 극단적인 국면이 들어 있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이 상품들은 아직 여러 번의 시장 사이클을 통과해 본 이력이 없습니다.
4. 발견 — 본전의 비대칭, 그리고 그것이 배수와 만날 때
4-1. 잃은 만큼 벌면 본전이 아닙니다
100만 원에서 -50%를 잃으면 50만 원이 됩니다. 여기서 +50%가 오르면 75만 원입니다. 본전이 아닙니다. 50만 원이 100만 원이 되려면+100%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식으로 쓰면 간단합니다. 최대 낙폭이 D일 때 본전에 필요한 상승률은1 ÷ (1 − D) − 1입니다. 분모가 계속 작아지기 때문에, 낙폭이 커질수록 필요한 상승률은 직선이 아니라가파른 곡선으로 튀어 오릅니다.
- -10% → +11%
- -30% → +43%
- -50% → +100%
- -70% → +233%
- -84.1% → +529%
-10%에서 -30%로 낙폭이 3배 커질 때 필요한 상승률은 4배가 됩니다. 그런데 -50%에서 -84.1%로 낙폭이 1.7배 커지면 필요한 상승률은5배가 됩니다. 낙폭이 깊어질수록 회복의 부담은 비례해서가 아니라폭발적으로커집니다.

4-2. 이번 사건의 실제 숫자
같은 구간에서 종가 기준으로 최대 낙폭을 계산하고, 위 공식을 적용해 봤습니다.
| 자산 | 최대 낙폭(종가 기준) | 고점일 → 저점일 | 본전에 필요한 상승률 |
|---|---|---|---|
| 코스피 | -38.6% | 6/22 → 7/30 | +63% |
| 삼성전자 | -42.8% | 6/18 → 7/30 | +75% |
| SK하이닉스 | -54.7% | 6/22 → 7/30 | +121% |
| 삼성전자 2배 ETF | -73.4% | 6/2 → 7/30 | +276% |
| SK하이닉스 2배 ETF | -84.1% | 6/22 → 7/30 | +529% |
내려가는 데 걸린 시간부터 보겠습니다. 코스피는 6월 22일에서 7월 30일까지38일, 약 5주 반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2배 상품도 정확히 같은 6월 22일에서 7월 30일까지38일이었습니다.같은 38일 동안 지수는 -38.6%, 2배 상품은 -84.1%가 됐습니다.
약 5주 반 만에 -84.1%가 만들어졌고, 그것을 되돌리려면 +529%가 필요합니다.+529%는 원금이 6.3배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 2배 상품도 +276%, 즉 3.8배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529%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84.1%를 만드는 데 5주 반이 걸렸고, +529%를 만드는 데 5주 반이 걸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뿐입니다.
낙폭은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회복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시간의 비대칭이 최대 낙폭이라는 숫자의 진짜 무게입니다.
4-3. 가장 나쁜 타이밍에 산 사람의 계좌
최악의 경우를 계산해 봤습니다. SK하이닉스 2배 상품을 6월 22일 고점(44,000원)에 100만 원어치 샀다면, 7월 30일 저점에서 평가액은158,977원이었습니다. 8월 10일에도167,841원입니다.
삼성전자 2배 상품을 6월 2일 고점(31,325원)에 100만 원어치 샀다면 8월 10일 평가액은308,540원입니다.
비교를 위해 기초 주식도 계산했습니다. SK하이닉스를 6월 22일 고점에 산 경우 8월 10일 평가액은486,468원, 삼성전자를 6월 18일 고점에 산 경우는635,182원이었습니다.
같은 "고점에 물린 사람"인데 남은 돈이 63만 원과 16만 원으로 갈립니다. 이 격차를 만든 변수는 종목 선택도, 매수 시점도 아니고배수 하나였습니다.
4-4. 반등도 배수만큼 오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이 "그래도 떨어질 때 2배면 오를 때도 2배 아니냐"고 생각하십니다. 7월 30일 저점에서 8월 10일까지의 반등을 계산해 봤습니다.
삼성전자는 +11.1%, 삼성전자 2배 상품은 +15.8%였습니다. 2배가 아니라 1.4배입니다. 더 극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7.4% 올랐는데SK하이닉스 2배 상품은 +5.6%밖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기초 주식보다도 덜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안에서도 오르내림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3장에서 본 그 구조가 상승 국면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떨어질 때는 2배보다 더 떨어지고, 오를 때는 2배보다 덜 오르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8월 10일 기준으로 각 자산이 고점 대비 어디에 있는지 보면 더 선명합니다. 삼성전자 -36.5%, SK하이닉스 -51.4%, 삼성전자 2배 상품 -69.1%, SK하이닉스 2배 상품-83.2%입니다.
열흘 남짓의 반등이 지나갔지만 2배 상품의 자리는 거의 그대로입니다.
5. 구조 — 왜 하필 이번에 낙폭이 증폭됐습니까
지금까지는 "배수 상품 안에서 내 돈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였습니다. 이제 방향을 바꿔서 "그 상품들이 모여서 시장에 무슨 일을 했는가"를 보겠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7월 급락의 원인은 레버리지 ETF 하나가 아닙니다.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찍고 꺾인다는 전망), AI 기업 순환거래 논란(기업들이 서로 거래를 주고받아 매출이 부풀려졌다는 논란), 중국 CXMT 상장, 메타의 AI 자원 과잉 논란, SK하이닉스 주주환원 방안 미발표 같은 악재가 먼저 있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그 위에서낙폭을 키운 가속기였습니다.
원인과 증폭기를 구분하지 않으면 사건을 잘못 읽게 됩니다.
5-1. 지수의 절반이 두 종목이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7월 16일 경제부총리 주재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낸 자료에는 이런 수치가 있습니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말34%에서 2026년 4월41%, 5월 26일49%, 7월 15일52%로 올라갔습니다.
이 숫자의 의미를 짚어야 합니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가중 지수입니다. 어떤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곧 그 종목이 지수 등락에 기여하는 몫입니다. 두 종목 비중이 52%라는 것은,그날 코스피가 얼마나 움직이는지의 절반 이상이 두 회사에서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3-4절에서 본 변동성을 겹쳐 보십시오. 지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종목이 하루 5%씩, 때로는 10% 넘게 움직입니다.
그러면 지수 자체가 개별 종목처럼 흔들리기 시작합니다.분산 투자의 대표 도구로 여겨지는 지수가, 사실상 두 종목짜리 포트폴리오에 가까워진 상태였습니다.
7월 29일 코스피의 장중 등락폭이965.75포인트(고가 6,228.52, 저가 5,262.77)였다는 사실은 이 상태의 결과물입니다.
5-2. 상품이 얼마나 커져 있었습니까
같은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시가총액은 상장일인 5월 27일4.4조 원에서 7월 15일11.9조 원으로 불었습니다. 하루 거래대금은10.4조 원에서13.0조 원이 됐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비중입니다.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이 상품군이 차지한 비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날짜 |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중 비중 |
|---|---|
| 7/27 | 30.7% |
| 7/28 | 23.2% |
| 7/29 | 30.8% |
| 7/30 | 32.5% |
| 7/31 | 6.36% |
| 8/3 | 5.27% |
| 8/4 | 4.72% |
| 8/5 | 3.65% |
7월 말, 코스피에서 오간 돈세 푼 중 한 푼이 이 상품군이었습니다. 한 종류의 상품이 시장 거래대금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태는 정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상품들은 3-1절에서 본 규칙, 즉"떨어지면 자동으로 판다"를 매일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5-3. 되먹임이 어떻게 작동합니까
구조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초 주가가 떨어집니다. 그러면 배수를 유지하기 위해 상품이 기계적으로 기초자산을 팝니다.
그 매도가 주가를 더 누릅니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 상품은 다시 더 팝니다.
그리고 이 상품군의 거래대금 비중이 30%를 넘어가 있으니, 그 매도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무게도 그만큼 커집니다.
여기에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의 환매가 겹치면, 상품은 환매 대금을 마련하려고 또 팝니다.하락이 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하락을 부르는 고리입니다.
이것이 실제로 관측된 흔적이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가 -8.95% 급락한 7월 14일, 외국인과 기관 순매도의45.4%가 프로그램 물량이었고기관 순매도의 62%가 ETF 관련 청산 물량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날 시장을 밀어내린 매도의 상당 부분이사람이 판단해서 낸 주문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조심스럽게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설명하면서 "빚내서 투자한 개인들이 강제로 청산당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함께 돌았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금융위 자료에도 골드만·JP모건 분석을 인용한 보도에도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개인 투자자의 반대매매나 강제청산 규모 역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확인된 것은 ETF 내부의 일별 리밸런싱에 따른 기계적 프로그램 매도, 그리고 규제 시행 이후의 거래 급감까지입니다.이 구분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중요합니다.
원인이 "무리하게 빚을 낸 개인"이라면 교훈은 "빚내지 말자"가 되지만, 원인이상품 구조 자체라면 교훈은 "빚을 안 내도 이 구조는 같은 일을 한다"가 됩니다. 이번에 확인된 것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5-4. 규제가 들어오자 거래가 사라졌습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내놨습니다.
| 조치 | 내용 | 시행 |
|---|---|---|
| 신규 상장 중단 | 인버스·커버드콜 포함, 광고 금지 | 즉시 |
| 기본예탁금 | 1,000만 원 →3,000만 원(현금만 인정) | 8월 |
| 사전 교육 | 1시간 → 2시간 추가(총 3시간) | 8월 |
| 괴리율 관리의무 | 3% → 2% | 8월 |
| 매매수량 단위 | 1좌 → 20좌 | 11월 |
| 추가 검토 | 투자금액의 20% 이내 제한, 가변 레버리지(일별 배수 조정) | 검토 중 |
표에 나온 말부터 풀겠습니다.기본예탁금은 이 상품을 거래하려면 계좌에 미리 넣어 두어야 하는 최소 금액입니다.
괴리율은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과 그 상품이 담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며, 관리의무를 3%에서 2%로 줄였다는 것은 그 벌어짐을 더 좁게 관리하라는 뜻입니다.
기본예탁금이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그것도 현금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오르면서 결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위 표에서 보셨듯 거래대금 비중은 7월 30일 32.5%에서 8월 5일3.65%로 떨어졌습니다. 약 9분의 1입니다.
규모도 줄었습니다. 이 상품군의 순자산은 최고17조 6,000억 원에서6조 1,000억 원(8월 2일 보도 기준)이 됐습니다.
씨티는 운용 규모가 7월 22일525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190억 달러로 줄었고, 개인 투자자의 누적 손실을 약387억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JP모건은 7월 21일 기준으로 레버리지 ETF 청산이75% 진행됐다고 추정했습니다.
이 숫자들이 말하는 바는 명확합니다.손실은 이미 대부분 실현된 뒤에 규제가 도착했습니다.
6. 역사 1 — 8년 전 미국에서 거의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세계일보가 8월 4일 보도에서 먼저 제시한 비교입니다. 저희가 만들어 낸 연결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2018년 2월, 미국에서XIV라는 상품이 무너졌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발행한 이 상품은 변동성 지수 VIX의 단기 선물을반대 방향으로따라가는 구조였습니다.
VIX는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출렁일 것으로 보는지를 지수화한 값이라 흔히 '공포지수'라고 불립니다. 시장이 잠잠하면 VIX는 내려가고, 이 상품은 올랐습니다.
2017년은 역사적으로 조용한 해였고 이 상품은 조용히 계속 올랐습니다.
그러다 2018년 2월 2일 17.31이던 VIX가 2월 5일37.32로 뛰었습니다. 이틀 만에 두 배가 넘게 오른 것입니다. 그러자 XIV는50분 만에 -96%무너졌습니다. 그날 종가 기준 지표가치는 약 -97%였습니다.
무너진 방식이 이번과 같습니다. XIV는 목표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 변동성 선물을 사야 했는데, 그 매수가 변동성 선물 가격을 더 올렸고, 가격이 오르니 자산은 더 줄었으며, 자산이 줄자 다시 리밸런싱을 해야 했습니다.
상품 스스로가 자기를 죽이는 주문을 냈습니다.
결말도 참고할 만합니다. XIV는 2월 6일 청산이 발표되고 2월 15일 최종 지급을 거쳐상장폐지됐습니다. 반면 비슷한 구조였던 다른 상품들은배율을 낮춰서살아남았습니다.
| XIV (2018년 2월, 미국) | 단일종목 2배 ETF (2026년 7월, 한국) | |
|---|---|---|
| 상품 성격 | VIX 단기선물 인버스 ETN | 개별 종목 일일 2배 ETF |
| 방아쇠 | VIX 17.31 → 37.32 (이틀) |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 + 개별 악재 |
| 붕괴 폭 | 하루 -96%(50분) | 최대 낙폭 -73.4% / -84.1% |
| 악순환 | 노출 유지 위해 변동성 선물 매수 → 가격 상승 → 자산 감소 → 재리밸런싱 | 주가 하락 → 배수 유지 위해 기계적 매도 → 주가 추가 하락 → 재매도 |
| 결말 | 상장폐지. 유사 상품은 배율 하향해 생존 | 신규 상장 중단, 기본예탁금 3배 상향, 배수 조정 검토 |
두 사건의 공통점은회사가 망해서 상품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의 VIX도 한 달 뒤 정상 범위로 돌아왔습니다. 무너진 것은 기초자산이 아니라그 위에 얹힌 구조였습니다.
차이점도 분명합니다. XIV는 하루에 끝났고, 이번 한국 사례는 약 5주 반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XIV는 상품 자체가 사라졌지만 이번 상품들은 아직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만 하나는 바로잡아야 합니다.개인 투자자에게 널리 팔렸다는 점은 두 사건의 차이가 아니라 오히려 닮은 지점입니다.
미국 현지 법률·투자정보 매체들의 정리에 따르면, XIV 역시 기관과 개인 모두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었습니다. 오히려 발행사인 크레디트스위스의 당시 최고경영자가 "이 상품은 전문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한 것이개인에게 판매한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근거가 되어,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소송과 중재 청구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한국 사례에서 달랐던 것은 개인에게 팔렸느냐가 아니라규모의 성격입니다. 한 상품군이 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지점까지 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규제의 결론이 같았다는 사실입니다. 2018년 미국도, 2026년 한국도 대응은 "배율을 낮춘다"로 수렴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유사 상품들이 배율을 하향해 생존했고, 한국에서는 가변 레버리지, 즉 일별 배수를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에 올랐습니다.
두 번 다 사후적으로 "배율 자체가 문제였다"고 인정한 셈입니다.8년의 시차와 태평양이라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그것은 시장의 특수 사정이 아니라구조의 성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7. 역사 2 — 코스피가 겪어 온 낙폭들 속에서 이번의 위치
이번 사건을 역사 속에 놓아 보겠습니다. 아래는 저희 사이트의 위기 도감이 실제 엔진으로 계산한 결과입니다(통화 원화 기준, 데이터 종료 2026년 7월 10일).
| 위기 | 대상 자산 | 최대 낙폭 | 최장 손실 기간 | 고점 회복 |
|---|---|---|---|---|
| IMF 외환위기(1997-11~) | 코스피 | -52.68% | 7개월 | 19개월 |
| 카드사태(2002-04~) | 코스피 | -50.31% | 15개월 | 10개월 |
| 글로벌 금융위기(2007-10~) | S&P500 | -33.52% | 25개월 | 4개월 |
| 플래시 크래시(2010-04~) | S&P500 | -33.43% | 3개월 | 4개월 |
이번 코스피의 종가 낙폭 -38.6%(장중 -43.9%)는 IMF·카드사태의 -50%대에는 못 미칩니다. 다만 표에 있는 2008년 미국 시장의 낙폭(-33.52%)보다는 깊습니다. 이번 낙폭은 그 둘 사이에 놓입니다.
다만 표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여기서최장 손실 기간은 해당 시점부터 매달 적립 투자를 시작했을 때 평가액이 원금 아래에 머문 최장 기간이고,고점 회복은 위기 이전 고점을 되찾는 데 걸린 기간입니다. 서로 다른 것을 재는 두 숫자입니다.
그래서 순서가 뒤집히는 경우가 나옵니다. 최대 낙폭이 더 깊었던 IMF 구간(-52.68%)의 최장 손실 기간은 7개월인데, 낙폭이 그보다 얕았던 카드사태 구간(-50.31%)은 15개월입니다.
낙폭이 가장 얕은 축에 드는 2008년 미국(-33.52%)이 25개월로 가장 깁니다.낙폭의 깊이와 견뎌야 하는 시간의 길이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얕게 오래 끄는 하락이 깊고 빠른 하락보다 견디기 쉬운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습니다.이 표의 숫자들은 지수에 대한 것이며, 개별 레버리지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지수는 구성 종목이 교체되면서 살아남지만, 개별 상품은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XIV가 정확히 그 사례입니다.
이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지수가 -52%에서 회복한 역사가 있다는 사실은지수를 담은 사람에게만 위로가 됩니다.
-84%를 기록한 개별 2배 상품이 같은 경로를 밟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수의 회복 역사를 개별 상품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이야기를 섞는 일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지난 10년을 매달 같은 금액씩 한국(KODEX 200)과 미국(SPY)에 각각 적립했을 때의 계산 결과입니다. 이번 7월 급락 구간까지 포함했습니다.

총수익률만 보면 한국이 앞섭니다. KODEX 200은+225.4%(연 22.4%), SPY는+134.4%(연 16.3%)입니다. 그런데 같은 화면의 다른 줄을 보셔야 합니다. 최대 낙폭은 KODEX 200이-40.7%, SPY가-32.5%였고, 무엇보다KODEX 200은 아직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며 SPY는 2개월 만에 회복한 것으로 표시됩니다. 이번 7월 급락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입니다.
특정 시장을 권하려는 것이 아닙니다.수익률이 높은 쪽이 낙폭도 깊고 회복도 느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은 총수익률 한 줄만 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같은 기준으로 보여드리는 용도입니다. 이번 사건이 알려준 것은 "한국이 위험하다"가 아니라"한 곳에 몰리면 그 한 곳의 사정이 내 전부가 된다"에 가깝습니다.
8. "PER이 싸다"는 말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습니까
7월 급락 이후 가장 많이 인용된 지표가 PER입니다. 이 지표를 정확히 읽는 법을 정리하겠습니다.
8-1. PER이 무엇입니까
PER(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기업이 1년에 버는 돈에 비해 주가가 몇 배인지를 나타냅니다.
주당순이익이 1만 원인 회사의 주가가 10만 원이면 PER은 10배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지금 가격으로 이 회사를 사면 지금 벌이 기준으로 원금 회수에 몇 년이 걸리는가"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여기서12개월 선행 PER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분모에 넣는 이익을 이미 확정된 과거 실적이 아니라앞으로 1년간 벌 것으로 증권사들이 추정한 이익으로 바꾼 값입니다. 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을 이야기할 때 주로 쓰는 것이 이 값입니다.
8-2. 확인된 수치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5.1배까지 내려갔다는 분석이 제시됐습니다(신한투자증권, 8월 2일 보도 기준). 다만 같은 지표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6.43배(코스피 7,430p 기준, 7월 8일)로, KB는6.43배(7월 7일)로 제시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7월 8일에는 "6.7배 미만"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이름의 지표인데 값이 이렇게 다릅니다.산출 기관과 기준일, 그리고 어떤 이익 추정치를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PER을 인용할 때 기관과 기준일을 반드시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2008년과 비교하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2008년 저점은 종가 기준6.27배(10월 24일), 장중 기준6.07배(10월 27일)였습니다.
2008년 이후 종가 기준 12개월 선행 PER이 7배를 밑돈 날은6거래일뿐이었습니다. 이 기준으로만 보면 지금은 확실히 드문 구간입니다.
8-3. 함정 하나 — 역사상 최저는 아닙니다
같은 보도에 함께 실린 수치가 있습니다.2002년 5.50배, 2003년 5.36배, 2004년 5.47배입니다.
즉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 5.1배는 2008년보다는 낮지만2002~2004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2008년 이후 최저"인 것이지역사상 최저는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가 중요합니다. 2002~2004년의 저PER 구간에서 시장이 곧바로 오른 것도 아닙니다.낮은 PER은 몇 년 동안 계속 낮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싸다"는 판단과 "곧 오른다"는 판단은 전혀 다른 문장인데, 자주 하나로 붙어서 유통됩니다.
8-4. 함정 둘 — 분모는 확정 이익이 아니라 추정 이익입니다
PER의 분모는아직 벌지 않은 돈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국면에서 골드만삭스는 시장 전체의 이익 증가율을 2026년+320%, 2027년+35%, 2028년+20%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 추정치가 분모에 들어가면 PER은 자동으로 낮아집니다.
반대로추정이 절반만 맞아도 PER은 대략 두 배가 됩니다.주가가 한 푼도 움직이지 않아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7월 급락의 방아쇠 중 하나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떠올려 보십시오.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였습니다.
이것은 시장이 바로 그분모의 추정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낮은 PER과 피크아웃 우려는 서로 반대되는 신호가 아니라,같은 사건의 앞면과 뒷면일 수 있습니다.
8-5. 함정 셋 — PER은 지수를 따라 움직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6.43배는코스피 7,430p 기준입니다. 이익 추정치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지수만 5,600대로 빠지면, PER은 계산상 자동으로 5배 아래로 내려갑니다.
다시 말해"PER이 낮아졌다"는 상당 부분 "주가가 빠졌다"의 다른 표현입니다. 주가가 빠졌다는 사실은 이미 계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PER이라는 다른 이름을 붙인다고 새 정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8-6. 그리고 이 장이 이 글의 주제와 만나는 지점
설령 밸류에이션 논리가 맞아떨어져서 코스피가 앞으로 회복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더라도 4장에서 본 숫자는 그대로입니다.
코스피가 고점을 회복하려면 8월 11일 기준 +43.6%가 필요하고, SK하이닉스 2배 상품이 고점을 회복하려면+529%가 필요합니다.
지수의 저평가 논리는 개별 배수 상품의 원금을 되돌려 주지 않습니다.두 이야기는 같은 시장에서 벌어지지만 전혀 다른 산수를 따릅니다.
9. 월 30만 원을 모으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입니까
9-1. 한 번에 넣었다면 — 100만 원의 결과
앞서 보신 두 화면이 정확히 이 경우입니다. 상장일인 5월 27일에 100만 원을 한 번에 넣고 8월 10일까지 그대로 뒀다면, SK하이닉스 본주는63만 원(-36.7%), 2배 상품은27만 원(-73.4%)이 됐습니다.
그 구간 최대 낙폭은 각각-54.7%와-84.1%였고, 8월 10일 시점에 둘 다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알바로 100만 원을 모으는 데 몇 달이 걸리는지 생각해 보시면, 이 두 숫자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실 것입니다.73만 원이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두 달 반입니다.
9-2. 나눠 담았다면 달랐겠습니까
많은 분들이 "한 번에 넣지 않고 나눠서 넣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십니다. 이건 위 화면에는 없는 계산이라, 저희가 로컬 가격 데이터로 직접 해 봤습니다.
월 30만 원씩 세 번, 5월 27일·6월 29일·7월 27일에 나눠 매수하고 8월 10일 종가로 평가한 결과입니다. 총 투입금은 90만 원입니다.
| 자산 | 8/10 평가액 | 수익률 |
|---|---|---|
| 삼성전자 | 710,279원 | -21.1% |
| 삼성전자 2배 ETF | 477,885원 | -46.9% |
| SK하이닉스 | 586,638원 | -34.8% |
| SK하이닉스 2배 ETF | 305,262원 | -66.1% |
의미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 2배 상품을 상장일에 한 번에 넣었다면 -73.4%였는데, 세 번에 나눠 넣으니-66.1%였습니다. 나눠 담기가 손실을7.3%p 줄여 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다음 문장이 더 중요합니다.-66.1%는 여전히 원금의 3분의 1만 남았다는 뜻입니다.
90만 원이 30만 5천 원이 됐습니다. 나눠 담기는 언제 사느냐의 위험을 줄여 주는 도구이지,배수가 만드는 구조적 감쇠를 없애 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같은 방식으로 기초 주식을 나눠 담았다면 -34.8%였습니다. 나눠 담기로 줄인 것이 7.3%p인데, 배수를 걸어서 늘어난 것이 31.3%p입니다.
어느 쪽이 더 큰 변수였는지는 분명합니다.
9-3. 그리고 이제는 살 수도 없습니다
기본예탁금이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현금만 인정)으로 오르면서, 월 30만 원을 모으는 사람은제도적으로 이 상품에 접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여기에 사전 교육이 총 3시간으로 늘었고, 11월부터는 매매 단위가 1좌에서 20좌로 바뀝니다. 투자금액을 전체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과 일별 배수를 조정하는 가변 레버리지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시간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5월 27일 상장 → 7월 중순 거래대금 비중 30% 돌파 → 7월 말 낙폭 -84% → 8월 규제 시행 → 거래대금 비중 3.65%.
소액으로 시작한 사람이 손실을 다 겪은 뒤에, 소액으로는 살 수 없게 하는 규제가 도착했습니다. 이 순서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제도가 나를 지켜 주는 속도보다 시장이 움직이는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결국 첫 번째 방어선은 제도가 아니라상품 구조를 스스로 읽는 능력입니다.
10. 그래서 무엇을 확인해야 합니까
"지금 사야 하나"는 이 글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대신 다음에 비슷한 상품을 마주쳤을 때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이 상품이 따라가는 것이 '기간 수익률'입니까, '하루 수익률'입니까.상품 설명에 "일간", "일별", "Daily"라는 단어가 있다면 3장의 산수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한 달 뒤·1년 뒤의 결과는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가 아닙니다.
둘째,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낙폭은 몇 %입니까. 그리고 그 낙폭의 본전 상승률은 얼마입니까.
-30%까지는 버티겠다고 생각했다면 필요한 회복률은 +43%입니다. -80%라면 +400%입니다.
낙폭을 정할 때는 회복률을 같이 계산해야 절반만 아는 상태를 벗어납니다.
셋째, 이 상품의 과거 데이터는 몇 년치입니까.이번 상품들은 상장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 성과가 없다는 것은 나쁜 성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아직 아무것도 통과해 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넷째, 기초자산이 몇 개입니까.지수 하나가 아니라 종목 하나에 배수를 거는 순간, 시장 위험 위에 개별 기업 위험이 곱해집니다. 실제로 이번에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 방안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개별 이슈만으로도 급락했습니다.
다섯째, 이 상품이 사라질 수 있습니까.XIV는 상장폐지됐습니다. 기초자산이 회복하기를 기다릴 수는 있지만,상품이 없어지면 기다릴 대상 자체가 없어집니다.
여섯째, 규제가 바뀌면 내 접근 조건이 바뀝니까.이번처럼 기본예탁금이 3배가 되거나 매매 단위가 20배가 되면, 같은 상품이라도 나에게는 다른 상품이 됩니다.
이 여섯 가지는 전부사기 전에, 상품 설명서와 계산기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번 사건의 손실 대부분은 예측 실패가 아니라구조를 읽지 않은 데서 왔습니다.
마지막 이미지는 코스피가 지나온 긴 역사를 한 장에 담은 장기 추이 차트입니다.

이 차트를 보실 때 반드시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그래프는 연말 종가 기준 1980년부터 2025년까지만 그려져 있습니다. 즉 이 글에서 계속 다룬 2026년 6월의 사상 최고치(9,114.55)와 7월의 급락은 이 그래프에 아직 들어 있지 않습니다.최신 상황을 보여주는 그림이 아니라,이번 사건 직전까지 코스피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보는 용도로만 봐 주셔야 합니다.
그 전제 위에서 보면, 코스피가 크게 흔들린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1997년에도, 2003년에도, 2008년에도, 2020년에도 그랬습니다. 다만 그때마다 회복에 걸린 시간은 저마다 달랐고,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는지는 사람마다 달랐습니다. 2026년 7월도 언젠가 이 그래프의 한 점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 점이 어떤 모양이 될지는 지금 알 수 없습니다.
오늘의 한 줄
배수는 수익을 2배로 만들어 주는 장치가 아니었습니다.회복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치였습니다.
7월 급락 구간에서 코스피는 종가 고점 대비 -38.6%였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기간에 기초 주식은 -25.0%와 -36.7%, 2배 상품은 -57.7%와 -73.4%였습니다.
최대 낙폭으로는 -84.1%까지 갔고, 그것을 되돌리려면 +529%가 필요합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시장 전망도, 종목 선택도 아니라매일 배수를 다시 맞추는 규칙 하나였습니다.
이번 반등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확인된 사실은 8월 11일 기준 코스피가 여전히 종가 고점 대비 -30.4%이고, 전고점까지 +43.6%가 남아 있다는 것까지입니다.
이 글의 데이터 한계
정직하게 밝혀 둘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레버리지 ETF 계산에 쓴 가격 데이터는2026년 5월 27일 상장일부터 8월 10일까지 52거래일뿐입니다. 3개월도 되지 않는 구간이며, 하필 그 안에 극단적인 국면이 포함돼 있습니다. 다른 국면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둘째, 모든 수익률은종가 기준이며세금·거래 수수료·매수매도 호가 차이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실제 계좌의 결과는 이보다 나쁠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코스피 지수 수치는 8월 11일 종가까지, 개별 종목·ETF 수치는 8월 10일 종가까지입니다.기준일이 다릅니다.
넷째, 위기 도감의 최대 낙폭·손실 기간 수치는 2026년 7월 10일까지의 데이터로 계산된 값입니다.
